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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나경 Oct 03. 2022

선한 영향을 발산하는, 남지수

학나경 인터뷰 #9

남지수는 하루하루가 마냥 밝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본연의 맑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대개는 아무리 맑고 순수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환경을 마주하면 그 성격이 희석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지수는 세상이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 속에서도 본인이 정한 삶의 방향성을 따르고, 내면의 순수성을 지켜내고자 한다.

김지연 본인을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편인가.

남지수 원래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 두려움이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우울함이 있었다. 또 가정 환경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그런 것들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숨기고 싶어했다. 그러다가 한번은 내가 정말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을 때 우울을 드러냈는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를 그냥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시작한 것 같다.

김지연 내가 단점을 드러내면,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내 괴로움을 드러내는 편이다. 모두가 우울함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주변의 누군가가 나를 보고 나도 그런데, 쟤도 저러네,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남지수 나도 그래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감사할 때 감사하고, 기쁠 때 기뻐하기로 했다. 예전에, 배달의민족에서 참치를 시키고 리뷰를 남긴 적이 있다. 요즘 우울하고,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참치가 맛있어서 너무 좋았다, 라고 썼는데 가게 사장님이 장문의 답글을 남겨주셨다. 그런 건 생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이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갈 길을 가시라, 라는 식의 말을 남겨주셨다. 그 말에서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그 뒤로도 사장님과 그런 답글을 몇번 주고받았다. 이런 사소한 일이 삶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도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김지연 학나경 외의 요소로 자신을 설명한다면.

남지수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위로와 공감’인 것 같다. 위로와 공감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고, 또 동시에 남에게도 나눠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고민이 있을 때, 정신적인 지지를 주고 싶다.

김지연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있는 곳에서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도 그런 의미인가.

남지수 내가 티비에 나오거나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나로 인해 행복해지고, (내가 하는 말이)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감정을) 많이 나누려고 한다.


김지연 친구가 적다고 말했는데, 의외로 사람과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것 같다.

남지수 사실 나는 태생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10대 시절을 돌아봐도, 앞에 나가서 사회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애였다. 그런데 취업 준비를 길게 하면서, 혼자가 되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하니까 갑자기 바뀌었다. 그런데 또 상황이 바뀌니, 사람들이랑 교류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얻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처한 환경이 나를 억누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김지연 대화를 해보니까, 배려심이 강한 느낌이다.

남지수 나는 상대방이랑 같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표정을 많이 살핀다. 지금 나랑 있는 게 즐겁나, 지금 피곤하지 않나, 등을 물어보기도 하고, 상대방을 끊임없이 체크하는 편이다. 내 시간이나 내 감정 같은 것이 (우선순위의) 뒤편으로 되더라도 그 사람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서도 또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


김지연 그렇다면 본인이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의 유형은 무엇인지.

남지수 예를 들자면, 예전에 스터디를 할 때, 긍정적이고, 말을 예쁘게 하고, 모임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얘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연락했다.

김지연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어야만 친해지는 것 같다. 자신이 닮고 싶은 유형의 사람과 친해지는 것 같은데.

남지수 맞다. 나는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할 때도, 같이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나에게는 쓸모 없는 일인데도, 순전히 사람이 좋아서 하는 일들이 많다.

김지연 궁극적으로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 속에 확실히 확립된 기준이 있으니까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한테 상처를 받는 것이다. 그렇게 타인을 신경을 쓰다가, 혼자 있을 때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법이 있다면.

남지수 명상을 한다. 나에게는 명상이 응급처치와 같은 느낌이다. 마음이 요동칠 때,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타인에게 집중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 나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명상은) 다른 사람의 속도를 신경쓰지 말고, 내 속도에만 집중하라고 말한다. 내가 눈 뜨고 싶을 때 눈을 뜨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고 하고 싶을 때 하라고 한다. 명상이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안정이 된다.

본인은 자신의 주장이 강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남지수는 단단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어지러운 세상에 놓여있을지언정, 아무리 관계에서 상처받을지언정,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얻고 즐거움을 얻는다. 그가 지닌 강한 배려심은 단지 ‘낮은 자존감’ 등의 뻔한 이유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그가 타인과의 관계에 민감한 이유는 그만큼 본인이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내뿜기 위해, 남지수는 본인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그는 본인을 가다듬고, 남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산하기 위한 과정을 걷고 있다.

작성자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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