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초원의 탄생, 창업의 시작, 여섯번째 글
초원의 바람은 빠르게 정보를 옮겼다. 누가 싸움에서 이겼는지, 어느 부족이 새로운 지도자를 세웠는지, 누가 배신했는지. 테무친은 그 바람을 읽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초원에서는 힘보다 정보가 빠르다.”
그는 그때부터 전쟁보다 먼저 ‘사람’을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그 시작이 바로 초원의 네트워킹이었다.
테무친이 처음 네트워크를 만든 건 권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서였다.
아버지가 죽고 부족이 해체된 뒤, 그는 적이 될 수도 있는 이웃 부족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가 내민 건 무기나 협박이 아니라, 작은 거래였다. 말 한 필을 식량으로 바꾸고, 정보를 물물교환했다.
초원에서의 네트워킹은 생존의 기술이었다. 신뢰는 한 끼 식사처럼 쌓였다.
창업가에게도 이건 다르지 않다.
시장에 처음 나올 때는 누구도 당신을 모른다. 브랜드가 없고, 이름이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바로 관계다.
관계는 첫 고객으로 가는 다리다. 테무친은 자신을 알리는 대신 상대를 먼저 들었다.
그가 만난 사람들에게 늘 묻던 말은 “무엇이 필요하오?”였다. 그 질문이 시작이었다.
오늘날의 마케팅 언어로 바꾸면, 그것은 ‘고객의 Pain Point를 묻는 것’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자신이 팔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테무친은 반대로 상대의 부족함을 먼저 들었다. 초원의 거래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그는 ‘주는 자’가 되었다. 정보 한 조각을 나누고, 도움을 주면, 며칠 뒤엔 반드시 다른 부족에서 소식이 돌아왔다. 이것이 네트워크의 법칙이다. 먼저 주면 반드시 돌아온다.
그는 초원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었다.
말이 정보를 옮기고, 여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장터에서 소문이 퍼졌다. 그는 이 모든 경로를 활용했다.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그의 이름은 초원 곳곳에 전해졌다. 신뢰는 전염됐다.
스타트업의 초기도 그렇다. 마케팅 예산이 부족할 때는 관계의 힘이 광고보다 강하다.
입소문은 가장 오래가는 마케팅이다.
테무친은 ‘첫 고객’을 얻는 데도 탁월했다.
그는 자신을 홍보하지 않았다. 대신 ‘해결자’로 자리 잡았다.
어떤 부족이 식량난을 겪을 때, 그는 남는 가축을 나눴고, 어떤 부족이 분쟁으로 위기에 처하면 중재에 나섰다. 그는 거래보다 관계를 먼저 쌓았다. 관계는 곧 신뢰가 되고, 신뢰는 수익이 되었다.
첫 고객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나는 수많은 스타트업을 보며 느낀다.
첫 고객은 판매로 얻는 게 아니라, 공감으로 얻는 것이다. 고객은 제품보다 사람을 믿는다.
테무친은 ‘사람의 신뢰’를 상품처럼 다뤘다. 그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고, 정보를 왜곡하지 않았다. 초원에서 거짓은 한순간에 퍼진다. 신뢰를 잃는 건 곧 생존권을 잃는 것이다.
오늘날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뢰는 한 번 잃으면 복구되지 않는다.
그는 네트워킹의 본질을 알고 있었다.
네트워킹은 인맥이 아니라 관계의 시간이다.
단 한 번의 만남이라도 그가 진심으로 대하면, 그 사람은 다시 그를 찾았다.
초원에서는 형식보다 ‘감정의 교환’이 중요했다. 손을 내밀어 말 한 마디, 따뜻한 시선 하나.
그는 늘 사람을 ‘존중’으로 대했다. 리더는 결국 관계의 깊이로 평가받는다.
테무친의 관계망은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신뢰 네트워크’였다.
그는 관계를 숫자가 아닌 품질로 관리했다. 부족이 많아질수록 그는 중심을 넓히지 않고 깊이를 쌓았다.
한 사람과의 약속을 지켜야 다음 사람에게로 신뢰가 이어진다는 걸 알았다.
관계의 깊이가 곧 조직의 강도였다.
그의 동지들은 대부분 이런 관계에서 태어났다.
거래에서 만났고, 신뢰를 주고받으며 동지가 되었다. 결국 고객은 파트너가 되고, 파트너는 동료가 된다.
스타트업의 첫 고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동지다. 그들은 당신의 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하고, 피드백을 주고, 세상에 소문을 낸다. 첫 고객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함께 시장을 만들어가는 협력자다.
테무친은 초원의 네트워크를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그는 소문을 관리했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돌면 직접 찾아가 설명했고, 긍정적인 소문은 확산되도록 도왔다. 스타트업의 평판 관리도 이와 같다. 침묵은 곧 오해를 낳는다. 초원에서든 시장에서든, 관계는 관리가 아니라 돌봄이다.
그의 네트워킹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먼저 믿고, 나중에 기대하라.” 그는 사람을 이용하지 않았다.
먼저 믿고, 함께 시간을 쌓았다. 그 믿음이 초원의 질서를 바꿨다.
리더십의 본질도 결국 신뢰다. 신뢰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주는 순간부터 만들어진다.
나는 현장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첫 고객을 얻고 싶다면, 먼저 고객이 되어보라.”
테무친도 같은 방식으로 살았다. 그는 먼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그게 네트워킹의 시작이다.
상대를 이기려 하지 않고, 이해하려 했다. 그 시선의 차이가 관계의 질을 결정했다.
오늘의 창업가에게 초원의 네트워킹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잠재적 고객이자 동반자다.
그들과 나눈 말, 표정, 약속 하나가 당신의 브랜드를 만든다.
테무친의 성공은 결국 ‘사람의 힘’을 믿은 결과였다.
초원은 넓었지만, 그는 사람의 마음으로 길을 냈다. 첫 고객은 그렇게 찾아왔다.
리더는 혼자서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그를 믿는 한 사람, 그리고 그 한 사람의 친구들이 세상을 바꾼다.
초원에서의 네트워킹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신뢰의 지도였다.
그 지도 위에 길을 낸 자가, 결국 초원을 정복했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