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도 집 밖 나들이를 한다. 하네스나 발목링을 하고 줄을 연결해 안전하게 외출한다. 하네스는 강아지로 치면 목줄 같은 줄이다. 약한 날개를 보호하기 위해 몸뚱어리를 둘러 착용하는 줄이 기성품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새의 특성상 몸에 뭔가 두른다는 건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올가미에 걸린 듯한 트라우마가 유전자에 각인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주 어릴 적부터 착용 연습을 해야 하네스를 스트레스받지 않고 착용할 수 있는데 앵순이는 그 시기를 놓쳤다. 대신 어릴 때 착용한 발목링이 있어 발에 줄을 묶고 외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소형 앵무새의 바깥 외출은 앵무새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앵집사들의 만족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앵무새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도 하고 혼자 외출하는 것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산책의 혜택을 받아야 할 앵순이는 오토바이 소리에도 화들짝,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포식자가 아닌 피식자로 태어난 작은 새에게 산책은 휴식과 여유가 아닌 자극과 고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중심 관점에서 벗어나 생각하니 앵순이의 고통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를 키우는 주변 사람 중에 자유비행을 하다 황조롱이에게 물리기도 하고, 매와 같은 새들에게 낚아챔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우리 아파트 한가운데서 황조롱이의 사냥 현장을 목격했다. 쥐가 화단에서 화단 사이로 움직이는 그 짧은 찰나에 황조롱이가 쥐를 잡기 위해 소리 없이 날아왔던 것! 쥐가 놀라서 울어대는 소리를 들어봤는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울음에 듣는 사람마저 놀라게 했다.
그 광경을 보고 나서 앵순이의 바깥 산책은 포기했다. 우리 집 근처가 황세권이었다.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이면서 도시 환경에 잘 적응해 아파트에 둥지를 틀기도 하는 새다.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걸로 보아 집 뒤에 큰 동산도 있고 아파트마다 나무가 잘 우거져 있어서 이 동네를 사냥터 삼아 살아가는 것 같다. 황조롱이가 우리 앵순이를 보면 오색 무지개떡으로 참 맛있게 생겼다고 침을 흘릴 것 같아 두렵다.
하지만! 새로 태어났는데 마음껏 날갯짓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집 안에서는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집 곳곳에도 위험은 존재하기 때문에 유리창은 블라인드 내려놓기, 방문마다 바람에 닫히지 않게 고임을 괴어 놓았다. 지금은 새장을 싫어하고 거실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집 전체를 새장으로 여기는 스케일을 지닌 앵무새로 자란 것 같다. 앵순이 입장에서는 사람이 새장에 들어와 살고 있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자연에서 날아다니는 것을 포기할 때쯤 가평에 앵무새 비행장을 갖춘 앵무새 카페 '아마조나'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새들이 안전하게 날아다닐 수 있게 높은 그물 천장과 비행하다 착지해도 안전한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졸졸 흐르는 물과 새들이 뜯어도 안전한 과일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마음껏 뜯으라고 약도 뿌리지 않는다고 한다. 앵순이의 유토피아를 발견한 것이다. 아이들이 다 커서 키즈카페는 가지 않는데 앵순이 덕분에 앵카페를 다니게 되었다. 앵순이 날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찾았다는 점이 기쁘다.
자유롭게 비행하는 날갯짓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죽음의 날갯짓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이나 새나 자유에는 대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