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릭스 leex Jul 30. 2024

[신입의 직격] 모욕감에 웃으며 대처하는 법

Ⅰ장. 直격 _ 자기인식 4_ 자존감

"여러분과 저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압니까?"


어떤 대기업 신입사원 입문 교육 시간, 강사로 나선 이 회사의 전무가 이런 질문을 했어


"연봉이요~"

"직위요~"

"경험이요~"


이런저런 대답들이 나왔겠지? 전무는 만면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진지하게 경청하더니 이렇게 답했어


"다 맞는 말이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모욕의 총량이에요"

"모욕의 총량?"

"얼마나 많은 모욕을 견뎌왔는가의 차이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전해 들었을 때는 오~했지. 뻔한 답은 아니었으니까. 모욕? 모욕! 이라니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이면서 종종 이 일화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갈수록 뭔가 이상한 거야. 회사라는 조직은 모욕이 일상이고 그것을 십수 년간 견뎌내야만 승진도 하고 팀장도 하고 임원도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전제를 담고 있는 듯해서야


그게 사실이라면, 전무씩이나 돼서 여전히 조직에서 횡행하는 모욕의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신입들에게 '그저 참는 게 미덕'이라며 가스라이팅을 하는 거야? 싶었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보니 생각이 또 달라지더군. 모욕은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생기는 일종의 오류나 에러 같은 건 아닐까? 애초에 완전히 박멸할 치료제 자체가 없는 질병 같은 것 말이야.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는 뭐 그런 생각말이야


회사에 들어와 일하다 보면 알게 돼. 쏘아보는 눈이 많다는 걸.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말투, 태도, 옷 입는 방식 따위 외모, 하다못해 밥 먹는 습관까지 온갖 지적질과 훈수질, 오지랖이 난무한다는 걸. 특히나 그 대상이 신입이라면, 뭔가를 가르쳐주려는 선배의 마음에서 비롯된 좋은 의도의 나쁜 표현이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쌍욕을 퍼붓는다던가 인신공격, 비하 따위 명백한 모욕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 대상이기도 하고 상식적인 인간관계라면 아무래도 드물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쁘면서 소소하게 멘탈에 데미지를 입히는 불편한 말과 행동은 상하좌우 남녀불문하고 일상적으로 오가기 마련이거든


특히 나를 제외한 모두가 최소 선배인 신입 시절이라면 늘상 을의 입장으로 "선배님 그런 말씀과 행동은 기분 나쁩니다" 라며 받아치기도 쉽지 않다 보니 '신입이여 무조건 모욕을 견뎌라' 했던 전무의 충고도 납득이 가


그런데 나라면,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모욕을 다루는 법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일단 무조건 참는 게 능사는 아니란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자존감에 있어


먼저 질문, 자존감과 자존심은 어떻게 다를까? 정확히 구분해서 설명해 줄 수 있어? 어렵지?


한 끗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야. 자존심을 자존감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고

혼용해서 쓰는 사람도 많아. 핵심은 나를 빗대어 바라보는 대상과 잣대가 어디에 있는가? 에 있어


자존심은 모든 비교의 기준이 타인과 외부를 향할 때 작동하는 내적 상태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나 애정,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없고 늘 외부의 대상을 끌어와 자신의 처지와 현재를 비교하는 거지. 누가 봐도 예쁘고 잘났어도 그 상태에 오롯이 만족하는 법이 없어.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잘난 구석이 있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누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하기라도 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거야


적절한 자존심은 부족한 나를 채찍질해 경쟁심을 심어주지만 지나칠 경우 결코 닿을 수 없는 별을 따겠다는 

무의미하고 무모한 시도를 반복하다 끝도 없는 무력감과 자기 비하에 빠지고 말아 


반면, 자존감은 모든 비교의 기준이 자신과 내부에 있어. 타인을 멘토로 삼거나 어떤 성공을 이상향으로 참고할 수는 있지만 결국 내가 극복할 대상은 나 자신 뿐이고 모든 일의 시작과 끝 역시 나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졌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상태건, 

나에게 뭐라고 하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 친구의 인스타에 올라온 해외여행과 명품백, 맛집 사진들을 보면서 '내 인생은 왜 이리 초라할까?' '이생망' 을 외치며 한탄하지도 않아


웬만해선 상처도 잘 안 받아서 타인의 뼈아픈 충고도 곧잘 받아들이고 타당한 지적이라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서 혼자만의 착각, 독단에 빠지는 일도 드물어. 물론 자존감 역시 너무 지나치면 자칫 오만과 독선에 빠질 수 있으니 항상 스스로를 경계할 필요는 있지


국민예능이라 불렸던 <무한도전> '못친소' 특집이 있었어 못친소가 뭐냐고?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줄임말이라는군. 탑모델 장윤주는 여기에 초대됐어. 한마디로 못생긴 친구로 장윤주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방송까지 탄 셈이야

지금이라면 여성에 대한 외모비하라며 지탄을 받고 한동안 시끄러웠을 테지만 정작 장윤주 본인은 초대장을 받고도 타격이 1도 없어 보였어'나는 내 외모를 사랑한다' 라며 유쾌하게 웃어넘겼고 심지어 '못친소' 녹화 당일 페스티벌 레이디로 참여하기까지 했지


얼마든지 불쾌하고 모욕적이었을 상황을 여유롭고 당당한 태도로 쿨하게 되받아치면서 오히려 자신의 매력과 존재감을 한 껏 드러낸 장윤주를 보며 '건강한 자존감'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었어




참지 않아야 할 것과, 웃고 넘길 것을 구분해 

어떤 관계든 상대의 말과 행동은 내가 통제하기 힘든 요인이야.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상대의 예측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또 오랜기간 접하게 될까? 결국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상대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뿐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달아


유시민 작가는 자신을 향한 모욕적인 악플에 대해 이런 말을 적이 있어


"불특정 다수가 나에게 화살을 쏘아대는데 대부분은 나를 맞추기는커녕 근처에 떨어져요. 그런데 왜 떨어진 화살을 일부러 주워 들어 내 가슴에 스스로 꽂으려 할까? 싶은 거예요"


누가 봐도 명백한 모욕적 언행과 행동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히 대처해야 마땅하지만 소소한 마찰, 미묘한 어긋남이 시도 때도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의 속성을 감안하면 대개는 별 의미도, 의도도 없을 툭 뱉은 누군가의 말과 몸짓을 일부러 주워와 머릿속에 담아두고 곱씹으며 불쾌한 감정을 부풀릴 필요는 없지 않나 싶어


물론 개중에는 사실에 근거한 뼈아픈 충고, 지적이 있을 수 있어 이때는 진지하게 성찰하고 필요한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겠다는 유연한 자세가 더 필요해. '그러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게 툭툭 쳐낼 수 있는 힘도 쓰지만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진짜 충고를 가려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도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보는 힘

자신에 대한 사랑과 확신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 옳고 그름에 대한 선명한 원칙을 망라한 '건강한 자존감'에서 생긴다고 확신해


나 역시 모욕의 가해자가 될 수 있어

상대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모욕도 훈수도 오지랖도 값진 충고도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 역시 누군가에 그런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괜한 피해의식에 빠져 '내가 당했음 당했지 나는 절대로 그런 사람 아닌데요?'라고 펄쩍 뛸 필요도 없어. 모욕적인 상황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 일일 수 있다는 사실부터 먼저 받아들이자고. '강건너 누군가를 바라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을 때, 그 뒤에서 누군가는 나를 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어. 아! 싶더라고. 


특히 '좋은 의도의 나쁜 표현'에 주의해야 필요가 있어. "이런말 안하려고 했지만..."으로 시작하는 말을 꺼낼 때 5초 정도 딜레이를 두고 정말 해도 괜찮은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내뱉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아.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냥 속으로만 삼키자고. 그 대상이 도움의 손을 먼저 내밀기 전까지는 그냥 지켜보는 게 상책이야 


잊지마. 우리 모두 관계에서 생기는 상처와 모욕에 대해 일방적인 피해자일 수도 없고, 한편으로는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전 05화 [신입의 직격] 출근 후 5분, 감정근육 키우기의 쓸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