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초원의 탄생, 창업의 시작, 네번째 글
테무친이 아버지를 잃은 날, 초원은 조용했다.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었다.
보호받던 시절은 끝났고,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아버지의 죽음은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그에게 ‘리더십’이라는 낯선 단어를 가르쳐주었다.
세상을 이끌기 전에, 먼저 자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의 아버지는 부족의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힘과 혈통에 의존했다.
아버지가 사라지자 부족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충성은 사라지고, 남은 건 생존의 본능뿐이었다.
테무친은 그때 깨달았다.
“사람은 지도자를 따른다기보다, 상황을 따른다.” 권위가 아니라 신뢰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걸.
리더십의 빈자리는 바로 그곳에서 탄생한다.
누군가 떠났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진짜 리더의 자격.
그 후의 삶은 끊임없는 결핍이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형제들을 이끌며 살아야 했다.
배고픔보다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그는 그 속에서도 배웠다.
아버지가 남기지 못한 리더십, 즉 ‘사람을 지키는 힘’을. 힘으로는 순간을 버틸 수 있지만, 신뢰로만 지속이 가능하다는 걸 그는 본능처럼 깨달았다.
그가 처음으로 만든 공동체는 단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약속 하나하나를 지키며 사람들을 묶었다. 그는 나약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의지가 강했다. 리더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임을 그는 몸으로 배웠다.
창업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첫 번째 위기가 닥칠 때, 창업자는 자신의 ‘리더십의 실체’를 마주한다. 초기엔 모두가 비전을 외친다.
하지만 자금이 줄고, 팀이 흔들리고, 실패가 쌓이면 사람들은 지도자를 바라본다.
그때 필요한 건 지식도, 기술도 아니다. ‘신뢰’다.
테무친이 배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권위를 모방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만의 리더십을 만들었다. 명령보다 약속을, 공포보다 신뢰를 선택했다. 그는 전쟁터에서조차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포로로 잡은 적에게도 “항복하면 살려주겠다”고 한 말은 반드시 지켰다.
그가 만들어낸 제국은 무력보다 신뢰의 연쇄로 세워졌다.
나는 종종 리더십을 ‘부재의 기술’이라 말한다.
진짜 리더는 존재감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없어도 시스템이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란 테무친은 바로 그 기술을 배웠다. 그는 자신이 없어도 부족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책임을 나누고, 결정을 위임했다. 오늘날 말하는 ‘자율조직’의 시초였다.
리더십의 본질은 통제보다 방향에 있다. 아버지가 사라진 뒤 테무친은 혼란 속에서도 늘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생각했다. 리더가 방향을 잃으면 공동체는 흩어진다.
스타트업도 같다. 시장이 흔들리고, 상황이 급변할수록 리더는 더 단순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질문이 팀의 나침반이 된다.
아버지의 부재는 외로움이었지만, 동시에 자립의 시작이었다. 그는 그 외로움을 이겨내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만들었다. 모든 창업가도 마찬가지다. 멘토, 투자자, 조언자가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 의지할 건 자기 안의 방향감뿐이다. 남이 그어준 선이 아닌, 스스로 만든 기준이 필요하다.
테무친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빈자리를 ‘관찰의 시간’으로 삼았다. 그는 타 부족의 리더를 관찰했다. 누가 사람을 얻고, 누가 잃는지, 그 차이를 기록했다. 그는 배우는 리더였다. 모든 리더는 배워야 한다. 관찰 없이 통찰은 오지 않는다.
나는 현장에서 수많은 리더를 만나며 깨달았다. 좋은 리더는 위기 때 빛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 때 ‘조용히 듣는 사람’이다. 리더십은 말로 쌓이는 게 아니라, 경청으로 만들어진다. 테무친은 늘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병사들의 두려움을, 장수들의 불만을, 백성의 기대를. 그는 리더로서 말하기보다 들음으로 신뢰를 얻었다.
그가 아버지를 잃지 않았다면, 아마 평범한 부족장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리더십의 결핍이 그를 리더로 만든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결핍은 때로 가장 강력한 선생이다. 창업의 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조언이 사라지고, 안전망이 끊기는 순간이 오면 그때야 비로소 진짜 리더가 만들어진다.
아버지의 리더십이 혈통이었다면, 테무친의 리더십은 관계였다. 그는 사람을 지배하지 않고 설득했다. 권위로 움직이지 않고 공감으로 움직였다. 초원은 넓었지만, 그는 늘 가까이 있었다. 함께 먹고, 함께 싸우고, 함께 두려워했다. 리더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창업가에게 이 이야기는 특별한 메시지를 남긴다. 리더십은 처음부터 완성되는 게 아니라, 상실을 통해 다듬어진다는 것. 누군가를 잃고, 무언가가 무너질 때 비로소 리더는 ‘스스로의 리더십’을 만든다.
테무친은 말없이 초원을 걸었다. 어머니와 동생들을 이끌며,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 침묵 속에서 리더가 태어났다. 그는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신을 바꿨다. 그게 리더십의 시작이었다.
아버지가 사라진 그날, 소년은 울지 않았다.
대신 다짐했다. “나는 다르게 이끌겠다.”
그 다짐이 훗날 제국을 세웠다.
리더십은 위대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결핍 속에서, 책임이 무게로 다가올 때 조용히 피어난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딘 사람만이, 세상을 이끄는 자가 된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