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스토리가 있는 체험은 오래 기억된다

『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 스물 아홉번째 이야기

by 멘토K


사람들은 풍경보다 이야기를 오래 기억한다. 똑같은 산을 걸어도 누군가 그 길에 얽힌 전설을 들려주면 기억은 더 깊어진다.


마을에서 밥을 먹을 때도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라는 인상보다, 그 음식이 어떤 사연으로 이어져 왔는지 알게 되면 마음에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체험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다.


강원도 정선의 아리랑 체험을 떠올려보자.


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정선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연과 함께 마을 사람들이 노래를 이어온 이야기를 듣는다.


노래 한 소절을 배우는 순간, 관광객은 단순한 체험자가 아니라 아리랑의 역사를 잇는 작은 주체가 된다.


정선군은 이를 위해 공연만이 아니라 노래의 배경, 광부와 농부들의 삶을 함께 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덕분에 사람들은 단순한 노래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삶을 기억한다.


전남 담양의 대나무 공예 체험도 비슷하다.


대나무를 깎아 작은 바구니나 부채를 만드는 경험은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건 장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 대나무는 우리 마을에서 50년 넘게 자란 거예요. 옛날에는 혼례 때 이 바구니를 꼭 썼죠.”


관광객은 손끝에 닿는 대나무의 질감 속에서 세월과 문화를 느낀다.


이야기가 없는 체험은 단순한 기술 배우기에 그치지만, 이야기가 더해지면 그것은 ‘역사와 연결된 추억’이 된다.


제주의 해녀 체험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바다에 들어가는 체험 자체가 아니라, 해녀가 들려주는 삶의 서사에서 나온다.


“어린 시절 열두 살 때 처음 바다에 들어갔어요. 파도가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가족을 위해 꼭 바다에 나가야 했지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잠수복을 입는 순간, 관광객은 단순한 바다 체험이 아니라 해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해녀 체험은 단순 관광이 아닌 제주 공동체의 스토리텔링 자산이 된다.


해외에서도 스토리와 체험의 결합은 핵심 전략이다.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에서는 단순한 하이킹이 아니라, 원주민 가이드가 숲과 산에 얽힌 전통 신화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같은 풍경도 신화와 전설을 곁들여 듣는 순간,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영혼이 깃든 장소’로 다가온다.


이탈리아 시에나의 ‘팔리오 축제’도 그렇다.


단순히 경마 경기로만 본다면 짧은 이벤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축제에는 중세부터 이어져 온 마을 간의 경쟁과 연대, 그리고 수백 년간 이어진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관광객이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수백 년 전부터 계속된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스토리 있는 체험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감정에 흔적을 남긴다.

단순히 손으로 하는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이야기가 담기면 감정과 연결되어 오래 남는다.


둘째, 공감과 관계를 만든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 주민과 관광객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삶을 공유하는 동반자가 된다.


셋째, 재방문을 유도한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그다음 챕터를 보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 한다.


머무는 힘은 결국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체험에 서사를 불어넣을 때, 그 체험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인생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풍경은 눈에 담기지만, 이야기는 마음에 새겨진다.


그래서 지역이 가진 진짜 경쟁력은 장소 자체가 아니라, 그 장소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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