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뜬금없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랑 닮은 친구랑 막걸리를 마신 탓이었지, 그런 결심을 한 건. 그리워져서 이 말을 쓰지 않으면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서 써보는 거야.
시절인연이라는 게 있다던데, 나한테는 그게 너인 것 같아. 있잖아, 얼마 전에 네가 내 꿈에 나와서 맛있는 거 먹고 카페에 가고 그런 꿈을 꿨지 뭐야? 너랑 그런 적이 있었나? 기억도 안 나는데. 그러고 나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빌면서 울더라 내가. 너는 모를 일인데 나는 혼자 마음이 쓰였나 봐,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써.
너랑 지냈던 시절이 그리워서 그런가 생각해 봤는데 사실은 그 시절의 네가 보고 싶은 거야. 내 친구였던 네가. 예전에 우리 어렸을 때 내가 어리숙해서 혹시 너에게 상처를 줬다면 미안해. 너는 나보다 키도 크니까 마음도 어른일 테니 조금 봐주라.
네가 나와 아빠 사이가 좋아 보인다고 했을 때, 나는 너의 엄마가 부럽다고 말했으면, 내가 좀 더 솔직했으면 우리는 계속 가깝게 지냈을까? 아니면 그랬어도 그냥 이렇게 멀어졌을까.
다음번에 또 꿈에 나오면 너 없는 동안 나도 힘이 들었다고 얘기할래. 내 얘기는 떠도는 얘기로도 전할 수가 없었다고, 네가 있었으면 덜 아팠을지도 모른다고 원망도 조금 할래. 우리 헤어진 연인도 아니고 다툰 것도 아닌데 너는 왜 나한테 연락 한번 안했냐고 원망도 조금 할게. 그동안 산산조각 난 마음을 나누어 둘 곳이 없어서 네가 필요했는데 싫어할까 봐 못 닿았으니까.
그리고 그날은 다짐했던 일을 해야지. 정수기 팔이도 아니고 다단계도 아니고 사이비도 아니고 내 결혼 소식도 아니고, 그냥 네가 생각나서라고 연락해볼게. 물론 그때도 막걸리를 마셔서 용기를 내봐야겠지만.
네가 잘 지내길 바라, 그때의 마음의 짐은 내려놓고서, 폭풍은 잠잠해졌기를. 나는 아직 가끔 마음이 장마철이야, 그래서 네가 보고 싶어졌나 봐. 너의 안녕을 빌며,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