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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an de TJ Mar 10. 2024

시작, 1년에 단 하루만 존재하는 나라에서 온 ‘그’

강 건너 마을(우주피스 공화국)에서 왔습니다.

단 하루라도 행복한 날이 있기를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따스한 햇살이 귀찮아질 오후였나?

그날은 그냥 나른한 기분에 그저 기분마저 별로였던 날이었다.


경만은 바람결에 헝클어지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익숙한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건넬 것 같은 기분에

괜스레 피하고 싶은 상황!


예상대로였다.


“저… 말 좀 물어봐도 될까요?”


경만은 속으로 귀찮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괜스레 헛기침을 해대며 말했다.


“아 흐흠.. 네.. 말씀하세요.”


무광에 가까운 검은색 양복을 걸친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  우주피스 공화국 대사관이 어딘지 아세요? “


“네? “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경만은 ‘그’를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그게 글쎄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절도 있고 매너가 밴 듯한 ‘그’는 읊조리듯  혼잣말을 해댔다.


‘아.. 이거 큰일이군.. 오늘 비자 발급을 새로 받아야 하는데…“


순간 경만은 비자라는 소리에 뭔가 생각이 났다.

비자라면 여권을 심사받는 곳이니 어떤 나라의 대사관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제가 그.. 아까 대사관? 네 거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아무튼 여기 골목길을 돌아서 한 500m 정도 걸어가시면, 깃발이 세워진 대사관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

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솔직히 그런 대사관을 내가 알 턱이 있겠냐만,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지른 대답이었다.


‘그’는 경만의 대답에

“친절하시군요. 고맙습니다. 저쪽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라며 대답했다.


왠지 모르지만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호기심도 생기고, 없던 친절함도 생기는 것 같았다.

오지랖도 풍년이란 말을 달고 사는 경만에게 이런 기회는 또 술자리에서 쏟아낼 에피소드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했다.


경만은 ‘그’에게 일단 거기 대사관이 어디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으니 같이 가주겠노라 말했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경만의 호의를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우주피스 공화국의 문장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
지도에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곳이다.
리투아니아의 국기

노랑 초록 빨강의 색이 들어간 국기,

경만은 오메가메 여기가 어느 나라 대사관인지 몰라도

국기의 색감을 보니 어디 아프리카 어디 나라쯤 된다고 생각했던 대사관 앞에 섰다.


‘그’는 대답했다.


”아! 여기가 맞습니다. 안 그래도 4월 1일에 비자가 만료되어 큰일을 치를 뻔했는데 덕분에 잘 찾아왔군요! “


경만은 머쓱하며 머리를 긁었다.


“아….  아닙니다. 다행입니다. 4월 1일이라면, 바로 내일이네요. 그래도 늦기 전에 찾으셨던 곳이 맞아서 다행이에요.”


‘그’는 미소를 활짝 내비치며, 연거푸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는 경만에게 악수를 청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


“아.. 제 이름은 성경만입니다. 하하”


“그렇군요. 경만 씨! 삼대가 복 받으실 겁니다.”


“말씀을 재밌게 하시는군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빈 말이 아닙니다. 허허허 아마 내일이 지나면 아시게 될 겁니다.”


경만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말을 하는 ‘그’에게 호기심과 경계심 그 어디쯤 해당되는 기분이 들었으나 어찌 되었든 남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경만은 속으로 ‘그래! 이 맛에 도와주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인사를 하며 돌아섰다.



우주피스 공화국의 입국심사대 표지판


매년 4월 1일 우주피스데이는
우주피스 공화국의 독립기념일이다.


단 하루라도 모두가 염원하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그런 나라가 딱 하루만 존재하다 사라진다.


‘그’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우주피스 공화국의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국가보안부의 비밀요원이었다.

‘그’는 알려져 있지 않은 비공식적인 열두 번째 비밀요원으로

‘그’에 대한 정보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는 강 건너 마을에서 왔다는 것만 밝히고,

그에게 선량한 미소를 건네며, 도움을 준 이에게는

특별한 능력을 생기게 한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런 그를 다시 만나는 일은 1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여권이 만료되기 전에 말이다.





기이한 만남이 있었던 다음 날 아침,

경만은 눈을 떠보니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공간에 누워 있음을 직감했다.


천장을 바라본 채로 누운 경만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상하다. 이게 가위에 눌린 건가?‘


묘한 긴장감에 식은땀이 흐르는데 흘러내리는 땀에 눈 가장자리가 따끔거리며 간지럽힌다.


그러던 순간 천장이 꺼질 듯하며 경만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다가를 반복했다.


겁이난 경만은 두 눈을 꽉 감으며, 나오지도 않는 고함을 질러댔다.


경만의 머릿속에 어제 만난 ‘그’의 말이 맴돈다.


“삼대가 복을 받으라더니.. 젠장.. 이게 뭐야… 가위나 눌리고 말이야…”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경만은

그냥 이런 상황이 빨리 종료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치 민방위 훈련이 종료되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듯 그렇게 기다렸다.


ps. 사람과 사람사이의 손가락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인연의 실타래가 이어져 있다.

어떤 이들의 손가락에는 너무 꼬여버려 서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스스로 풀어헤칠 수도 없다.

다만, 어떤 계기로 신이 보낸 자의 배려로 조금씩 풀어지기도 하는데 배배 꼬여버린 마음은 다시금 꼬여서 엉망이 되곤 한다.

인연의 실타래가 꼬이고 꼬이면, 종국에는 그 끈이 끊어지고야 만다.

그 끈이 떨어진 후에는 다음 생에서 두 번 다시 만날 수가 없게 된다.

전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의 인연인데 말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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