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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26. 2024

에필로그 및 작가의 시각

치앙마이 옆 치앙라이_나가는 글


에필로그

보물과 선물 중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요?

보물은 숨겨놓고 혼자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선물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치앙라이는 저에게 보물 같은 장소입니다. 혼자만 꽁꽁 숨겨두고 몰래 위로를 받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나 치앙라이에 폭우로 홍수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꼭강이 범람하여 제집처럼 드나들던 공항 앞도로와 익숙한 멩라이왕 기념 공원에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영상을 보고,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치앙라이 들을 꺼내 보았습니다. 일상이 무너진 이곳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치앙라이가 주었던 기쁨을 글로 함께 나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국가와 도시를 여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기억 속에 남아 힘들 때 앨범처럼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의 여행지는 별로 없었습니다. 아마 여행장소와 교감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단편적인 여행보다 꾸준히 이어지는 장편 같은 여행장소를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참된 즐거움이 됩니다.


우리의 삶이 완벽하지 않는 것처럼 치앙라이도 완벽함을 보여 주지 못합니다. 딱히 기대할 만한 유명 관광명소도 수많은 인파를 끌어모을 축제도 없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주는 영감과 불편함에서 오는 애증은 애착을 가지게 합니다. 진한 우정처럼 수다 속 가벼움보다 침묵 속에 묵직함을 주고, 부족함이 모여 서로의 공간을 채워줍니다.


치앙라이는 주변국의 침입과 지진, 메콩강의 범람으로 수도를 치앙마이로 옮기게 됩니다. 치앙마이는 계획된 도시로 번성하였고 많은 사람들의 찾는 관광도시가 되었지, 치앙라이는 방치된 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미얀마, 라오스, 중국 등 정치적 불안으로 여러 소수민족은 노동착취와 탄압을 당했습니다. 결국 내전을 피해 치앙라이의 메파루앙, 푸치파 등 고산으로 숨어들었고 소외된 소수민족들은 함께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외로움은 들판에 핀 야생화, 커피 한알까지 소중히 하는 따뜻함으로 묻어납니다.


자본과 사회는 사람이 만들어 낸 창작물이기에 그 속에는 작은 욕심과 경쟁의 씨앗이 숨겨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의 고운 마음으로 성장하지만 어른이 되며 욕망도 커져 점점 어색한 관계로 멀어집니다.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적이 되어버린 자본과 사회는 충돌과 전쟁으로 소멸되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상업화된 방콕은 돈이 많을수록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반면 사회화된 미얀마는 열악한 노동의 가치로 빈곤에 허덕입니다. 자본과 사회의 불균형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국경을 넘지만, 그 좁은 틈에 위치한 치앙라이는 그들의 완충지대가 되어 줍니다.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는 세상,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깊은 감동과 위안을 받습니다. 고단함과 아픔을 품는 어머니의 땅이기에 현대인의 공허함과 고독을 편안히 위로합니다. 이것이 치앙라이 여행이 주는 선물입니다.



작가의 시각 :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관점을 추가하였습니다.

· 100밧과 4천 원

동일한 가치를 지닌 화폐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자본의 불균형을 강조합니다. 한국에서 겨우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4천 원이지만, 동일한 가치의 100밧으로 한 끼가 아닌 하루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화를 그저 싸게 살 수 있다는 기쁨보다 저들의 고귀한 땀의 가치를 훔쳐온 아닐까 하는 반성을 표현하였습니다.


· 인공커피와 자연커피

태국 최고의 커피마을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는 상품으로 팔지 못하는 결함 원두를 프라이팬에 직접 볶아 진하게 우려낸 커피입니다. 그러나 점차 현대화되고 있는 커피마을에서도 편리함 때문에 달달한 믹스커피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신속하고 편리한 문명 속에서 느리고 불편한 자연이 퇴보되는 과정을 부각하였습니다.


· 메콩과 거대메기

인간의 욕심이 자라날수록 메콩강은 점점 메말라 갔습니다. 거대메기는 사람의 손길이 없는 곳까지 도망쳐 왔지만 결국 파괴된 서식지에서 잡히게 됩니다. 사람들은 거대메기를 관광상품으로 홍보하지만 정작 사라진 메기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자본과 사회적 욕망에 자연의 경계가 무저지고 있는 안타까움을 나타내었습니다.


· 시나카린과 쿤사

라마 9세의 어머니인 시나카린과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수장인 쿤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극단적인 대립을 투영합니다. 양귀비 꽃을 난초로 바꾸고자 한 시나카린, 양귀비 꽃을 아편으로 바꾸고자 한 쿤사. 두 인물이 지향했던 이상은 동일했지만 사후 그들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상반됩니다. 물질과 사회, 사회와 물질. 추구하는 철학에 따라 변화되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 국경과 산

매파루앙과 푸치파는 산이 깊어 자연적인 국경을 이루는 곳입니다. 소수민족에게 국경과 산은 생존을 향한 장애물이지만 양극화된 문명을 막아주는 울타리가 되기도 합니다. 진보해야 살아남을 수 세상과는 달리 국경과 산은 변화할 수 없는 자를 위해 편안한 안식처이자 피난처가 됩니다. 극단적이고 빠른 변화를 원하는 세상을 향해 불필요한 욕망과 경쟁을 줄여야 한다는 혜안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제 '치앙마이 옆 치앙라이'의 여정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함께 동행해 주신 구독자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글로써 함께 성장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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