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you remember?
요즘 어때, 잘 지내? 내가 사는 곳의 날씨가 궁금하지는 않은지 궁금해. 너는 잘 지내겠거니 생각해, 궁금해하지 않으려 해. (사실 이제 궁금하지도 않아 걱정 마.)
우리가 만나는 동안에도 말했듯이, 너는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아니더라도 잘 사랑하고 지낼 거라고 생각해. 굳이 찾거나 묻지 않아도.
그래도 가끔은 궁금하긴 해, 나는 너에게 어떤 얼굴과 표정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우리가 행복했던 시간의 한 편의 표정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얼마 전에 본 예능프로그램에서 사랑이 뭐냐는 질문에 그 사람이 잘 자길 바라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어. 오래동안, 너를 만난 시간보다 헤어지고 난 후의 시간이 더 많이 지났을 때에도, 사랑이 무엇이냐 생각했을 때 나는 네 얼굴을 생각했어. 밤을 지새우고 나를 만나러 달려오며 웃던 얼굴. 사실 얼굴의 모양새는 잘 기억이 나지 않게 시간이 지났을 때에도, 그날의 웃던 모습을 떠올렸어. 그러면 벅차게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달려오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멀리서도 나를 위해 달려오고 간도 주고 쓸개도 주는 것.
만날 수 없는, 닿을 수 없는 사람이 점차 많아져서 그럴까, 나에게 이제 사랑은 그 사람이 지내는 날씨가 궁금한 것 같아.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궁금해, 하늘이 맑아 출근길이 힘들지 않았으면, 낮동안 지내기에 편한 온도이길 바라, 깜깜한 밤이 찾아와 고운 잠을 자길 바래. 마음의 날씨가 험궂지 않길 바라,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내가 우산이나 장화가 되어주면 더없이 좋겠다 생각해. 손으로 닿는 것보다 마음이 닿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언젠가 문득 내 소식을 궁금해한다면, 잘 지낸다고 전하고 싶어. 이제 사랑을 이야기할 때 네 얼굴을 떠올리지 않고, 그 노래를 들어도 울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어. 다만 오늘 달이 예쁘다고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는 것, 퇴근하고 멍하니 앉아 와인 한잔하는 낭만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것, 그것만 빼면 괜찮다고, 그래도 아름답게 익어가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꾹 참아야지.
나는 오늘도 잘 지내.
너도 무사한 하루를 보냈기를 바랄게.
오늘도, 달이 참 예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