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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령 Aug 25. 2023

명리공간 6

수렴의 공간 _ 금, 수의 공간 / 보이지 않는 영역

수렴의 공간은 차분함, 내면 성장, 집중력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고 정적인 공간이며, 발산의 공간과는 반대로 안으로 수렴되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이는 명리공간에서 오행 중 금과 수가 수렴의 공간으로, 조용하고 집중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공간은 명상, 학습, 창작, 집중력을 요하는 활동에 적합하다.

일본의 다실, Katsura Rikyu

수렴의 공간은 조용하고 균형 있는 디자인, 소품, 색상 등을 통해 표현될 수 있고 자연적인 색감, 자연재료, 간결한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여 안정감과 집중력을 나타낼 수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마음의 안정과 내면적인 성장을 추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조용하고 집중된 공간을 찾는 것은 필요하다. 

아래의 다이어그램은 앞서 말한 확산의 공간과 수렴의 공간을 설명하려고 만들어 보았다.

물론 매우 확장된 개념이기에 단순히 다이어그램만 보고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간단히 다시 설명해 보면, 목, 화의 공간은 보이는 영역이며 확산의 공간이고 금, 수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 속하며 수렴의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보이는 영역(visible), 보이지 않는 영역(unvisible)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게 여겨지겠지만 단순히 개념적인 설명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수렴의 공간 개념도


보이는 영역(visible), 보이지 않는 영역(unvisible)이라는 개념은 메를로 퐁티라는 철학가의 책 제목과 유사한데, 그의 현상학적 개념을 설명하면서 오행적 공간을 설명하면 참으로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은데 내용이 너무 철학적으로 어려워질 것 같으니 간단한 개념만 차용해서 설명하는 것으로 하겠다. 단지 보이는 영역인 발산의 공간, 즉 목과 화의 공간은 시작이고 봄과 여름의 공간이니 드러나는 것이 목적이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토의 공간은 사이 공간이고 절충의 공간이고 발산과 확산공간 사이사이에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수렴의 공간은 발산의 공간과는 달리 안 보이는 영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음의 영역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계절로는 금은 가을, 수는 겨울을 뜻하며 자연의 이치와 순리대로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는 저장하여 다음 해를 기약한다. 

그동안 확산되고 발산되었던 에너지가 서서히 수렴되고 한 사이클이 정리되며 그다음의 봄인 시작을 준비하기 위해 웅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겨울의 시기인 해, 자, 축월(10, 11, 12월)은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고 월동준비를 한다.

그러한 특성을 그대로 공간의 개념으로 해석하면 된다. 

우주와 만물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일부인 사람은 시, 공간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그 안의 질서와 때를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목, 화의 성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좀 차분해지기 위해 수렴의 공간인 수와 금의 공간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제일 수, 금의 공간에 가까운 모습인데, 이런 장소를 찾아가면 맘이 차분해지고 뭔가 정신적인 영감을 얻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서관도 같은 수렴의 공간으로 볼 수 있는데 물론 열람실 외의 공공 휴게공간이나 카페테리아는 다른 발산의 공간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이처럼 한 건축물을 한 오행으로만 정의할 수 없고 목, 화, 토, 금, 수가 다양하게 섞여 있고 그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오행을 가진 공간을 발산과 수렴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정리된 도서, 열람실은 사용자에게 차분함을 느끼게 하며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일 주택에서 금의 공간을 정하라면 서재의 공간, 공부방 등을 얘기할 수 있으며 자녀의 공부방은 금의 공간같이 수렴의 공간으로 연출하는 게 좋다. 

수렴이라는 용어자체에서 말하고 있듯이 그동안 벌려 놓은 것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의 공간이니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집의 사회사’라는 책에서 우리나라 전통 주거는 집중형 주거, 분산형 주거, 절충형 주거라는 형식으로 나눠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기후와 매우 밀접하게 주거의 형태와 기능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추운 지방에서는 집중형, 더운 남쪽지방에서는 분산형, 중간, 즉 중부지방에서는 절충형 주거라는 용어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오행적으로 공간을 구분하고 확산의 공간, 수렴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 화의 공간인 확산의 공간은 봄과 여름의 계절이니 분산형 주거와 유사하고, 금, 수의 공간인 수렴의 공간은 가을과 겨울의 공간이니, 집중형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서술하지 않은 멈춤의 공간인 토의 공간은 계절과 계절 사이의 간절기를 의미하니 절충형 주거와 비교할 수 있다. 뒤에 더 자세히 평면적 구성을 단순화하여 설명할 때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금의 공간

Keywords  분별력, 질서화, 패턴화, 구조화, 경계가 확실함. 폐/대장, 피부

                                                                         
 

금의 공간

목, 화를 지나서 토에서 속도를 점차 늦추고 금에서는 팽창하던 기운을 안으로 점차 수렴한다. 

도시 자체는 금이 화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질서화, 패턴화, 구조화, 경계를 확실하게 하고, 정리하는 모습이 금의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을 잘 분별하고 정리하는 모습이 금의 공간이다. 

직교와 균질공간은 고전시대가 지나고 모더니즘이 생겨날 때 많이 쓰던 단어이다. 

유럽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콘크리트와 철이 개발되면서 더 이상 수공예는 한물간 구시대 유물로 생각하고 기계화를 주창하며 대량생산을 하는 시대가 모더니즘의 배경이다. 

금이라는 오행의 특성은 분별하고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것이다. 자연에서 보면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열매를 맺어서 가을에 수확하는 것처럼 금은 가을의 오행이며 열매의 단단한 껍질을 금이라고 본다. 

금에도 경금과 신금으로 나눠지는데 경금은 원석, 신금은 보석이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하는데 물론 더 다양한 물상으로 경금과 신금을 떠올리고 이해를 해야 한다. 

건축으로 비유해서 이야기한다면 경금은 건축의 뼈대, 구조, 외부입면을 말하고 신금은 건축내부의 실내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근대건축의 대가인 르 꼬르부지에는 '건축의 5원칙'을 이야기했는데 그게 지금 현대건축의 기본이 되었고 현재 많은 건축물들이 그의 건축의 모습을 모방하여 일반화시켰다.

그는 5원칙 말고도 '모듈러'를 건축의 중요한 요소로 대입해서 설계를 하였는데 쉽게 한마디로 설명하면 휴먼스케일과 자연의 황금비례에서 찾은 수치를 적용해서 건축과 공간을 설계하는 데 사용하였다. 

모듈(module)이라는 개념은 지금도 아주 유용하게 우리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모듈은 금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아주 적합한 요소이다. 

르 꼬르뷔제의 작품 중에 라 뚜레트라는 수도원이 있는데 모듈러를 아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수도원을 만들 던 걸 깨고 매우 새로운 수도원을 제안하였고, 이를 받아들여 현대건축에 최고의 작품이 되었다.

라 뚜레트 수도원의 모듈화 된 입면

일반적인 수도원의 모습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는데 형태와 공간을 르 꼬르뷔제가 주장한 건축의 5원칙을 반영하였고, 그중에 모듈러는 수도사의 100개 방에 그대로 적용하였다. 수도사가 기도하고 자는 공간으로 휴먼스케일을 그대로 적용하였으며, 규율과 금욕을 생활화하는 수도사들에게는 아주 맞는 공간으로 해석된다.

수도사의 방

독일에서 공부할 때 라뚜레트를 답사하러 가서 하룻밤을 그 수도사의 방에서 잘 수 있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매우 묘한 기분을 받았었다. 한치의 필요 없는 공간은 없었고 딱 필요한 공간으로 자고 기도하는 데 모듈러를 적용했다는 기분을 받았었다. 

이처럼 금의 공간을 해석할 때 ‘균질의 공간, 정리, 경계, 패턴화’라는 키워드를 썼듯이 금의 공간은 매끈하게 정리되는 공간으로 보면 될 것이다. 


독일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근대의 건축, 모더니즘, 기능주의 건축, 모든 것을 명료하게 구별하고 분리하고 정리해서 그것을 조립하던 시대의 사람이다. 건축을 공부한다거나 아는 사람은 르꼬르부지에 와 미스 반데어로에는 모를 수가 없다. 

근대건축의 3대 거장 하면 늘 거론되는 인물이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그 유명한 바우하우스의 2대 교장을 지냈고 2차 세계대전에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여 근대건축을 발전시켰다.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대표작으로 투겐타트주택 외의 다수가 있고,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만국박람회를 위한 독일 파빌리온을 설계하고 지어 그의 건축이 세상에 소개되며 지금까지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꼽힌다. 


그가 유명해지기 전에는 계획안이나 현상설계안으로 많이 그쳤었는데 그의 계획안 중에 브릭컨트리 하우스의 평면을 보면 수렴의 공간의 특징을 매우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미스의 브릭컨트리 하우스의 개념도는 엘 리시츠키라는 작가가 프로운(proun) 공간을 개념화해서 전시를 하였는데 거기서 영향받았으며, 이는 나아가 미스를 제일 유명해지게 만들어 준 바르셀로나의 건축박람회에서 독일관의 개념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위의 개념도는 금의 공간과 수의 공간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게 되면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되어 사례로 채택하였다.  

직교체계로 순수한 공간들을 나누고 정리하였으며(금의 공간), 흐르는 공간으로 모든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모습은 수의 공간으로 보인다. 

계획안으로 끝났지만 미스의 이 브릭 컨트리 하우스는 그의 작품에 모티브가 되어 여러 작품으로 완성되었고 그게 바로 우리가 가장 유명하게 알고 있는 바르셀로나 독일 파빌리온이다. 이 두 작품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보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하나는 2차원으로 표현했고 다른 하나는 입체적인 공간, 즉 3차원으로 표현했다는 차이 말고는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공간에 시간의 개념을 적용해서 표현하는 것이 유행했으며 과학에서 새로운 시공간에 대한 개념을 발표했을 때이다. 건축뿐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더 이상 2차원에서 그대로 보이는 풍경화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점을 한 장면에서 동시적으로 표현하는 입체파의 그림이 나오고 현대미술이 태동하던 시기이라 건축도 영향을 당연히 받고 있었다. 


미스의 계획안 브릭 컨트리 하우스(좌), 엘 리시츠키의 프로운 공간(우)

다음 장에서는 수의 공간을 설명할 건데, 공간 하나를 사례를 들어서 설명할 때 딱 한 개념을 적용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한 공간에 오행적 공간 코드가 다 담겨 있는 게 사실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례를 설명할 때 한 공간 개념만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고 가급적이면 여러 오행적 공간이 섞여 있는 사례를 설명할 때는 구분을 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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