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폰트는 가독성이 좋게 바탕체 혹은 어떤 특정한 것을 사용해야 하고, 크기는 얼마여야 하고, 들여 쓰기는 어떻게 하고, 글머리 기호는 어떤 것을 쓰고 등등의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유튜브 강의도 있고, 책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내용이 아닌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가장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는 보고서를 쓰지 않고 보고를 끝내는 것, 즉 구두로 보고를 완료하는 것이 가장 보고를 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보고서가 무엇인가? 맡은 일의 진척사항을 윗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때로는 일의 진척에 따라 이후 진행사항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서 작성하는, 보고를 위한 문서가 아닌가?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일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결정되었는지 근거를 남기기 위해 작성하는 것도 있다. 보고서 작성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보고는 기본적으로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이고, 보고서는 그 커뮤니케이션을 글자로, 문서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보고했을 때 한 번에 이해를 하는 상사가 많지 않았고, 한 번에 이해를 하는 경우는 내가 보고서를 잘 작성했거나, 보고를 잘했다기보다는 그 상사가 유난히 똑똑해서 상대방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고 사안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상사는 부하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이해를 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나는 인식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상사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사내 메신저로 혹은 구두 등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는다. 최대한 많은 횟수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당신이 맡긴 일을 하고 있고, 현재 이런 이슈가 있고, 나는 이렇게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등등 작은 단위로 쪼개서 즉시즉시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하면 상사가 확실히 내 일을 잘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해당 안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잘 이해하게 되어 신뢰가 형성되고 일에 대한 권한 위임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평소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다 보니 상사가 생각하는 회사 일에 대한 기본적인 뷰를 잘 이해하게 되었고, 왜 그렇게 의사 결정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일일이 물어보던 단계를 지나, 상사의 평소 생각대로, 혹은 상사가 결정할 법한 결론을 먼저 제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그 이후에 상사는 나에게 일을 믿고 맡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즉 권한 위임을 해주는 그런 단계에 이르는 경험을 꽤 많이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일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사사건건 의사결정을 받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 그렇게 하나의 일을 진행하고 나면 마지막에 보고서를 쓸 일이 별로 없다. "보고서를 따로 써서 정리를 할까요?"라고 물어보면 "아니, 내가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다 아는데 안 그래도 돼."라는 대답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수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이 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했을까?
보고서를 작성해서 메일로 상사에게 보내든, 아니면 문서를 출력해서 대면으로 보고를 하든지 간에, 서두엔 항상 내가 무엇을 왜 보고하려고 하고, 이 보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을 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팀장님 오늘 보고를 드리는 것은, 2주 전에 저에게 맡기신 A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말씀드리고, 그에 따라 저희가 현재 준비해야 하는 사항 두 가지에 대해서 의사결정받기 위해서입니다. 결론적으로는 A사가 이러한 부분에서는 앞서 있고, 저희는 그래서 저런 것을 해야 하고 인력과 재원이 OO규모로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부내용은 보고서를 보면서 차근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메일에도 마찬가지로 쓴다. 인사말 다음에는 메일을 쓰는 이유를 가장 먼저 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보고를 받는 사람, 즉 팀장은 나의 안건 말고도, 보고 받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고, 또한 그로 인해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하기 직전에 생각하던 것이 여전히 팀장의 머릿속에 남아 내가 보고하는 이야기와 계속 섞여서 나의 안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정확한 판단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전 보고 안건이나 다른 생각에 대한 생각의 스위치는 꺼주고, 나의 보고 안건에 대한 스위치를 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보고를 들은 팀장이 어떠한 액션을 해야 하는지 혹은 보고하는 내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명확하게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그래야 괜히 보고서 내의 오탈자나 소소한 실수에 집착하느라 보고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팀장이 바쁜 만큼 나도 우리도 바쁘다. 그래서, 한번 보고를 할 때 우리도 목표를 정확하게 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나는 오늘 무엇을 팀장에게 이야기하고, 의사결정받을 것인가? 내가 가진 그 목표를 팀장도 인식을 해야 공통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겠는가? 이것은 심지어 상사가 팀장이 나를 불러서 보고를 하라고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팀장에게 가면 괜히 책만 잡히다 끝날 수 있다. 시간이 아깝다. 진행한 일을 설명드리고,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시간이 더 필요하든, 문제 해결에 도움이 필요하든 말이다.
앞서 내가 보고는 근본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것에 '보고서를 잘 썼다.' 혹은 '보고를 잘한다'의 핵심이 있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고자 한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가 잘 통한다, 혹은 저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호감을 느낄 때가 언제 인지 기억이 나는가? 대부분 나와 공통의 관점을 가지고 있을 때, 혹은 공통의 가치관이 있을 때 그렇다. 대화 중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화법이 비슷할 때도 그렇다. 보고서 작성과 보고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팀장은 보고서 양식과 폰트 크기 등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 꼰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그 상사와의 대화로 생각을 해보자. 평소에 쓰던 화법 단어가 있는데 그것과 다른 방식으로 후배가 이야기를 해오니 본인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해 자체가 잘 안 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정말 똑똑한 상사는 후배가 어떻게 이야기하고 어떻게 문서를 작성해와도 이해를 한다. 이것은 후배의 보고 역량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보고를 받는 상사의 역량이 뛰어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상사는 평범하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쓰든 상사가 이해를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상사가 평범하니 그렇게 반응할 수 있고, 내가 그 화법에 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해보고 보고를 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형식적으로는 평소에 팀장이 선호하는 형식을 따라가고, 로직과 결론은 팀장이 수용 가능한 것으로 작성을 하면 이건 백발백중이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팀장의 선호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일 뿐. 상대가 알아듣든 말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이러니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무조건 상사가 틀렸고, 내가 옳다, 무조건 상사가 이해를 해줘야지 하는 입장은 소모적이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위해서 나도 한번 맞춰보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전에 팀장이 오케이 사인을 줬던 보고서를 한번 찾아보자. 그리고 평소에 팀장이 하는 이야기, 판단의 기준을 여기저기 물어서 확인해 보자. 그러면 보고서의 도구는 다 모아진다. 이것을 가지고 팀장이 이해할 수 있게끔, 팀장이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차근히 담아보면 된다.
형식이 뭐가 중요해라고 여전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생각에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뇌는 기대하고 있는 위치에 기대하는 것이 오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뇌과학적으로 밝혀진 이야기이다. (참고 : 사람은 어떻게 배우고, 생각하고, 기억하는가,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오랫동안 비슷한 형식의 보고서에 노출된 상사는 그 상사가 편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 부하직원이 그렇게 작성해주면 읽기도 편하고 이해도 편하다. 보고서 작성이 나를 위해 하는 것인가, 아니면 보고받는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인가? 고객이 누구인가? 상사다. 그러면 상사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