봄을 맞으러 달려가다.
봄을 빨리 보고 싶었다. 여행사 리무진버스로 광양 매화마을과 구례 산수유마을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피곤하지만 오늘부터 블로그 챌린지라 조금 전 귀가해 씻고 자리에 앉았다. 눈이 반쯤 감긴다. 아무리 기후변화가 심하다고는 해도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흐린 날씨를 보이다가 1시부터는 비까지 내렸다. 가이드는 전날 꿈에서 오늘 여행자들을 위해 입김을 불어 꽃이 피라고 주문을 걸었어도 꽃이 안 피었다며 우리들에게 미안해했지만 미리 예상했던 거라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꽃이 안 피어 평범한 모양도 있지만, 조금 기괴한 매화나무의 모양과 나무 옆에 있는 혹등고래처럼 생긴 바위들의 특이한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빨간 머리 앤처럼 다음 주면 활짝 필 하얗고 연분홍의 매화와 노란 산수유 꽃을 상상하며 광양 매화마을과 구례 산수유마을을 천천히 산책했다. 조금 성질 급한 애들이 아주 이따금 얼굴을 내밀었다. 섬진강을 바라보고 언덕길로 올라가는 양 쪽 과수원이 모두 매화나무다. 섬진강 상류는 깨끗해 보였는데 하류는 부유물이 조금씩 떠다니는 게 보인다.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생각났다. 홍쌍리 님이 밤나무와 고사리가 유명했던 광양을 매화나무를 하나 둘 심기 시작해 매실을 브랜드화에 성공해 해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한 사람의 힘이 대단하다. 모든 것은 한 사람에서 시작한다. 노란 산수유꽃에서 빨간 산수유가 달리는 게 신기하다. 물론 연초록에서 시작하지만. 지리산 곳곳에 비구름이 멋지게 걸려있다. 가수 조영남이 불러서 유명해진 ‘화개장터’에 가서 구경하고 점심을 먹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 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
가사대로 이곳은 경상남도 하동과 전라남도 구례가 만나는 곳이다. 이곳 사라들은 전라도 억양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기도 한다고 한다. 화합의 장터였다. 지리산과 섬진강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다. 섬진강의 섬진은 두꺼비 나루라는 뜻이라 한다. 두꺼비가 많았다고 하는데 조형물도 꽤 많이 만들어져 있다. 하동은 섬진강의 동쪽이라 한다. 아직 나무가 겨울색이어도 봄여름가을 경치가 가히 어떠할지 상상이 간다. 산나물을 말려서 색색 비닐에 담아 팔고, 고로쇠, 버섯 그리고 섬진강에서 나는 재첩과 다슬기 국 등을 많이 팔고 있었다. 재첩국을 시켰는데 조개의 삼분의 일 정도의 크기가 귀엽다. 국물이 시원하다. 재첩과 다슬기도 조개과였는데 변이와 진화로 분류되었을지 모른다. 환경에 따라서 말이다.
버스 전용차선으로 다녀서 많이 막히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았다. 흐린 날씨였지만 1월 2월에 비해 기온도 많이 오르고 비가 와서 대기도 맑고 봄비인 듯해서 반가웠다. 멀리 산허리까지 흘러 다니는 비구름이 장관이었다. 차창으로 빗방울이 또르르 사선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보며 오는데 벌써 서울 종합운동장이었다.
다음 주 활짝 핀 매화마을과 산수유 마을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사람들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도. 나의 봄도 매화와 산수유처럼 활짝 피어나길 바라보는 토요일 저녁이다. 오면서 블로그 주제를 몇 가지 생각했다. 50일 동안 즐겁게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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