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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an de TJ Apr 21. 2024

비밀요원의 행동수칙 1. 진실한 마음으로 본질을 보라

방법은 뻔하다. 그걸 해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우주피스공화국 헌법 제28조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것을 나눌 수 있다.
우주피스공화국 헌법 제29조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것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




집으로 돌아온 경만의 손에는 미라클이 건네준

비밀요원의 행동수칙이 들려있었다.


행동수칙에는 행동요원이 지켜야 할 수칙들이 적혀 있었는데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주피스공화국으로 입국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손목에 각인된 밀 이삭 모양의 여권을

우주피스공화국 문장에 갖다 대면 된다는 것이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지만,

상황마다 쓸 수 있는 능력은

자기 복을 꺼내 쓴다는 것이었다.


신기한 내용들이 적힌 행동수칙을 하나씩 읽어가던 경만에게

무엇보다도 경만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문구!  


바름을 실행하라.ᐟ


경만은 그 문구를 수없이 만지작 거리며 읊조렸다.


“바름을 실행하라.”


그랬다.

경만은 늘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때때로는 그러지 못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냥 이 정도는 지나쳐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며

수없이 망설였던 그 많은 날들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마음으로 되뇌어졌다.


어쩌면 신조처럼 외우던 그 말… ‘실행하자 ‘


그 순간 경만의 왼쪽 손목이 간지러웠다.

알레르기가 생기듯 빨갛게 부어오르는 듯한 뜨거운 통증에

내지른 고함소리가 작은 방을 가득 메우고, 울려 퍼졌다.


서서히 각인되는 문양을 보며, 경만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금 왼쪽 손목을 쳐다보았다.


밀 이삭 모양의 각인이 점점 짙어지자

경만의 눈은 붉그스름한 빛이 점점 커졌다.


그렇게 경만은 3월 30일로 다시 돌아갔다.




비밀요원의 행동수칙 1. 마음으로 본질을 보라


어떠한 사람의 말이나 행동, 상황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생각이라는 것을 통해 그 말과 행동이 나타나고,

그 생각은 말과 행동에 담겨 다른 존재에게 옮겨가기 때문이다. '

 

그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는 것에서

우리의 세상은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싶으면,

그 사람이 진실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상대의 진심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고,

행동으로도 알기 어려우면,

눈을 감고 마음으로 본질을 보아야 한다.





4월 2일.


클럽에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을까…

연희는 슬슬 속이 메스꺼웠다.

살갗을 파고드는 우퍼의 강력한 울림에

리듬을 맡기며 머리를 흔들어댔던 연희는

맥이 풀린 듯 자리에 퍼질러지듯 앉았다.


자꾸만 생각나는 그날의 기억…

‘내가 그러지 않았어.’

‘그럼 된 거야.’


미간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이내 힘이 빠지며 채 멍하니 누웠다.

땀이 흘러 가슴이 답답하다.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간 연희는 연거푸 숨을 몰아쉬었다.

’아~~~~~~~~~~~~~이 C’ 고래고래고함을 지르는 탓에

길을 지나던 행인들이 연희를 돌아봤지만, 이내 제 갈길을 가버린다.


자리에 주저앉은 연희는 속을 부여잡고 중얼거렸다.

‘희동. 이 나쁜 새끼… 하필 동문 이를 칠게 뭐야..’


연희는 잠시 후 일어나 침을 뱉고는 자리를 일어섰다.

그리곤 익숙한 번호를 꾹~ 누르며 전화를 걸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연희는 희동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 어 나야.’, ‘나 지금 화북동이야. 여기로 좀 와.‘


 ‘아.. 지금.. 술 마시는 중이야. 택시 타고 와!‘

 ‘넌.. 하아…. 또 술이냐? 미친놈아?’

 ‘아이…. 진짜 술맛 떨어지게..’


 뚝… 끊어진 통화였지만, 연희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무책임한 새끼야.. 너 이제 잡히면 너랑 나랑 X 되는 거야..‘


뺨을 간질이는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땅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흙냄새가 연희 주변을 감싸고 있었지만,

연희는 희동을 향한 분노를 담아 정처 없이 가랑비 내리는 밤거리를 걸어갔다.






10여 년 전 연희의 부는 노름을 해서 큰 빚을 졌고,

그 후 연희의 부모는 이혼을 했으나 연희의 모는 도망치듯 달아나버렸다.


그 후 연희의 부는 살던 집에서 쫓겨나

달동네 판자촌으로 거쳐를 옮겼다.

 

연희가 학교를 다닐 즈음

자주 놀러 다니던 아동센터에서

진로상담 선생님이 연희에게 물어보았다.

“음.. 너 이름이 뭐야? “


얼굴 가득 마른버짐이 퍼진 연희가

해맑게 웃으며, “정. 연희요!”라고 말했다.


“그래 우리 연희.ᐟ, 연희는 꿈이 뭐야? “


“음… 저는 기생수요~!”

낭창하게 말하는 어린아이를 향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얼굴이 굳어진 선생님이 다시 물었다.


“음.. 그래  어? 기생수? 그게 뭐야?”


몸을 베베 고며 꼬질꼬질한 티셔츠를 손가락으로 휘휘 돌리며

“아… 선생님 그것도 몰라요? 기초생활수급자요. 헤헷”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음… 그럼 왜 기생수가 되고 싶을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는 선생님을 향해

연희는 정색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요. 나라에서 매달 돈도 주고,

먹을 것도 나눠주잖아요. “

대답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접시에 놓인 과자를 우걱우걱 씹으며

말을 이어가는 연희를 선생은 넋을 놓고 아이가 하는 말을 그냥 듣고만 있었다.


“저는 그냥 뭘 꼭 하고 싶은 게 없는데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하는 게 꿈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래요.”

“근데 저 이거 과자 들고 가도 돼요?”


“그… 그래…”



연희의 부는 그날도 노름으로 진 빚을 노름으로 다시 따오겠노라며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패악질을 하며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날 연희는 살면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날이었다.


동네에 이혼하고 혼자 살던 옆집 김 씨 놈에게

수치를 당했던 날이었다.


때 마침 지나가던 슈퍼주인에게 연희의 고함소리가 들려

신고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연희는 수시로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았고,

경찰은 피해자인 어린 연희를 취조하듯 몰아붙였다.


연희는 이런 상황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연희의 부는 김 씨 놈에게서 2천만 원이라는 보상금을 받고,

처벌을 면해달라는 동의서에 도장을 쾅 찍었다.


어린 연희는 연희 부에게서 자신에게 돈을 줄 것을 요구했지만,

연희 부는 연희의 요구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짐을 꾸렸다.


연희는 밤새 잠자던 연희부가 깨지 않게

몰래 보상금 다발을 챙겨 들고

유유히 집을 나섰다.


어린 연희는 녹이 슨 파란 대문이 소리가 나지 않게

닫으며 마음속에 되뇌었다.


‘난 잘못한 게 없어. 그들이 내게 한 짓이고,

이 돈도 내꺼고, 부모도 나를 버린 거지.‘


‘그럼 된 거야.‘


아마도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연희는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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