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찾은 할머니 시골집.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 기력이 영 예전같지가 않다. 어디 바람쐬러 같이 가려해도 거동이 불편해 그조차도 쉽지가 않다.
어릴 적 할머니집 앞마당에서 삼촌, 고모 다 모여 고기도 구워먹고, 근처 개천에 골부리도 잡으러 다녔었는데. 메뚜기를 잡아와 서로 달리기 시합을 붙혀보기도 했고, 할아버지 막걸리 주전자 통에 피라미를 가득 잡아와 후라이팬에 구워먹은 기억도 나는 걸.
그 모든 순간이 이곳에 묻어있다.
그런 할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우리는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나와 매형이 내 옷꼬라지가 매번 거지 같다고, 그런 꼬라지로 여자가 붙겠냐며 옷을 몇 벌이나 사다준다. 그리고 저녁을 먹은 우리는 얼큰히 취해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엄마에게 가수 혜은이가 부른 <감수광>을 들려달라고 했다. 꼬꼬마 시절 엄마가 수시로 흥얼거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다. 가사도 참 좋다.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감수광 감수광 나어떡할랭 감수광/ 설릉사랑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조옵서예/ 겨울 오는 한라산에 눈이 덮여도/ 당신하고 나 사이에는 봄이 한창이라오
나는 답가로 규현이 부른 <광화문에서>를 들려줬다. ’넌 어땠는지, 아직 여름이 남아‘ 하며 노래는 시작된다.
그래, 여름. ”바다!!“ 하고 외치면 파도가 휘몰아 칠 것 같은 그 여름이 아직 남아있다.
하루가 참 알찼다. 가족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엄마의 깊어가는 주름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연민과 순애보의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를 비롯한 나의 가족들. 당신들은 나에게 사랑이었을까, 머물다간 여름이었을까.
5월이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