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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Aug 07. 2024

[신입의 직격] 오피스 빌런은 아메리카노를 먹는다

Ⅰ장. 直격_ 자기관리 2_ 선과 악

Don't be evil


구글의 설립 초기 모토로 "나쁜 짓을 하지 않도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라는 뜻이라는 군


다행히 지금까지 그 모토는 어느 정도 유효한 것으로 보여. 구글을 포함해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제시해 온 기술적 혁신, 새로운 생태계는 전지구적 풍요와 편의를 한 단계 진일보시켰으니까. 사악한 짓은커녕 선한 영향력을 통해 어마어마한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들이 마음을 바꿔 저마다의 힘과 권력, 자본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해서라도 돈을 벌기로 작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들의 상품과 서비스는 이미 우리 일상 구석구석에 깊이 파고든 데다 내밀한 각종 정보들을 다 갖고 있을 테니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도 못한 상태로 이용당하거나 착취당하거나 그들의 의도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게 될지도 몰라


아니나 다를까? 최근 들어 빅테크들의 대규모 해고, 고객정보 유출, 정보 독점 등 수상한 행보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빈번해지는 터라 거대한 힘을 가진 주체가 스스로 사악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부단히 경계하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Don't be evil은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빅테크기업과 그 오너, 고위 임원들만의 문제일까? 아니,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해.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빅테크고 오너고 고위 임원일리는 없었을 테니까


빈 주차장에 낡은 컴퓨터 몇대로 허름한 아파트에 남은 빈방과 매트리스로 월세 50짜리 사무실과 어디선가 뜯어온 문짝으로 만든 책상에서 온라인 중고책 판매로 각자의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그들이 애초에 오직 이익만을 위해 사람들을 등쳐서 돈을 벌기로 작정한 사악한 악당이었다면? 지금의 애플이니 에어비앤비니 아마존이니 그런 위대한 기업들이 존재했을까?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어쩐지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물론 그들의 진짜 본심과 의도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미치광이 악당은 아니지 않을까? 싶은 거지


그런 의미에서 Don't be evil 은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각계의 신입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자 누구를 걸러내야 하는가를 명확히 가리는 '스크리닝 키워드'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봐. 그러려면 우선, 사악함이란 뭘까?  정의부터 제대로 해야겠지?




우선 국어사전에는

사악하다 - 간사하고 악하다

라고 되어 있어


어? 그렇다면 간사한 건 뭐고, 악한 건 또 뭘까?

간사하다 - 자기 기준, 원칙도 없이 자신의 이득에 따라 변하는 성질이 있다

악하다 -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쁘다

라고 되어 있네


그런데 그 정도의 사전적, 일반적 정의만으로는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엇에 분노해야 하는가?' 

라는 본질적 문제부터


'과정과 결과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는가?' 다수의 이익을 위해 나 개인의 이익을 포기할 수도 있는가?

따위 실용적 문제까지


언젠가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순간이 반드시 올 테니까


여기, 양심의 스펙트럼이란 게 있어



이 스펙트럼에서

오른쪽 10(Max)에 가까운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지

반대로 0(Min)에 가깝다면 극한 이기주의자일 가능성이 높아


평균 영역(Avr.)에 속하는 대다수는 법과 규칙이라는 외적 규제에 순응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회 일원으로서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야. 가끔 잘못을 저지르고 본의 아니게 타인에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반성하고 가책을 느끼지. 정도어 깊이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공감 능력이란 게 있기 때문이야


문제는 스펙트럼을 벗어난, 공감 능력이 아예 없는 사람이야. 조직 내에 발생하는 각종 인간성 상실의 문제, 예컨대 갑질, 모욕, 인신공격 등의 부조리는 공감 능력이 없는 문제적 존재의 소행일 가능성이 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타인을 계획적으로 이용하거나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내 마음속 양심의 스펙트럼부터 살펴봐

내가 아는 나는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고 매사에 윤리적이거나 모범적으로 살아온 사람도 아니야.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여러모로 못마땅한 나 스스로를 위선으로 포장할 때도 많고 내 개인의 이익을 앞에 뒀던 일도 있었어. 그렇지만 사악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


바로 양심이란 게 있기 때문이야.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이자 소시오패스 연구 권위자인 마사 스타우트는 양심을 '타인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한 책임감'이라고 정의했어. 타인에 대한 애착이 없다는 건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미고 자신의 어떤 행위로 인해 누군가 안 좋은 상황에 처하거나 심각한 해를 입어도 책임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야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뇌과학, 신경정신의학, 사회학, 심리학 등 각계의 연구에 따르면 공감능력이 제로에 가깝고 타인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 의무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반사회적 존재를 약 4~10% 선으로 보고 있어. 우리나라 인구 5000만 중, 최저 수준인 4%만 대입해 봐도 약 200만이라는 숫자가 나와. 요즘 중고등학교 한학급이 25~30명 수준이니 1반에 1명 꼴이라는 계산도 가능하지


이쯤 되면 빌런, 악당은 조커, 한니발 같은 비현실적 영화 캐릭터가 아니라 어제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옆자리의 김대리가, 이 팀장이, 박 상무가 그 주인공일 수 있다는 말이야


나 스스로 악이 되지 않도록 애쓰는 일, 내 주변의 진짜 악을 현명히 가려낼 수 있는 일. 이 모두 나와 내 주변이 건강하게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지혜를 갖추는 일이야


절대적 선악은 없지만, 나만의 기준은 있어야 해

양심은 내면의 브레이크와도 같아. 이렇게 하면 분명히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만 그 일로 인해 타인이 상처를 입거나 희생당하는 처지에 놓인다면 당연히 내적 갈등을 겪으며 주저하게 돼. 대부분의 양심적인 사람들은

결국 제 이기심을 포기하지만, 양심이라곤 없는 주제에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빌런들은 거리낌 없이 제 이득을 선택해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유일한 순간은 그렇게 행동했을 때 법이나 내규에 저촉되어 더 큰 불이익을 얻을 것 같다는 판단이 있을 때뿐이야


양심 있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은 완벽한 존재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라는 마음속 이상향을 하나씩 만들어 놓고 나의 현재와 끊임없이 비교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도 해 누가 보든 안보든 내적 이상향이 브레이크로 작동해서 가능하면 옳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지


양심적인 사람들은 적당한 가면을 쓸 줄 알아. 가면을 쓴다는 건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감추고 싶은 치부, 부족함을 발견할 때마다 마음속 이상향과의 괴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지. 

그게 바로 위선의 본질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야 말로 온몸에 똥을 덕지덕지 바른 채 평범한 이들의 작은 티끌을 기어코 찾아내 '위선적'이라며 고래고래 비난하기 일쑤야. 솔직함을 핑계로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막말을 내뱉으며

사회의 약자, 피해자들에 상처를 주는 언행 또한 서슴지 않지


위선은커녕 대놓고 반칙과 일탈, 나쁜 짓을 일삼으면서도 욕망과 본능에 따라 실속을 차리는 일이 뭐 나쁘냐는 궤변으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이야 말로 순수악에 가까운 이유야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해 나의 내면에 얼마나 강력한 브레이크가 존재하는가?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한 번이라도 품어본 사람이라면

진짜 악당과는 거리가 멀어


악인에 대한 내 관점은 비교적 명확해 바로 '양심'의 결여야. 타인에 대한 애착은 물론,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적 이상향도 없이 오직 눈앞의 이득과 당장의 물질적 만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야 말로 비교적 순수악에 가깝다고 믿어


그들에 휘둘려 영혼까지 털리지 않으려면, 나와 그저 성향이 다를 뿐인 멀쩡한 사람을 그들로 오인하지 않으려면, 나 스스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을 닮아 가지 않으려면 악의 본질에 대한 자신만의 선명한 생각과 기준이 있어야 해


잊지 마. 그들은 우리 옆에서 아메리카노를 들고, 가짜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지긋이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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