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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디 Sep 17. 2023

#6 혹시 내가 동양인이라서 문제가 되나요

한 레스토랑에서 겪은 이유 모를 차별

"있잖아 나 스페인 여행에서 이런 찝찝한 일 있었다?"


"그게 인종차별이야? 네가 예민한 거겠지"

"난 인종차별 당한 적 없는데?"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같은 한국인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은 걸까. 아님 '난 너와 달라'라는 우위에 서고 싶은 걸까.

감정도, 생각 없는 무심한 말은 또 한 번 상처를 입힌다.


그래 네 말대로 내가 부족해서 당했다, 차별.


나는 살면서 누군가를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이토록 불쾌하게 느끼는 감정을,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쏟아낸 적이 있었던가.

나 또한 누군가에게 저런 사람이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브런치 북

<내가 돈이 없지 낭만이 없나> by 시몬디


글마다 어울리는 노래를 함께 추천해 드려요. 들으면서 읽어보세요.

https://youtu.be/Ti1Pd1tiqeY?si=WguuWDKO2YUsFnK3




그날은 스페인 여행 중 가장 언짢은 날로 기억된다.


처음이다. 


누군가 이유 없이 나를 증오한다는 것.





우리는 가우디 투어를 마치고 한국인 가이드에게 추천받은 그라시아 거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서버와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기분 좋게 지나가려는 순간 귓가를 스치는 서버의 한마디


"니하오~"


선명하게 귓가에 때려 박히는 말. 고작 2초간의 눈인사였지만, 그래도 따뜻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저 사람도 저게 인종차별인지 모르는 걸까? 잘 몰라서 그런 건가?'


조금 당황스럽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찝찝함을 뒤로하고 안내를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안내해 주는 자리대로 앉고 이제야 가게 내부를 둘러보는데 또 한 번 의문스럽다.


여기 오고 나서 왜 자꾸 찝찝함을 느끼게 되는 걸까.


다행히도 이른 시간에 방문했기에 2층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그 말인즉슨 남는 자리가 많았다. 둘러보니 그 넓은 자리를 두고, 나를 포함한 아시안들만 구석으로 몰아넣은 자리배치를 한 게 아닌가. 노골적으로


테이블은 패스트푸드 1인용처럼  협소했고, 옆테이블과의 간격은 거의 동석한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좁다. 옆테이블의 음식을 같이 공유할 수 있을 만큼.


공교롭게도 그곳에 앉은 사람은 모두 아시안이었고. 굳이 자리가 텅텅 비어 있는데 좁은 곳에 사람을 모두 몰아놓는 건 꽤나 신박한 서비스다. 마치 우릴 격리시키려는 것 같았다.


내 착각인가? 기분이 이상해진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시안을 제외한 한 테이블은 가장 분위기 좋은 창가에 앉아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서 배치하고 싶었던 거라면 저 사람들이 이미 이곳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유일한 차이점은 저들을 제외하고 우리는 아시안이라는 것뿐.


자리가 많고 손님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안들만 굳이 구석 협소한곳에 붙어 앉게 한다는 건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상황이었다. 이외에 글로 하나하나 표현할 수 없는 비언어적 요소들까지.


"한국인 가이드님의 추천을 받고 온 곳인데 어떻게 이런 대놓고 차별을 할 수가 있는지.. 좀 이해가 안 되네"


나는 서버에게 메뉴 주문을 하며 혹시 내 자리를 옮길 수도 있냐고 정중히 물어봤다. 매우 떨떠름한 표정의 서버는 알겠다며 옮겨주었다.


이때부터였다. 우리에 대한 차별이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시점이.





그래도 음식으로는 장난치지 마


우리가 주문한 메뉴델디아는 다양한 음식이 나온다. 그 말인즉슨 여러 번의 서빙과, 여러 개의 음식이 나온다는 뜻이다. 또 다른 서버가 옆테이블에 음식을 가져다줄 때마다 느껴지는 그의 친절한 다정한 서비스, 음식들을 보면서 우린 기대감에 차올랐다.


“그래 신경 쓰지 말자 “


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기분이 찝찝하긴 했지만,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니까.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옆테이블에 서빙을 할 때까지만 해도 매우 나긋한 목소리에, 친절했던 그는 잔뜩 인상 찌푸린 얼굴로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무슨 메뉴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례하게 음식을 툭 놓고 갔다. 플레이팅은 마치 그의 잔뜩 찌푸린 표정처럼 망가졌다.




나는 가히 이것을 '교묘한 혐오 플레이팅 대회' 1등 수상작이라고 표현하겠다. 서비스도 음식도 양 옆 테이블에 제공되는 것과는 매우 상반된다. 이곳 입장 직후부터 느낀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은 겨우 저 사진 한 장만으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다.


대체 뭐가 잘못인가? 아시안을 상대로 차별을 해놓고. 혹시 자리를 옮겨도 되겠냐고 물어봤던 게 그렇게도 주제넘는다고 느낀 건가. 아님 동양인인 내가 손님으로서 그들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건가


난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무례한 사람이 아니다. 저렇게 노골적인 대우를 받을 만큼 눈이 찌푸려질 만한 남루한 차림도 아니다.  우린 그저 옆테이블의 현지인들처럼 적당한 톤으로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설레는 여행자일 뿐인데.


밥을 먹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우리에게 했던 행동을 새로 들어오는 아시안들에게 여전히 똑같이 하고 있다.


그래 나는 참을 수 있다.

다만 여태 왔던 한국인들도 다 이런 취급을 받았을 거란 사실이 속상하다.


만약 내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이 이런 취급을 받으셨다면?


부모님이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시고 나서 기분 좋게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이런 꺼림칙함이 느껴진다면? 


그래도 자기는 괜찮다며 웃으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 부모님을 상대로 장난질하는 그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나 또한 부족한 사람


교묘한 차별은 스스로를 계속해서 검열하게 만든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아님 내가 예민한가? 내가 지금 피곤해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건가? 아냐 아니겠지. 끓임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더 이상 문제를 나에게서 찾지 않기로 했다.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난 이곳의 분위기도, 음식들도, 이 모든 걸 누리는 여행이 그냥 좋았을 뿐이니까.


나는 살면서 누군가를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이토록 불쾌하게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쏟아낸 적이 있었던가. 나 또한 누군가에게 저런 사람이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내 머릿속을 자꾸만 불편하게 만드는 마음을 꾹꾹 눌렀다.


그냥 내가 동양인이라는 게 그렇게 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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