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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Jun 24. 2024

진심

광고를 만들 때 갖아야 할 마음 하나

'아니 이렇게 패키지 앞에 덤 상품을 묶어 놓으면 우리가 만든 패키지를 소비자가 어떻게 보나요?ㅠ.ㅠ"


토요일, 슬랙으로 크리팀 팀장의 메시지가 왔다.

주말에는 불문률 처럼 가능하면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나도 동료들도.

그런데 그가 메시지를 보내와서 흠칫 놀랐다. 뭔 일이지?

그는 화가 나 있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브랜드 제품의 새 패키지를 확인하러 토요일 오전 부터 마트로 달려간 듯 했다.

새 패키지에는 우리가 전하고 싶었던 마케팅 컨셉이 있었지만 덤으로 주는, 테이프로 붙여진 낱개 상품 때문에 해당 컨셉의 이미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제품과 서비스에 늘 진심이었다.

해당 브랜드의 물건을 사는 건 기본, 증권 서비스를 하면 증권 계좌를 텄고 보험 브랜드를 맡게 되면 보험을 드는 건 물론, 보험 설계사 자격증까지 따냈다.  


PT에 참여할 때,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해야 함을 강조한다. 너무 기본적인 일이다.

특정 브랜드를 맡게 되면 '이 브랜드에 대한 고민 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1등' 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의 연예일 테지만 브랜드, 제품, 서비스를 사랑하지 않고 좋은 광고가 나올 수 없다.





"CEO가 원하는 광고를 만들어 드리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에요. 죄송하지만 그 방향의 광고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거 같다면 반대 의견을 드리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며칠 전 새로운 광고주와의 회의에서 용기를 내어 말씀드렸다. 광고주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에는 이렇게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기업의 광고를 만들어 주는 일이 광고대행사의 일이다. 하지만 사실 기업이 원하는 광고를 만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쉬운 일이다.

진짜 어려운 일은,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바로 잡아 소비자가 공감하고 설득되는 광고를 만드는일이다. 대부분의 광고주는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소비자는 그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 늘 문제의 발단이 된다. 그래서 광고대행사의 가치는 광고주가 원하는 것을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가깝게 만드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광고대행사가 해당 기업과 브랜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진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광고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서 멀어진다.  

진심이 약해지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생고생이냐.. 그래 원하는 데로 만들어주마'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AI 때문에 다들 우리의 일자리가 위협당할 거라는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나 또한 AI의 발전이 두렵다.

하지만 챗 GPT를 써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AI는 시킨 일만 한다. AI는 시키는 일을 거부하지 않는다. 거짓된 정보나 반복된 정보일 지언정 시킨일에 반하지 않는다. 이 지점이 어쩌면 인간이 AI와 다르게 줄 수 있는 가치라고 나는 생각 한다.

시킨 일이 잘 못된 방향임에도 반대하지 못하고 그대로 하는 건, AI가 더 잘 할 것이다.

진심의 지점. 진정성의 지점.

그것은 AI가 가질 수 없는 영역이다.




나를 비롯한 누구도 크리팀의 팀장에게 마트에서 패키지를 확인하고 구매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보험앱을 설치하고 보험설계사 시험을 보라고 한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가 스스로 자신이 담당하는 제품을 써보고 확인하는 과정들은 브랜드에 진심을 쌓아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현실과 환경이 녹록지 않아 진심보다 앞에 서야 하는 것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들이 체화되어 그는 어떤 브랜드를 맡아도 진심을 담은 광고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광고를 만들며 우리가 진짜 해야 하는 일은 진심을 담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일의 시작점은 제품과 서비스에 진심을 다하는 것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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