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PC방 이미지는 어두컴컴하고, 담배 냄새나며, 비위생적일 것 같은 공간이었다. 게임 중독자들이 모여서 하루 종일 상주할 것 같은 공간이자 비행 청소년들의 성지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요즘 PC방은 옛날 이미지에서 환골탈태하여 카페 같은 분위기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똑똑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이 한국에 어서어서 놀러 온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PC방에 외국 친구들을 관광코스로 꼭 데리고 가는 모습도 보았다. 빠른 인터넷과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보며 외국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련된 공간으로 탈바꿈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PC방에 간다고 하면 허락하고 싶지 않다. 게임할 때 난무하는 비속어, 폭력성 있는 게임의 리얼한 그래픽, 채팅창에 도배되는 상대 비하 언어 등, 공간은 바뀌어도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 거실이 PC방이 되었다.
데스크톱 3대에 게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도 성능 좋은 제품으로 모두 탑재되어 있다. 햇살 들어오고 통풍 잘 되는 거실에서 쾌적하게 하는 게임! 이 정도면 PC방 부럽지 않다.
때때로 PC방 분위기를 내야 한다며 밥을 컴퓨터 앞으로 가져가서 먹기도 한다. 한 번씩 컵라면도 컴퓨터 앞에서 먹으며 행복해한다. 단, 거실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욕도 못 하고, 고함도 내지 못하고 아주 조용히 게임을 한다. 게임을 하면서 시끄러우면 엄마, 아빠가 잔소리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연히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게임 현장을 보고 놀랐다. 어쩌다 보게 된 아이들의 게임을 하는 모습은 고함치고, 비난하고, 소통을 욕으로 야무지게 하며 아주 신나게 게임을 하는 모습! 이 모습을 보고서야 아이들이 굳이 성능 좋은 컴퓨터가 집에 있는데 PC방 가서 친구들과 게임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흥분하는 맛'이라는 게 집에선 없기 때문이다.
역시 PC방은 안 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이제는 PC방보다는 동전 노래방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둥이들은 친구들이 PC방을 가는 이유가 집 컴퓨터에 그래픽 카드가 달리지 않아 집에서 게임을 하기 힘들어서임을 알게 되었다. 비록 핸드폰은 없지만 그래픽 카드가 장착된 컴퓨터를 3대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친구들이 엄청나게 부러워했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은 못 보고, 가지지 못한 것만 보며 괴로워하는 존재다.
오늘은 아이들이 핸드폰 없는 괴로움은 잊고, 집 거실이 PC방인 상황이 평범한 게 아니었음을 깨달아 행복지수가 올라간 날이다.
(PS. 집에 컴퓨터가 그래픽 카드까지 장착하고 3대씩이나 있는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아빠가 게임덕후이기 때문이었다는 사실!! 셋이 나란히 앉아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만 복장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