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프 부르기뇽 편
내가 처음으로 도전한 음식은 떡국이었다.
멸치를 스무 마리가량 넣고 조선간장 대신 양조간장으로 진하게 우려낸 아주 희한한 떡국.
이른바 요리 똥손 시절의 추억.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랬던 내가 요리에 애착을 갖게 된 건 우리 남편 덕분이었다.
신혼 시절, 나의 유일한 낙은 남편의 퇴근 맞이. 남편이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그를 기다리던 시간이 왜 이렇게 설레고 가슴이 뛰던지. 그렇게 하나씩 하면서 늘게 된 요리실력은 결혼 9년이 되자, 레시피를 보지 않아도 섭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남편은 양식 러버다.
매콤한 찌개에 샛노란 노른자가 탱글탱글한 반숙 프라이도 좋아하지만, 가볍게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파스타나 스튜 등을 주로 즐겨 먹는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의 요리실력은 한식에 비해 양식이 월등히 늘게 되었고, 주말이면 와인 애호가인 우리 부부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양식을 즐겨 먹게 되었다.
그러다 마주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가정식, '뵈프 부르기뇽'. 우리나라로 치면 갈비찜과 같은 요리이다.
미국의 유명한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가 전파한 시그니처 요리이기도 한 '뵈프 부르기뇽'은 질 낮은 고기도 최고급 요리로 변신시킬 수 있는 마법을 지닌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요리이다.
*미국의 요리연구가이자 셰프. 60~70년대 미국에 프랑스 요리를 소개해 대중화시켰다. 옛날 요리계를 휘어잡던 고든 램지 같은 유명한 셰프의 원조격 인물인 셈.
-출처 : 네이버 나무 위키 (https://namu.wiki/w/줄리아%20차일드)-
'뵈프 부르기뇽'은 원문 그대로 해석하면 부르고뉴 지방의 소고기 찜 요리이다. 여기서 '뵈프'는 영어로 'beef' 소고기를 뜻하고, '뵈르기뇽'은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집들이 요리 중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코 갈비찜이 1위일 것이다. 어느 나라나 소고기 찜 요리는 힘이 들기는 매 마찬가지인가 보다. '뵈프 부르기뇽'이라는 어려운 발음처럼 어렵고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비주얼도 멋지고, 맛도 환상적이라 손님 대접용 요리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요리이기도 하다. 요리에 자신이 없어도 이런 멋진 요리 하나쯤은 마스터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준비했다. 오늘의 요리 '뵈프 부르기뇽' 쉽게 따라하기.
: 소고기 1kg (부채살을 사용했지만 양지처럼 국거리용 소고기도 괜찮음)
밀가루 적당량
당근, 양파, 양송이버섯 기호껏
다진 마늘 한 숟가락
비프스톡, 버터(생략 가능)
토마토페이스트(없으면 홀토마토로도 대체 가능)
베이컨
와인(부르고뉴 와인이 정석이나, 피노누아면
어느 나라든 상관없음), 코냑(생략 가능)
타임, 정향(생략 가능), 월계수 잎
소금과 후추 적당량
원래 '뵈프 부르기뇽'은 최소 12시간, 최대 3일의 숙성을 요하는 요리이다. 요리시간만도 3-4시간은 족히 걸리는 복잡한 요리이지만, 나는 이 요리를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해 보고자 여러 가지 요리방법을 섞어서 완성시켰다.(줄리아 차일드 정통방식은 아님)
먼저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해둔다.
양파는 찌개 끓일 때처럼 엄지손만 한 크기로 준비하고, 당근은 양파 크기와 비슷하게 편하게 썬다.
버섯은 한 번만 썰어도 된다. (사실, 재료 손질은 개인의 기호대로 편하게 해도 괜찮다)
소고기는 깍둑썰기로 먹기 좋게 썬다.
여기까지 재료 손질이 끝났으면,
올리브유를 두른 냄비에 버터 한 숟갈을 넣고 타임(향신료) 가루를 톡톡 넣는다. 그리고 베이컨을 넣어 달달 볶는다.
베이컨이 어느 정도 익었으면, 그릇에 건져놓고,
소고기를 씻지 않은 냄비에 그대로 투하하고 밀가루를 적당량 뿌린다.(밀가루를 넣은 소고기는 코팅이 되어 겉은 바삭하고 육즙이 빠져나오는 것을 막아줘 고기의 풍미를 더욱 살릴 수 있다)
이때, 소금간과 후추 간을 살짝 가미한다.
고기가 어느 정도 맛있는 갈색 빛이 돌면 다른 그릇에 꺼낸 후, 그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야채를 둘둘 볶는다.
이때에도 소금 간을 잊지 말고 꼭 하도록 한다.(밑간이 잘 베어야 맛의 레이어가 잘 잡혀 고급진 맛이 완성된다.)
야채가 어느 정도 익었으면,
익혀 놓은 소고기와 베이컨을 넣고 부르고뉴 와인을 반 병 정도 붓는다. 비프스톡은 아빠 숟갈로 한 스푼이 좋다. 토마토 페이스트도 함께 넣는데, 나는 캔 따개가 없어 홀토마토로 대체하였다. 마지막으로 타임과 월계수 잎, 정향과 마늘 한 숟갈을 넣고 중불에서 한 소금 끓은 뒤 약불에서 2시간을 익혔다.
2시간 동안 브런치도 하고 유튜브도 시청하며 코끝을 자극하는 맛 좋은 냄새에 설레는 기다림을 하였다.
중간중간 뚜껑을 열어 저어주는 것도 잊지 말자.
참, 또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버섯.
버섯은 식감을 위해 따로 올리브유에 볶아 준비해 둔다.
약속한 두 시간이 지났다. 따로 준비해 둔 버섯을 넣고 약 10분가량 더 끓인다.
그렇게 그 이름도 어려운 프랑스 가정식 '뵈프 부르기뇽'이 완성되었다.
가열되면서 날아간 와인 알코올 대신 남은 포도의 진한 깊은 맛과 각종 향신료의 향긋한 복합미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침샘을 자극 시킨다. 감칠맛이 혀 끝을 맴돌며 새침한 듯 혀를 톡 쏘아 식욕을 돋우는 정교한 맛. 어떤 말로도 형용하기 어려운 최고의 음식이 약 두 시간 반 만에 완성되었다.
원래의 레시피라면 훨씬 더 복잡한 게 사실이다.
먼저 고기와 야채를 와인에 절여 숙성 시켜야 되는데 최소 12시간, 3일은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한다.
나는 간단하게 멋진 요리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생략 가능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였고, 막 입인 내가 맛보았을 때 편하게 만들었을 때와 정식 레시피대로 했을 때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제 아무리 멋지고 훌륭한 음식도 만들기 번거롭고 어렵다면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프랑스요리는 정찬 중심으로 발전해서 우리가 의외로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간단히나마 시도해본다면 미식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마음에서, 이렇게 멋진 음식을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요리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부터 이거 하나쯤은 대단한 맛을 선보일 수 있는 요리까지.
그것이 나에겐 '뵈프 부르기뇽'이었고, 영혼의 음식 같은 거였을 것이다.
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힘이 있다.
힘이 들 때 위로가 돼주기도 하고, 기쁠 때 그 행복을 배가 시켜주기도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음식을 함께 나눌 때 그 훌륭한 힘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고, 우리는 더욱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laura vitale와 줄리아 차일드 레시피를 참조하여 만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