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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김해->창원 37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5년 전, 길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 시간이 흘러 다시 길에서 재회했다. "창원 지나가게 되면 꼭 연락드릴게요!" 기약 없는 약속을 했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이제야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형은 과거 그대로였다. 반가움에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그때,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내가 너에게 2번이나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네가 승낙을 안 했더라면, 우리의 만남도 지금 이 순간도 없었겠지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우연일까, 필연일까. 우연이든 필연이든 사람이 온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만남을 가벼이 여길 때가 있었다. 사람이 말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을 다하다 보면 결국 상처받는 건 나더라’하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사람이 온다는 건 특별하다. 상처는 치유된다. 돌이켜보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 치유받았다. 쉽게 생각하면 당연했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니까.


만남은 행운이자 축복이다. 미래가 알 수 없어 기대되듯이, 만남도 끝을 알 수 없어 기대된다. 만남도 경험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지만, 내겐 소중하다. 스쳐 지나간 만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들은 기쁨과 슬픔을, 좋고 싫음을, 밝음과 어두움을 알려줬다. 정현종의 <방문객>이 딱 떠오른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생략)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 일은 모른다. 가벼이 여길 만남은 없다. 다음 만남도 기약 없는 약속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5년 전에도, 오늘도 만남에 응해준 형에게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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