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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e 육은주 Oct 20. 2023

솥바위를 아시나요

일본의 근대화의 배경에는 조슈번 야마구치현이 자주 등장한다. 근대화의 시조라 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를 배출하고, 일본 산업의 설계자인 에이치 시부사와, 아베 전 총리는 이 고장 출신임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한다.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산업발전에 누구보다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탈법을 저지르는 재벌이라고 비난받고, 그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산업화 1세대 기업 경영인, 삼성의 이병철가문, LG 구인회가문, 효성 창업주 가문 등을 다수 배출한 곳이 있다. 한국 자본주의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고장, 바로 경상남도 의령이다. 대한민국 토착 사업가들의 성지이자,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일본 벤치마킹을 본격적으로 착수한 '별같은' 기업인들의 고향이다. 

재미나게도 이 지방 출신 창업주들은 모두 한 초등학교에서 동문수학한 동무들이고, 하나같이 기업 이름을 별과 관련해서 지었으며-삼성, 금성, 효성-  사돈관계- 삼성가와 LG가- 까지 맺은 떼려야 뗄수없는 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슈번과 그 인물들에 관해 학문적으로도 많이 연구되어온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경남 의령이라면 지명조차 생소한 이들이 대부분이고, 연구는 커녕, 그저 재벌들의 부자 기운을 받자는 생가 관람 코스 상품이 지자체 단위에서 관광코스 상품 정도로 논의되다가 그마저도 흐지부지되는 정도에 이르고 있다.

필자도 의령이라는 지방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미국 글로벌 기업에서 홍보 책임자로 일할 당시, CSR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지방 신문과 언론사 경영진들을 초대했고, 그 자리에서 우연히 합석한 테이블의 의령 지방 언론인에게서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고향이고, 생가가 보존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이전까지 삼성하면 대구에서 조그만 무역상 삼성상회로 시작했다는 것이 삼성의 탄생에 관해 알고 있는 나의 얕은 지식이었다.

그러면 부산에서 승용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조그마한 지방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이런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동 시대에 배출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없는 결과는 없다. 그것이 궁금해서 의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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