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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다 Dec 11. 2023

종잡을 수 없어라

 단 하루, 아니 몇 시간 혹은 몇 분 차이로도 기분이 룰러코스터를 타는 삶은 참 피곤하다. 분명 어제 나는 기분이 꽤 나쁘지 않았고 심지어 즐겁기까지 했다. 동생과 춘천에 놀러 가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아침 8시 무렵 용산에서 출발하는 ITX열차를 탔다. 이어폰을 꽂고 정신없이 졸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달했다. 잠시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우리는 소양강 댐을 향해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달려 소양강댐 정상에 도착했다. 날이 춥고 흐렸지만 풍경이 아름답고 고요한 정취가 느껴졌다.


 청평사를 왕복하는 작은 배를 타고 건너편에 도착하니 이내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햇빛이 쏟아지면서 물이 더욱 맑게 빛났다. 기분이 업되어서 청평사로 가는 언저리에 있는 구송폭포까지 올라가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도 말 그대로 산수를 즐기며 추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깔깔댔다. 마치 인생도 그렇게 맑아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잔뜩 들떴다.


 


 우울증인지 조울증인지 우리의 증상 중 하나는 들뜨고 난 뒤에 그만큼 심하게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맛있게 철판닭갈비를 먹고 카페에 와서 시간을 보낼 때까지 우리는 꽤 들떠 있었다. 하지만 점차 날이 저물고 집에 돌아갈 때쯤 갑작스레 일에 대한 생각, 앞으로 이 직업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데 따른 막막함이 들기 시작했다. 도무지 왜 그렇게 사고가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돌아오는 열차에서 동생은 갑자기 타로카드 점집을 찾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이 더욱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타로를 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가 있어? 맨날 보고 나서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더 우울해하는 걸 알기에 더욱 그랬다. 결국 투닥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서 눈을 뜬 오늘, 어제의 피로의 여파인지 몸은 쑤시고 기분은 가라앉았다. 지저분한 집안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동생을 타박하며 부산스럽게 밀대를 밀어대고 쌓여 있는 빨랫감을 갰다. 신경질스러운 손길에 옷가지는 거의 허공을 날아다녔다. 청소를 대강 끝내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배달한 반찬을 먹었다. 그런데 항상 이런 날은 정말 되는 게 없기 일쑤이고 반찬이 너무나도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러니까 반찬 좀 시키지 말라니까. 볼멘소리를 하는 동생에게 눈을 부릅떴다.



 집 밖으로 어기적 거리며 나왔다. 날씨는 어찌 된 일인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애써 기분을 끌어올리려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고 의견이 엇갈리고 결국 또 투닥거리다 보니 맥이 탁 풀렸다. 결국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말없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운을 빼서인지 배가 고팠다. 참 인간은 복잡한 듯하면서도 단순하기 그지없구나. 편의점에 마주 앉아 컵라면을 먹고 다시 서로 사과하며 부둥켜안는다. 짧은 해가 어느새 저물기 시작했다.


 마음의 평정을 찾는 날은 너무도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고 오늘도 내일도 계속 방황한다. 기분은 자꾸만 오락가락하고 그에 따라 삶의 풍경은 아름다웠다가 어그러졌다가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수밖에 없으니 무너지는 모래성을 다시 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몹시 크고 단단해져서 작은 물결 정도에는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는 날도 오겠지. 아니면 무너져도 어떠한가, 다시 쌓아 올려보면 되지. 오늘의 나는 다시 희망을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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