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크루즈 전 유니버설 스튜디오?

왜 그런 거야! 왜!

by MamaZ Mar 07. 2025

4 가족 중 가장 먼저 플로리다에 도착한 우리는 순간 "이거 뭐지?" 하며 멈칫했다. 확인했던 온도와 실제 온도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에 첫 발을 내딛는데 우리가 사는 곳과 별반 차이가 없는 찬 바람은 순간 우리가 얼마나 옷을 얇게 챙겨 왔는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플로리다에 이상기온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반바지에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다녀야 할 곳에 눈이 10인치나 내렸고 찬바람이 불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평소 히터라는 기계를 쓸 일이 없던 이곳은 오늘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야만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로 후들후들 추운 날씨다.


우린 2달 전에 이상기온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유니버설 스튜디오 티켓과 페스트 트랙 티켓을 같이 구매했었다. 분명 유명한 관광지에 사람들은 많을 테고 줄은 길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페스트 트랙은 비록 비싸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줄 테니 마음껏 신나게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누빌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단방에 깨졌다.


영하의 날씨에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일도 없던 나는 남편에게 환불을 알아보라 했으나 환불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남편은 강력하게 돈 때문에라도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 가야지. 낸 돈이 얼만데!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오기 싫은데 환불이 안돼서 어쩔 수 없이 온 사람들 말이다. 그들을 보니 동지애를 느낀다. 그래 우리 이렇게 추운 날 즐거운 추억 만들어 보아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옷을 껴입고 껴입었지만 너무 추웠던 우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기념품 가게에 들러 뭐라도 하나 더 두를 게 있나 찾아보았다.


해리포터에 환장하는 따님은 주섬주섬 Gryffindore 목도리와 모자를 집어와 사달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안 된다고 하겠지만 이 추운 날 애가 감기 걸리는 것보다 그래서 크루즈에서 아픈 것보단 나을 테니 허락을 하였다. 나 역시 너무 추웠지만 나의 패션 센스와 맞아떨어지는 목도리는 없어 보인다. 목덜미가 추워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절대 해리포터 목도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다짐을 하며 가게를 나섰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웬만한 탈것들이 실내에 있기에 후다닥 걸어서 건물로 이동하면 된다. 하지만 기다리는 곳마저도 찬바람이 불어 서있기가 힘든 날씨였다. 페스트 트랙을 샀는데 줄 서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페스트 트랙을 쓸 이유도 없어 보인다. 아... 우리가 낸 돈이 얼만데!!! 그래도 참아야 한다.  징징거리면 안 된다! 춥다고 못 타겠다고 하면 안 된다!


추위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던 나와 남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났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거의 모든 탈것은 3D 안경을 쓰거나 화면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들이 많은데 우리 둘 다 그런 걸 타기엔 이제 너무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돈이 아까워서 우린 웬만한 탈것을 다 탔고 패스트트렉을 쓰며 쉼도 없이 탔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계속 이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 토할 것 같애.

진짜 토할 것 같다.

멀미가 너무 난다.

아 머리가 너무 아파.  


하지만 남편과 나는 다시 한번 우리가 낸 돈이 얼마인지를 서로에게 상기시킨다.

참아야 하느니라.

토할 것 같지만 참아라.

입을 막고 참아야 하느니라.


나는 너무 추웠고 멀미가 났고 하루종일 웅크리고 다닌 어깨 위에 코끼리가 올라가 있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게다가 비까지 온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추운데 바람도 부는데 비까지 오자 나는 결국 나의 패션의 기준을 낮춰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해리포터 Ravenclaw 목도리를 사서 둘러맸다. 블루에 그레이... 그래 나쁘지 않아. 목도리에 박힌 까마귀 대가리가 보이지 않게 옷 속에 꾹꾹 구겨 넣자 나름 괜찮다. 아무리 추워도 까마귀를 보이게 목도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 패션과 현실의 타협점이라고 하자.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일정을 마치고 가까운 한국음식점을 찾아갔다.

뜨거운 국물.

그래 우리에겐 그런 국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멀미가 가시지 않는다. 고개를 살짝 돌려도 온 세상이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숙소에 돌아가서 가장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샤워를 했다. 뼛속까지 시렸던 추위를 씻어내려고 말이다.


오늘 밤 탈 나는 거 아냐?

아... 죽겠다.


다시는 놀이공원에 가지 않을 거라 남편과 다짐하며 잠에 들었다.


과연 난 내일 크루즈에 탈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Disney 캐릭터들 다 모여!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