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요리 따라하기

새우 알리오 올리오 편

by 돌아온 돌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 놓고 나면 이따금 아껴 쓰는 주물 웍을 꺼내고 점심 준비를 한다.

온전히 '나'를 위하여 준비하는 만찬.

낮술도 꽤 즐겨하는 편이라 주로 마시고 싶은 와인에 걸맞은 요리를 하곤 하는데, 오늘은 따라 하기 쉬운 step 1, 새우가 들어간 매콤한 알리오 올리오를 요리해보자.




한식보다는 양식을 주로 한지는 벌써 8년이 넘었다. 맛은 개취이기에 보장할 순 없지만, 최소 양식 요리 몇 가지는 김치찌개 끓이는 수준으로 레시피 확인 없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양식 킬러 남편 덕분이었다.


어디론가 해외여행을 떠나면 허투루 먹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분석을 해본다. 음. 뭐가 들어갔고 조미료는 뭘 쓴 것 같고. 대충 재료 파악이 끝나면 집에 와서 '실험'을 감행해본다.




우리 집엔 면수 냄비가 없다.


그 말인즉슨 그냥 닭 삶는 통짜 스텐 냄비에 면을 삶는다는 말.

흔히 파스타면을 삶을 때 면수 간을 '바닷물 짜기'정도로 해야 된다 한다. 소금은 면에 스며들어 간을 맞추기도 하지만 면을 보다 탱글탱글하게 만들어 준다는 과학적 사실을 최근에야 알아냈다.


하여, 소금을 미친 듯이 쏟아 넣는다. 맛은 보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넣어본다. 짠내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훅 불어오며 지글 끓어댈 때 준비했던 1인분의 면을 탁! 하며 집어넣는다.


면 삶는 시간은 8분이면 된다.

혹시 모르니 한 젓가락 입에 호로록 삼켜본다.

더 이상 뚝뚝 부러지지 않고 밀가루 냄새 없이 탱탱 입에서 살아 움직이면 냄비 불을 끈다. 육수는 절대 버리지 않도록 한다. 잠시 면을 육수에 담가 놓아도 괜찮다. 파스타면은 잘 불지 않기 때문에.




면을 삶는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주물 웍을 예열한다. 인덕션 5 정도가 적당했다 내 기준. 예열하는 동안 준비해놓은 페퍼론치노 다섯 개 정도를 칼로 썰어놓는다. 참, 마늘도 준비해야 된다. 나는 보통 마늘을 한 번에 구매해서 다진 다음 얼려놓는 편인데 이렇게 사용하면 요리할 때 꽤나 간편하더라.


미리 손질해놓은 새우는 물에 씻어서 키친타월로 물기를 잡아 놓고 대기시켜놓는다.


주물 웍에서 하이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예열을 마치면 화력을 8 정도로 올린 뒤 올리브유를 두른다.

넉넉히 두른 올리브유에 페퍼론치노 조각을 넣고 들들 볶는다, 페퍼론치노의 매운 기운이 감돌도록.

타지 않을 정도로 볶은 매운 기름에 다진 마늘을 넣고 역시 마늘과 페퍼론치노가 알맞게 어우러질 때까지 볶는다. 이때, 바질을 톡톡 털어 넣는다. 그러면 맛있는 냄새가 모락모락 내 코를 자극한다.


소금을 넣는다. 소금은 요리테이너들이 선보이는 캐주얼한 포즈로 넣어도 괜찮다. 나도 혼자 있을 땐 꽤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멋진 폼을 잡으며 넣곤 한다. 뭐 어떠나, 자기만족인 것을.


소금으로 간을 마무리하며 새우를 투하시킨다. 아 물론 소금 간을 2차로 해야 된다. 그래야 재료 곳곳에 밑간이 잘 베어 들어 좀 더 고차원 적 맛을 자랑하는 요리가 될 수 있다.


새우가 불그스런 빛깔을 자랑하면 마침 그때 다 익은 면을 넣고 파스타용 스텐 집게로 미친 듯이 면을 돌린다. 면수도 잊지 않고 국자로 떠서 넣어야 맛이 좋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리면 대망의 나를 위한 영혼의 파스타가 완성되는 것이다.




나를 위한 영혼의 파스타, 술을 마시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요리가 끝나고 맛을 본다.

집 바 테이블에서 한 포크 해보니 분위기가 비스트로 저리 가라다. 나를 위한 영혼의 음식, 나만을 위로해주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어쩐지 혼자 하는 식사가 어색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이렇게 날 위해 정성을 다하고 나면 내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는 느낌이 들곤 한다.


나처럼 자존감을 잃어버려 마음고생을 한다면 자신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선사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내게 대접받는 소중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아 강력 추천한다.


영혼을 위한 치킨 수프 대신,

오늘 점심 영혼을 위한 알리오 올리오 한 접시는 어떠실지.


아 다 좋았는데, 쌓인 설거지가 한가득이다.

설거지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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