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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디 Sep 22. 2023

#7 어서 타세요 호그와트로 가는 야간버스에!

스페인 속 또 다른 환상의 나라, 시체스와 몬세라트로 갑니다


고민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이번 에피소드를 업로드했어야 하는데 무언가 부족하다.


몬세라트와 시체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적어도 적어도 역부족이다.


온전한 감상과 표현에 대한 갈망은  고민할 새도 없이 결국 영상을 만들 수밖에 없도록 나를 자극했다.


그렇게 만들게 된 짧은 영상




제목 : 야간버스

촬영 : 시몬디

편집 : 시몬디




"혹시 저도 같이 공놀이해도 돼요? “


발에 감기는 따끈한 모래. 따뜻하다 못해 더운 날씨.

공놀이하는 4명의 플레이어와 1명의 관람객.


어서 오세요 스페인 속 환상의 나라. 11월의 시체스&몬세라트에!




브런치 북

<내가 돈이 없지 낭만이 없나> by 시몬디



글마다 잘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해 드립니다. 함께 들어보세요

아이유 - 여름밤의 꿈

https://youtu.be/ltRyHe4fFkU?si=0CJ4vfobF69VDfI4





처음 보는 사람들과 떠나는 관광버스 여행. 


다 함께 듣는 가이드 해설 라디오. 


전날밤새 들뜬 탓에 내리 잤던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


몬세라트로 향하는 길은 호그와트로 가는 것처럼 신비로운 절경을 계속해서 찍어낸다.


내가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호그와트가 존재한다면 여기가 아닐까


몬세라트로 가는 버스 안에서






허기를 때우려 기대 없이 들어간 샌드위치 가게.


하몽 샌드위치 2개, 카페라테 한잔.


바게트의 따뜻하고 바삭 거리는 식감이 느껴질 때 곁들이는 짭조름한 하몽과 에멘탈 슬라이스 치즈.


그리고 부드러운 카페라테 한 모금.


이상하다 원래 빵이랑 커피는 먹어도 허기가 져서 안 좋아하는데.


우리는 행복으로 배불리 식사했다.


몬세라트 수도원 





몬세라트 전망대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오늘 이 글을 써내려 가기 위해 이날의 사진을 찾아보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이제야 보인다. 당시는 나 스스로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느라 미처 몰랐던 것들이


즐겁다 못해 흘러나오는 행복감에 가득 찬 표정들을. 


지나가는 사람, 꼭 껴안고 사진을 찍는 사람, 그곳에 있던 사람 모두. 


나 또한 그렇다.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이는 그날의 내 모습. 


나도 내가 부럽다.


간혹 울면서 웃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행복해서 우는 거야"


벅찬 감정을 표현하면 그런 표정일 거다. 모두가 웃고 있었다. 서로의 웃음에 전염된 듯이.


몬세라트 전망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난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이기 싫어


시체스의 따뜻한 봄날씨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몬세라트에서 꼭 여몄던 패딩을 벗게 만들었다.


우스갯소리로 왜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밝고 긍정적이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다.


"진짜 저 사람들 여기 분위기랑 너무 잘 어울린다 그렇지?"


바닷가를 산책하는 내내 우리는 해변에서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춥고 바쁜 도시 바르셀로나와는 다르게 시체스의 따뜻한 날씨는 나를 기어코 따뜻하고 발랄한 사람으로 만든다.

결국,


"혹시 저도 같이 공놀이해도 돼요?"


야자수와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즉흥 페스코볼 팀게임. 


발에 감기는 폭닥폭닥 따끈 모래. 따뜻하다 못해 조금 더운 날씨. 공놀이하는 4명의 플레이어와 1명의 관람객, 한 마리 관람견.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교감은 늘 새로운 자극을 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에게 미소로 다가간 그 순간, 미소로 화답한 이들과 나누는 행복한 기억. 나에게는 그게 여행의 전부다.


'나는 혼자가 좋아. 혼자 있고 싶어'


안타깝지만 사람은 결국 또다시 사람을 원하게, 필요로 하게 되어있다.


친했던 지인들과 오랜만에 하는 연락, 현관 밖을 나서는 것조차 어려웠던 나는 이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다시 원하고, 그들의 기쁜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그들을 위해 움직인다.


그래. 사람은 사람과 함께 살아야지.






시체스의 순간들

왠지 '뽀삐'라는 이름을 가졌을 것 같은 귀여운 강아지.


할머니는 저 일렁이는 파도를 사진에 담으려다 기분 좋은 샤워를 하셨다.









사실 이 모든 게 꿈이었다


가끔 지나고 보면 모든 게 꿈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오늘이 그렇다.


몬세라트, 시체스 투어를 마치고 우리를 태운 야간버스는 다시 바르셀로나 도심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고.


버스 안에서 어떤 꿈을 꿨는지는 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눈을 떴을 때 바르셀로나의 노을이 보였던 순간 지금 보이는 이 현실이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아득했다.


지난 몇 시간의 몬세라트, 시체스의 기억이 허상인 것처럼


아침 7시 우리를 환상의 나라로 데려간 수학여행 버스는 또 한 번 우리를 현실로 데려다 놓는 야간버스가 되었다.




이 모든 환상은 고작 17일의 여행 중 3일간의 이야기이다.


그 말인즉슨 아직 세상에 보여줄 이야기가 많단 거고.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이야기 일곱 번째,

몬세라트와 시체스 끝.


고민과 불확실함으로 적어 내려갔던 바르셀로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내일은 알람브라 궁전의 도시, 그라나다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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