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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디 Oct 18. 2023

#14 물 위에 떠있는 집

포르투에서 만난 꿈의 집 2


아침 알람이 무의미하다.


좀처럼 깊게 잠들지 못하는 내게 노력 없이도 개운한 아침이란 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 이곳은 다르다


일어나자마자 급히 씻고 출근 준비를 할 필요도,  눈뜨자마자 무기력하게 가만히 누워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이유도, 쌓여있는 카톡과 캘린더를 확인할 이유가 없다.


침대 위에 누운 채로 고개만 돌려 말을 잃게 만드는 동화 같은 풍경을 한참이고 바라본다.


여기 포르투, 물 위에 떠있는 듯한 집에서



브런치 북

<내가 돈이 없지 낭만이 없나> by 시몬디



이 날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들어보세요

https://youtu.be/QDSXtq_U1dw?si=nr3wlQ8DLtLGItou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세비야 내내 좁은 호스텔을 전전했던 우리의 보상심리는 포르투 숙소로 향했다.








포르투에서의 아침


아침에 눈을 뜨면 반짝이는 강변이 제일 먼저 보인다.


그림같이 평온한 풍경. 


강이 가깝다 못해 강 위에 떠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변과 하늘이 가득히 보인다.


아침 알람이 무의미하다.


좀처럼 깊게 잠들지 못하는 내게 노력 없이도 개운한 아침이란 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 이곳은 다르다


일어나자마자 급히 씻고 출근 준비를 할 필요도, 눈뜨자마자 무기력하게 가만히 누워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이유도, 쌓여있는 카톡과 캘린더를 확인할 이유가 없다.




침대 위에 누운 채로 고개만 돌려 말을 잃게 만드는 동화 같은 풍경을 한참이고 바라본다.


'나 어제 이렇게 이쁜 곳에서 잤구나..'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고 러닝 하는 사람들, 관광객을 태우고 강을 떠다니는 유람선, 새파란 하늘과 강을 구분시켜 주는 동화 같은 집들.


물 위에 둥둥 떠있는 듯한 나른한 느낌이다.







깊이 아래로



멍 때리기도 잠시 드로잉북과 연필을 챙겨 동루이스강을 마주 보고 앉았다. 이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주방에 있던 테이블을 창가로 옮긴 동행의 안목이 대단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자리다.


태블릿 화면을 두드리고는 '너의 이름은' ost 미츠하 테마 심해버전을 틀었다. 언제 들어도 울렁이듯 가라앉는 소리. 어릴 적 주말에 부모님과 동네 수영장에 갔을 때 귀가 반쯤 잠긴 채로 배영자세로 물에 떠 다녔을 때 들렸던 소리. 조금은 먹먹하고, 갑자기 주변소음이 멀어지는 듯한 소리.


노래를 틀고는 연신 감탄하며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다.


두 눈 가득히 강변과 하늘이 보이고, 나의 최애 바다 asmr 소리가 공간을 은은하게 채우고 있다. 희미한 멜로디와 연필을 사각이는 소리만 들린다. 아직 잠이 덜 깬듯한 동행은 침대에 누워 그저 밖을 바라보고 있다.


서툴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손과 완성되어 가는 그림.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 황홀한 순간을 즐긴다.


마음에 걸릴 것 하나 없는 평온한 이 순간






밤이 되면 찾아오는 시네마


밤이 되면 포르투 동루이스 강의 황홀한 야경이 눈에 가득 담긴다.


동네 마트에서 사 온 에그타르트와 포트와인, 디저트를 세팅해 놓고 비긴어게인 포르투갈 버스킹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태블릿 화면 속 포르투 배경뒤로, 훨씬 더 큰 창 가득히 포르투의 강변이 일렁인다.


한 순 간이라도 놓치기 싫고,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야경이다.


이곳에서의 아침은 새파랗고, 밤은 일렁인다.
  

나 여기 포르투를 정말이지 떠나기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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