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은 되나 파마는 안 되는 신기한 인도 미용실
여자든 남자든 할 것 없이 한국 사람들은 한 번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파마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머리 관리가 쉽다거나 보기에 예쁘다는 생각에 주기적으로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머리가 너무나 직모이기 때문에 "곱슬머리에 대한 환상 + 고데기로 항상 머리를 해야 하는 귀찮음 + 고데기를 쓴다고 해도 예쁘게 머리를 만지지 못하는 똥 손" 이 삼위일체로 결합되어 "파마를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곱슬머리에 대한 환상 + 고데기로 항상 머리를
해야 하는 귀찮음 + 고데기를 쓴다고
해도 예쁘게 머리를 만지지 못하는 똥 손
인도에 오기 전에 호르몬이 날뛰어서 충동적인 결정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인생이 심심해서였던 것인지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할머니 이 동네에서 제일 머리 뽀글뽀글 잘 볶아주는 곳이 어디예요?"라는 질문을 한 뒤 할머니가 알려주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볶았다. "제 머리는 파마가 안 먹으니까 제일 뽀글뽀글하게 볶아주세요!"라는 요구사항과 함께.
제 머리는 파마가 안 먹으니까
제일 뽀글뽀글하게 볶아주세요!
빠글빠글한 히피펌을 하면 머리를 묶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잔머리도 예쁘고, 관리하기도 쉽다는 생각에 인도로 오기 전에 내린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난 이 정도의 뽀글거림을 원했는데!!
이 저주받은 직모 머리는 한 달도 안 돼서 파마 기운을 뱉어내는 건지… 오랜만에 본 인도 친구들 아무고 파마를 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파마가 급속도로 풀려가고 있었다.
내 친구의 내추럴 본 투 비 자연 히피펌 머리가 너무 부럽다. 이 정도가 내가 원하던 뽀글거림이었는데 흑흑
인도에 오고 간 횟수만 7번 이상인데 신기한 건 지금까지 미용실에 들어가 머리를 자른 경험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뭔가 가면 내 머리가 큰일 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파마도 풀려가는 김에 친구들한테 인도에서 파마(펌)하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되냐고 질문을 했는데 도대체 왜 파마를 하려고 하냐는 질문은 모든 이들에게 받았다. “네 머리는 생머린데 도대체 왜 머리를 볶으려고 해? 그냥 일회성으로 드라이받는 거지? 영구적인 게 아니라?”라는 반응
그래도 꿋꿋하게 “hair salon near me”라는 키워드로 미용실을 검색해 서비스 비용을 살펴봤는데 “hair straightening” 서비스는 그 어느 미용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hair perming”은 너무 어려웠다.
굴복하지 않고 친구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미용실이 몇 군데 있어서 당당하게 들어가 “파마하는데 얼마야?”를 물어봤으나, 세 군데 모두 “그런 거 안 해”라고 대답해줬다.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인도에서는 머리 파마를 안 하는지 물어보니까 대부분이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머리를 가지고 싶어서 미용실에 가지 파마를 하러 가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네 머리는 생머리라 관리하기도 편하고 모든 인도 여자들이 생머리를 가지려고 하는데 왜 그 머리를 볶으려 하냐며 한참 혼(?)을 냈다.
좀 더 자세히 물어보니까 인도 사람들은 곱슬기가 심하다 보니까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생머리가 관리하기 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인도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놀러 가면 친구들이 내 머리를 가지고 이런저런 미용실 놀이를 한다든지, 머리가 생머리라 좋겠다고 하던 경험이 많았다.
인도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을 때는 처음 델리에 도착해서 red fort로 들어가는 줄에 서 있는 도중에 누가 머리를 계속 만져서 뒤를 돌아보니 어떤 인도 할머니께서 머리가 예쁘다면서 만지던 기억이 생각난다. 허허
인도랑 한국이랑 미용실에 자주 가는 이유가 정반대라서 신기한 것 같다. 인도는 매직을 하고 한국은 파마를 하고! 혹시나 나처럼 인도 여행 도중 곱슬머리를 가진 인도여자들이 부러워서 파마를 결심한 사람들은 조금만 참다가 한국에서 받는 걸 추천하다.
매직은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