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초원의 탄생, 창업의 시작, 다섯번째 글
테무친이 초원에 첫 깃발을 세웠을 때, 그의 곁에는 열 명의 동지가 있었다.
그들은 부와 권력으로 모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배고픔을 함께 견딘 자들이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서로의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않던 시절, 그들은 ‘한 무리’가 아니라 ‘한 팀’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징기스칸이라는 이름도 없었을 것이다.
창업의 시작도 같다.
혼자서 시작하지만, 결국 팀으로 살아남는다. 아무리 뛰어난 창업가라도 함께할 동지가 없다면 방향은 있어도 지속은 없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때 버틸 수 있는 건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다. 테무친이 초원에서 배운 첫 번째 생존의 법칙도 그것이었다.
“혼자는 빠르지만, 함께해야 멀리 간다.”
그가 동지를 모을 때 기준은 단순했다. ‘같은 방향을 보는가, 아니면 같은 이익을 보는가.’
그는 두 번째 사람을 경계했다.
이익은 언제든 변하지만 방향은 신념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스타트업의 팀 빌딩도 이 원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돈 때문에 모인 사람들은 위기 앞에서 먼저 떠난다.
하지만 신념으로 모인 사람들은 위기 앞에서 더 단단해진다.
테무친은 첫 번째 동지인 자무카와 함께 성장했다.
그러나 둘은 끝내 결별했다. 이유는 단 하나,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자무카는 귀족적 혈통으로 세상을 다스리려 했고, 테무친은 평민과 함께 세상을 바꾸려 했다.
리더십의 본질은 방향 설정이다.
누군가를 따라오게 만드는 힘은 말이 아니라 ‘가야 할 곳을 아는 확신’에서 나온다.
그는 동지를 선택할 때 늘 묻곤 했다.
“네가 나를 따르겠는가?”가 아니라 “우리의 비전을 믿겠는가?”였다.
그래서 그와 함께한 사람들은 ‘부하’가 아니라 ‘동지’였다.
그들에게 테무친은 명령자가 아니라 신뢰의 중심이었다.
신뢰는 명령보다 강했다. 한 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손해를 감수했고, 한 번의 배신을 막기 위해 스스로 위험을 무릅썼다. 이런 리더에게 사람은 자발적으로 따른다.
나는 종종 스타트업을 ‘현대판 부족’이라 부른다.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고, 생존이 걸린 조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부족은 오래가지 못한다. 부족은 혈연으로 이어지고, 이해관계로 유지된다.
하지만 팀은 신념으로 엮인다. 테무친은 부족을 팀으로 바꾸었다.
혈연보다 신뢰, 이익보다 목표를 앞세웠다.
그래서 그의 조직은 유연했고, 외부 인재가 쉽게 합류할 수 있었다. 그게 ‘개방형 조직’의 시작이었다.
오늘날 많은 리더들이 테무친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사람을 관리하려 하지 말고, 신념으로 연결해야 한다.
관리의 리더십은 피로를 부르고, 신념의 리더십은 에너지를 만든다.
테무친은 명령하지 않고 설득했다.
그가 전쟁을 앞두고 늘 했던 말은 “이 싸움은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였다.
그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스타트업의 리더가 해야 할 일도 같다. 팀원들이 ‘이 일은 나의 일이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
테무친의 열 명의 동지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을 가졌다.
누군가는 전투를, 누군가는 정보 수집을, 또 누군가는 말과 식량을 관리했다.
이 구조가 바로 ‘십인제’의 원형이다. 작은 단위의 팀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도록 설계된 조직.
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았다. 대신 신뢰를 기반으로 자율을 주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애자일(Agile) 구조와 닮았다.
그는 실패한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
대신 실패의 원인을 함께 분석했다.
“왜 졌는가?”가 아니라 “다음엔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물었다. 그 질문이 팀을 성장시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빠르게 학습한다.
스타트업도 그렇다. 잘된 조직은 실패를 공유하고, 나쁜 조직은 실패를 숨긴다.
실패를 감싸는 문화는 리더가 만든다.
테무친은 늘 인간을 먼저 보았다. 그는 능력보다 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배신하지 않는 사람, 말을 지키는 사람, 위기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
그가 세운 제국은 그런 사람들의 집합이었다. 능력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는 함께 겪어야 드러난다.
그래서 그는 동지를 전장보다 일상에서 검증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었다.
팀을 만든다는 건 사람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초원에서의 동맹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었다. 함께 고통을 겪은 관계였다.
테무친은 전쟁의 전리품보다 ‘함께 버틴 기억’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스타트업의 팀도 같다.
급여보다, 복지보다 중요한 건 함께 버텨온 시간이다. 그 시간이 신뢰를 만든다.
창업가에게 팀은 거울이다.
팀이 흔들릴 때는 리더의 신념이 흔들릴 때다. 테무친은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늘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초원을 하나로 만들 것이다.”
그 비전은 단순했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리더의 말이 길어질수록 신뢰는 약해진다. 짧고 명확한 비전이 팀을 묶는다.
지금의 스타트업도 초원 위에 있다. 불확실하고, 거칠고, 언제 어디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도, 마케팅도 아닌 ‘사람’이다. 결국 살아남는 조직은 서로를 믿는 조직이다.
테무친은 한 번의 전쟁보다 한 번의 약속을 더 두려워했다.
약속을 어기는 건 적을 잃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잃는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만든 열 명의 동지들은 훗날 수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초원을 통합했다.
부족에서 팀으로, 관계에서 신념으로.
그 변화의 시작은 리더의 진심이었다.
창업가에게 핵심 동지는 인재가 아니라, 비전을 함께 품은 사람이다.
테무친이 초원을 얻은 것은 싸움의 승리 때문이 아니라,
그가 끝까지 믿은 열 명의 동지들 덕분이었다.
리더는 결국, 함께할 사람을 찾는 여행자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