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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나의 나에게

by 홍차곰


얘야, 너 아주 축축하고 깜깜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혼자이고 싶은데 혼자이면 이상해지지. 사람들은 어차피 너를 다 이해 못 해. 그러니 너무 기대하지 마. 그래도 시간 지나면 조금 덤덤해지고 무뎌져. 네가 걱정하는 것들도 미래의 나는 다 물리쳐냈어. 그러니 너무 괴로워하는 것을 괴로워 마. 당연한 거야. 보편적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울고 싶으면 소리 내어 울고 욕심나면 마음껏 부려봐,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도 돼. 너는 그렇게 해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야. 애쓰지 않아도, 괴로워하지 않아도 너는 충분히 의미 있어.


흥청망청 인생 낭비를 하려고 어른이 됐지 그렇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모든 생각을 다 파고들어봐. 그 시간이 나를 보듬어 줄 거야. 더 놀아도 괜찮아, 너는 아주 아주 젊고 당장에 무엇이 되지 않아도 멋져, 직업이 없어도. (사실 그게 제일 멋진 부분이야) 훨훨 날아다녀, 모든 걱정은 잠깐 땅에 남겨두고서, 정말로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는 일들이니까. 더 이상 애쓴다고 되는 일이 아냐. 아 근데 그 새끼는 만나지 마, 다른 놈 만나라.


하루라도 더 빨리 너를 보듬어 주지 못해서, 이제야 말해서 미안해. 그래도 이제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여전히 너의 편이야. 너의 수고를 나는 알아. 그 폭풍 속에서 지지 않고 살아남아줘서 고마워. 우리 행복하자. 내가 앞으로도, 앞으로 더 노력할게. 그러니 너도 최선을 다해 행복해줘. 다시 수천번을 헤매어도 괜찮아. 항상 결국 답을 찾아낼 너를 이제는 믿어.

매일을 너를 응원할게, 행운의 편지를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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