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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Jul 16. 2024

[신입의 직격] 절대 실패없는 5149의 법칙

1장. 直격_ 자기인식 2_ 자기객관화

나는 꽤나 자의식이 높은 사람이었어. 객관적으로 최고의 스펙을 가진 것도 아니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능력을 증명할 결과물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2~30대의 나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스스로에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자기과대화에 빠져 있었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곧 진실이자 진리라는 믿음이 깨진 건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어. 결정적 계기는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때문이었지. 작가의 말, 그러니까 서문에 이런 말이 써있었어

나이가 먹을수록 지난 시간을 공유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과거를 더듬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같은 일에 대한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놀라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 각자의 상상력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부분을 읽고는 잠시 멍~해졌지.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야. 고등학교 시절의 일이야. 매일 아침 함께 등교하던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었는데, 서로 말도 하지않을 정도로 틀어졌다가 약 1년여만에 화해한 일이 있었어. 약 20여년이 흘러 성인이 되고 술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서로의 기억이 너무도 달라 놀랐던 일이 떠오르더라고


같은 사건을 두고 두 당사자의 기억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재밌는 건 큰 틀에서의 사실관계는 일치하지만 디테일이 서로 극명하게 달랐다는 점이야. 그날의 내 기억은 무척 선명히 남아있던 터라 구체적인 상황을 하나하나 짚으며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 친구 역시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면서 맞서는 바람에 내 기억이 틀렸나? 곰곰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 결과적으로 내 기억이 더 진실에 가까웠지만, 한편으로 나 역시 잘못된 기억을 진실로 알고 있는 경우는 또 얼마나 될까? 싶더라고 


이처럼 인간은 완벽할 수 없고 때때로 모순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삶의 순간마다 저마다의 주관으로 변질되고 왜곡된 정보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모른 채 나이가 들고 높은 자리에 오르면서 우리 주변에 그토록 완고한 권력형 꼰대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더라고. 눈과 귀를 닫고 오직 나만 정답이다! 를 외치는 헛똑똑이들 말이야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신념을 가질 때 제일 무섭다


이걸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 표현하면 '더닝-크루거' 효과라더군

이 그래프로 보면 책 1권만 읽은 사람(쌩초보)의 자신감은 100%에 수렴해. 그러다 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더 깊이 공부하면 할수록 비로소 깨닫게 되지


'아~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였구나. 알면 알수록 더 모르는 게 많아지는 거구나'


자신감은 다시 수직 하락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감을 가지는 건 좋은 일이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그런 자신감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문제는 자신감에 충만한 나머지 더 깊이 있는 탐구로 이어지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 때 생겨. 대체로 인간은

현재의 자신을 완성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거나 적어도 부족하지는 않다 라는 근거 없는 자기 과신에 빠져있다고나 할까?


대학 졸업만 해도 마치 세상을 다 산 것 같고 심지어 달관했다고 까지 여기는 허세쟁이들도 수두룩해. 너무 무능해서 자신이 무능한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직장에서, 사회에서 종종 보게 되는 이유야




5149를 기억해

51의 비율로 확신하고 49의 비율로 가능성을 열어 두라는 뜻이야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의지, 자신감, 자존감 따위를 잃지 않는 구심력

변화하는 외부 세계에 대해 신속하고 유연성 있게 대처하는 원심력

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예외 없이 불완전한 존재야. 죽을 때까지 완전함을 추구할 수는 있어도 결코 100%에 도달할 수는 없어. 이를 점근선의 법칙이라고도 하지. 스스로 완벽주의자라 일컫는 사람치고 완벽 근처에도 못가는 사람들은 수두룩해. 책 한 권만 읽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떠들어봤자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핀잔이나 들을 뿐이야


신입다움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 이 시점이야 말로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가장 거리가 먼 시기이기도 해. 뭘 모른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를 제외한 모두의 눈치를 살피고 잔뜩 몸을 낮추고 있을 테니 말이야


다만, 시간이 흘러 1년 정도 지나면 내가 고작 이거 하려고 여기 왔나 자괴감이 몰려올 때가 올지도 몰라. 조직의 논리, 전통이란 명분을 내세워 뭔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칙, 패턴이 보이기도 할테고, 그때 나라면 저렇게 안 할 텐데 싶은 순간이 오기 마련이야. 직장생활의 흑역사는 대개 시점에서 생기더라고. 일종의 신입사원 '사춘기' 랄까? 그 정도가 심해지면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시도하기도 하고, 괜한 매너리즘에 빠져 나사 빠진 모습을 보였다가 된통 꾸지람을 듣고 원상복귀되는 경우도 많고 말이야


그래도 괜찮아. 신입이니까. 인생이 그래. 아무리 바라던 무언가를 이뤄도 그 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고, 말할 수 없이 견디기 힘든 일이 생겨도 지나고 나면 또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그렇더라고. 지금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평생 배워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진리만 잊지 않는다면 이때쯤 좌충우돌해도 괜찮아


다만 5149 법칙은 잊지 말라고. 확신은 하되 51로, 언제나 49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 말이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어? 백전불패 아니냐고? 그렇게 묻는다면 모르는게 맞아. 생각해봐 상식적으로 자기 자신과 적을 잘 안다는 사실만으로 전쟁에서 백프로 승리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해? 다만 쉽게 위태로워지지 않을 따름이야.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문장조차 애초의 뜻과는 다른 잘못된 정보로 알고 있는 경우는 대단히 흔해.


'냄비속 개구리'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야. 서서히 가열된 냄비속 개구리는 온도가 점차 상승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냄비속에서 죽음을 맞이 한다는 건데, 서서히 변화하는 환경에 그 즉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정말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영상의 통찰로 종종 인용되곤 했지


그런데 그거 알아? 실제 실험 해본 사람이 있다는 걸. 그 주인공은 바로 19세기 프랑스 생리학자 프리드리히 골츠(Friedrich Goltz)였어. 실험 결과는 놀라웠어. 냄비 속 물이 뜨거워지자 개구리는 그 즉시 냄비밖으로 뛰어나갔다는 거야. 물론 이 실험에는 논란이 많아. 뇌를 제거한 개구리는 그 속에서 죽었고 정상적인 개구리는 뛰쳐나갔다는 설도 있고, 또 어떤 학자는 냄비 가열속도에 따라 정상적인 개구리 역시 냄비속에서 죽었다는 결과도 있으니 말이야


결국 일부의 사실을 현대로 끌어와 그 결과만이 진실인 것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진실에 가깝지. 우리는 이미 알려진 어떤 명제에 대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그 진위를 모른 채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중요한 건,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진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즉 51의 가능성과 49의 의문을 갖는 자세라고 생각해. 그런 경계만으로도 인간은 스스로는 물론 자신이 몸담은 조직 전체를 선택된 진실 혹은 왜곡된 사실 속에 빠트려 위태롭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믿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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