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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나경 Oct 06. 2022

오롯이 경험하는 양가인

학나경 인터뷰 #11


운영진과 특별한 접점이 없었던 양가인은 스스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연락해왔다. 양가인은 삶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행위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 인터뷰 역시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김지연 타지에서 올라와서 살고 있다. 본인에게 서울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양가인 원래도 욕심이 많아서, 큰 물에서 놀아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서울로 올라왔는데, 막상 오니까 돈도 많이 들고,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 공간에 있기 때문에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것저것을 다 해보고 있다.

김지연 스스로가 단단해지게끔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되나.

양가인 맞다. (여러 경험을 하면서) 예전에는 이거 어떻게 하지, 고민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한다고 생각하고 한다. 최대한 감정의 동요를 딛고 그냥 될 때까지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한다.


긍정적인 건 별게 아니라, 그저 자신을 믿고 묵묵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양가인은 단단한 믿음을 바탕으로, 망설임 없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가고 있다.

김지연 밝은 면이 지배적인 사람 같아 보인다. 괴로울 때는 없는가.

양가인 물론 괴로울 때가 있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로 드러나지 않을 때 그랬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시적인 결과를 선호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과정도 곧 결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서 얻은 것은 완성된 결과물도 있지만, 고된 과정 속에서 얻는 경험과 추억에도 있다. 노력은 배신하기도 하니까, 과정에서 최대한 즐겁게, 후회 없게 하려 한다. 그러면 결과는 저절로 나올 거라 생각한다.

김지연 내가 좋아하는 짤 중에, 모 연예인이 한 말인데 ‘긴장하는 사람은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말이 있다. 결국 내가 감정을 그만큼 많이 쏟고, 진심을 다했기 때문에 힘든 거라고 생각한다. 매사에 진심인 사람은 더 힘들다.

양가인 그래서 나도 항상 누구보다 마음을 많이 쓸 거라는 걸 아니까 (괴로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묵묵히 살아갈 수 있는 건, 나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서 가능하다.

김지연 ‘과정에서 얻는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다시 태어나도 내가 태어난 삶 속에 살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도 그런 의미인가.

양가인 모든 경험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후회가 없다. 그때 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했지, 싶은 것들이 많다. 진심을 다해서 모든 걸 하기 때문에, 그 과정들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진심을 100%, 120% 다했기 때문에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결국 과정을 온전히 경험해야, 후회 없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걸음을 떼지 않으면 다음 걸음을 걸을 수 없듯이, 한 걸음 한 걸음을 충실하게 걷다 보면 분명 멀리까지도 갈 수 있다고, 양가인은 믿는다.

김지연 시간을 계획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에만큼은 내가 내 시간을 아낌없이 쓴다, 하는 일이 있다면.

양가인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글 읽기와 쓰기다. 피아노도 종종 친다. 손가락을 움직이면 감정적으로 편안해진다. 판단할 일이 많다 보니 이성적으로 살려고 하는 편인데, (이런 행위가) 감성적인 면을 유지해 준다.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 모두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김지연 감정 표현을 미루지 않는 편인가.

양가인 맞다. 감사에 대한 감정 표현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잘 하려고 하고, 주변 사람들을 많이 챙기는 편이다. 내가 이득을 바라지 않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더 나에게 좋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더 베풀고, 더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다. 사람이 현재에 만족하지 않으면 과거에 얽매인다고는 하지만, 나의 과거가 있어서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과거는 나 혼자서만 만든 게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있어서 만들 수 있었다.

김지연 본인이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경험이 소중한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양가인 정확하다. 경험은 즐거울수록 기억에 남으니까, 주변 사람들과 유의미한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양가인이 운영진에게 준 편지


김지연 선택을 할 때, 가장 우선에 두는 기준이 있다면.

양가인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한다.

김지연 어떤 측면의 성장인가.

양가인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가. 도전함으로써 얻어 가는 게 있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중에서는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을 택한다. 뭐든지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해야 사람이 단단해진다. 경험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것을 다 뽑아먹자는 생각이다. (만족스러운 경험이 아니더라도) 좋은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원치 않았던 결과로) 끝나면 아닌 거고. 그런 생각으로 (매 순간을 살아간다).


김지연 학나경 외적으로, 본인을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양가인 부드럽게 움직이는 힘이 있는 양가인이다. 나는 항상 움직이고 있다.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지만,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이는 힘은 단단한 신념으로부터 나온다.


언젠가는 역으로 운영진을 인터뷰해보고 싶다던 양가인은, 오히려 운영진에게 이 프로젝트를 더 열심히 해야할 동력을 제공해주었다.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인터뷰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고, 동시에 인터뷰어에게도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험하는 작고 큰 행위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나를 비롯한 누군가에게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게 내가 학나경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다.

작성자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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