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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Oct 25. 2024

반항의 가치를 파는 [Oatly]


광고 한 번 송출에 60억, 어마 어마한 광고비가 들어가는 슈퍼볼 광고. 2021년 이 슈퍼볼 광고에 누가 봐도 퀄러티 낮고 우스꽝스러운 광고 하나가 올라왔다. 오틀리라는 오트밀크 회사의 광고였다. 광고는 단순했다. 회사의 CEO 토니 피터슨이 들판에서 'Wow, No Cow!'라고 노래한다. 예상치 못한 단순한 광고는 화제가 되었다. 이 광고는 SNS에서 다양한 패러디와 함께 유행했고,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반응이 상존했지만 오틀리라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오틀리는 오트밀크를 파는 회사다. 하지만 그들은 반항적 태도와 유머라는 새로운 가치를 함께 판매한다.


오틀리는 1994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오트밀크 회사다.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사람을 위한 귀리 음료를 만든다. 설립 초기 오틀리는 별 볼일 없는 회사였다. 2012년 전문 경영인 토니피터슨이 영입되면서 회사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전문 경영인으로 좋은 성과를 내던 토니피터슨은 귀리음료의 잠재력을 읽고 오틀리의 CEO가 되고 싶다며 자진했다.

이 때부터 오틀리는 가끔 우유를 대신하는  제품으로 승부하지 않고 확실하게 우유를 대체하는 제품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우유와의 선긋기를 위해 슈퍼볼에 등장했던 광고는 2014년 스웨덴TV광고용으로 제작된 영상이었다. 이 광고는 당시 스웨덴 낙농업계의 소송으로 인해 사용금치 처분을 받았고 송출되지 못했다.

스웨덴 낙농협회는 오틀리의 마케팅 문구인 "It's Like Milk, But Made for Humans"이 유제품을 폄하하고 우유의 건강상의 장점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스웨덴 낙농협회의 편을 들어 오틀리가 해당 슬로건을 사용할 수 없도록 판결했다.


소송에서 졌지만 오틀리는 이를 오히려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 패소 소식이 알려진 날 오틀리는 "우리는 법정에서 졌지만 우리의 가치는 승리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슬로건을 더욱 강력하게 홍보했다. 스웨덴 낙농협회가 허무 맹량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을 때는 그 내용을 그대로 온라인에 모두 공개하고 광고에도 실었다.

반항적이면서도 솔직한 태도는 소비자들에게 오틀리의 브랜드 가치를 더 부각시켰다. 그리고 7년 후 미국에 진출하며 보란듯이 스웨덴에서 정지 처분 받은 광고를 전세계 최고가의 광고 매체에 송출했다.


CEO 토니 피터슨(Toni Petersson)은 유머러스한 마케팅과 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전 세계 시장에서 오틀리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했다. 피터슨은 "오틀리는 사람들이 세상을 좀 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틀리는 어떤 제품이든 유쾌해야 한다는 접근 방식으로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일관성을 유지했다.


오틀리의 핵심은 우유를 대체하는 '친환경성'과 '건강한 대안'에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전형적인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우유 시장에 도전하는 '반항적 태도'와 '솔직한 유머'를 브랜드의 본질로 설정하고, 이가치를 마케팅과 제품에 녹여냈다.


오틀리의 포장에는 재료 정보와 제품의 특징이 유머러스하고 직관적으로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포장을 통해 제품에 대해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관과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은 소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봐 식품 회사들,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여줘’와 같은 문구로 기존 우유 산업에 대한 유쾌한 도발을 시도한다.

오틀리는  재치 있는 광고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어, 벽에 “왜 거대한 오트밀크 광고들이 멋진 동네를 망쳐야 하나요?“라는 문구로, 거대한 광고의 역설적 유머를 표현하며 주목을 끌거나 잡지의 양쪽 페이지를 활용해, 한쪽에는 오틀리 제품의 탄소 발자국 수치를 소개하고, 다른 쪽 페이지는 유제품 산업에 그들의 탄소 발자국 수치를 공개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는 식이다.


아예 광고 속에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걸려있다’고 이야기 하거나 보통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광고를 집행하지만, 오틀리는 이러한 트렌드에 거꾸로 도전하며 "인스타그램 포스트 대신 이 벽화를 만들었다"라는 유머러스한 발상을 보여주었다.


때론 너무 솔직하게 때론 반항적이며 고의적인 미숙한 디자인의 빌보드 광고를 통해 오틀리의 독창적인 마케팅 접근을 보여주었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마케팅 대신 투박하고 단순한 메시지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유쾌한 마케팅 방식은 젊은 층 소비자들에게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브랜드에 친근함을 더했다.



오틀리는 전통적인 마케팅팀에 기대지 않는 파격적인 광고 전략을 펼쳤다. 오틀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존 스쿨크래프트는 전통적인 마케팅 부서 대신 창의적디렉터들로 구성된 팀을 세팅했다.  이 변화로 인해 오틀리는 전통적인 마케팅의 복잡한 승인 프로세스를 피하고, 브랜드의 독특한 목소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수 있었다.


오틀리의 마케팅은 전통적인 식음료 산업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의 관습적인 메시지와 달리, 소비자의 가치를 존중하며 '우유 산업에 도전하는 브랜드'로서의 태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전략은 오틀리의 매출과 인지도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2021년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았다. 최근 실적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매출은 2억 20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으며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각각 7.5%와 9.7%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오틀리는 BCG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9위에 들기도 했다.


오틀리는 단순한 식물성 음료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삶에 '반항적 유머'와 '유머스러움'이라는 가치를 더하며 차별화된 브랜드로 성장했다. 고객들은 오틀리의 제품을 구매할 때 단순히 식물성 우유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태도, 삶의 방식을 함께 구매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오틀리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다.


오틀리가 찾아낸 가치는 제품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유라는 경쟁상대와 싸움을 통해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반항적 브랜드 태도라는새로운 가치를 찾아냈고 잘 이용했다.


토니피터슨이 오기 전이나 그 후나 오틀리의 본질적 가치는 귀리로 만든 우유대체 음료다. 하지만 토니피터슨은 오틀리가 우유를 대체해야 하는 건강과 친환경적 명분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러한 대의를 진정성 있게 알리기 위해 우유와의 전선을 구축하고 아주 강하고 반항적인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오틀리는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태도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찾아낼 수 있고 그러한 가치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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