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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Jul 09. 2024

[신입의 직격] 먼저, 이기주의자가 돼라

Ⅰ장. 直격 _ 자기 인식 1_ 책임감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지금은 이기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어. 응? 뭔가 이상한데? 이 무슨 자가당착이냐고? 우선 앞의 이기주의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이(利)기주의를 뜻해. 자기밖에 모르는, 제이익만에만 눈이 먼 환영받지 못할 성품말이야


3대 독자 집안에 장남으로 태어났는데,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첫 손자를 귀하게 여기는 할머니 손에 자랐지. 그렇다고 금지옥엽 떠받들어졌다는 건 아니고, 동생 둘에 비해 모든 일에 우선순위였다 정도?


받는 게 당연했고 베푸는 데 인색했어. 아니 베풀 필요가 없었지. 대학생 때는 3년 넘게 과외를 했는데, 대학생 치고 꽤나 큰돈을 벌었음에도 동생들에게 용돈 한 푼 쥐어준 적이 없어. 철이 들고 각자 가정을 이루고 어느 해 명절에 모인 동생들이 그러더라구 서운했다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라 미웠다고. 자라면서 그런 일들이 수두룩했다고


나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어. 어쩐지 나만 빼고 둘이서만 속닥거리는 일이 잦다 싶었지만, 그 정도의 원망을 품고 있었을지 짐작도 못했으니까


대학 때도 아웃사이더에 가까웠고 회사에 입사해서도 나는 나를 잘 모르는 상태로 회사를 다녔어. 5년쯤 되었을 무렵에야 겨우 친해진 몇몇 동료,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그러더군


"너 진짜 처음에는 건방지다고 생각했어.

마주쳐도 인사도 없고.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싶었지"

"그러게 말이야. 표정도 늘 화난 사람처럼 딱딱하고,

언제 한번 혼내줘야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지극히 내향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한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비호감 독불장군 이미지로 여러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어. 역시나 충격을 받았지


"그래도 오래 알고 보니까 꽤 괜찮은 놈이더라."


다행히 [... 그리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해피엔딩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무려 5년간 나에 대한 타인의 불편한 시선을 까맣게 모르고 지냈다 생각하니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이었지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가 있어. 그 무엇보다 내가 먼저고 우주의 중심은 다름 아닌 나지. 자기중심, 더 나아가 이기주의는 어쩌면 생존을 위한 원초적 본능에 가까운지도 몰라


내 경우 자라온 환경이 자기중심성과 이기심을 더 극대화한 셈인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서, 지적해주지 않아서(물론 양보해라, 나눠라 따위 상식 수준의 훈육이 있었을 테지만) 어린 시절의 사고와 행동을 교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로 사회에 나오는 경우는 꽤 많을 것이라고 봐


그나마 다행인건, 내 경우 선천적으로 공감능력과 양심이 결여되어 교화의 여지조차 없는 종족은 아니었단 점이야. 일반적으로 변화는 결정적 계기가 있을 때 시작 돼. 동생과 회사의 동료들로부터 받은 충격은 이전의 나에 균열을 일으켰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을 시작한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지


그렇다면 모두가 이기주의를 버리고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할까? 이기심, 자기중심적 사고는 무조건 나쁘고

하염없는 이타주의만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일한 가치일까? 글쎄, 그런 생각에도 동의할 수 없어


자기 자신을 단단히 하고 일으켜 세우는 자존감이라는 본질에서 일정 부분의 자기중심, 이기심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야. 나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은데, 타인의 행복을 바란다는 말만큼 공허한 위선이 또 있을까?


분명한 건 이전의 이기주의자에서 벗어나고 싶어 졌다는 거야. 자기만 좋으면 그만인 극단적 이기주의는

반드시 그 주변을 황폐화하게 되어 있어. 혼자 살겠다고 설칠수록 다 같이 죽는 lose-lose 게임이 되기 쉽지


그 자명한 진리를 깨달은 순간, 결심했어.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기로. 첫 번째 나만아는, 내이익만 챙기려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뜻의 써이(以)를 쓰는 이기주의자로 말이야


성과도 실패도 모두 내 탓,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이야말로 나 자신의 주체성과 타인과의 관계까지를 건강하게 보듬는 보다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라고 믿게 됐어




우리는 타인은 물론 인격이 없는 대상에도 책임을 돌리는 일에 익숙해


"옷이 작아졌다"라는 말 들어봤지?

아마 나 스스로도 몇 번은 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옷이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진거잖아? 결국 "내가 커졌어"라고 하는 게 맞지. 옷은 죄가 없어 그 사이즈 그대로거든(물론, 세탁을 잘못해서 옷 자체가 줄어드는 일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특수성은 제외하자고)

실패나 고난을 맞닥뜨렸을 때,
불편불만을 늘어놓거나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남을 질투하는 것만큼 초라한 일도 없다.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경영 구루로 알려진 이나모리 가즈오는 남탓하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미 꿰뚫고 있었던 모양이야. 이들은 단순히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걸 넘어 실제 업무 현장에서도 동료들의 에너지를 뺏고 결국 win-win 이 아닌 lose-lose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썩은 사과'가 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어


"가!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라며 낙엽을 뿌려대던 왕년의 음료 CF가 있었어. 젊은 시절의 정우성과 중화권 스타인 장쯔이가 열연을 했지



물론 그 대사는 진심이 아니었어. 실상은 모종의 이유로 여자친구가 자신을 포기하게 하려는 연기를 담은 연출된 '대사'였을 뿐인데 그 외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건 무슨 이유일까?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부터 먼저 알아야 해

물론 현실은 CF와는 사뭇 달라. 종종 목격되는 연인들의 다툼에 


"너만 안만났으면"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따위 말들이 흔히 들려온다면, 이 관계 앞으로 길게 못가겠구나 라는 생각부터 들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관계란 쌍방의 의지로 만들어지고 유지된다는 진리를 모르는, 혹은 알더라도 일부러 외면하는 진짜 이기주의자의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서로 좋아서 만나 가까워지게 된 연인사이조차 상대방 탓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는 급속히 무너지게 되어 있어. 어떻게 모든 잘못이 어느 한쪽 일방의 잘못일 수 있을까? 하물며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공적 이유로 맺어진 할 뿐인 회사 조직에서의 관계라면 어떨까? 


완벽한 인간은 세상에 없어. 간디, 마더 테레사 수녀 같은 성인들도 알고 보면 허점이 있고 이런 면이 있었어? 놀라게 되는 면면도 있게 마련이야. 평범한 우리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


문제는 그런 사람일수록 스스로 그렇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야. 단순히 조금 비판적이거나 오히려 객관적인데다 바른 말을 하는 소수의 용자라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는 경우도 많지. 그게 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야 


누군가 용기를 내 그 점을 지적해주더라도, 자기객관화가 안되어 있으니 오히려 그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거나 더 자기방어적이 되기 쉽지. 내 경우 친동생들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한 동료들이 술자리에서 반복해서 지적해 주었듯, 어떤 계기로든 내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않는 이상 진정한 변화는 어려워져


나를 주체적으로 똑바로 세운다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아는게 먼저인 이유야. 세상 모든 관계는 쌍방으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안다면, 입에 쓰고 듣기 고통스럽더라도 주변인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지속적으로 묻고 시간을 들여 정말 그런지 생각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해


이(利)기주의자에서 이(以)기주의자로

'내 탓이로소이다' 자동차 선반 위에서나 보일 법한 종교적 문구처럼 보이지만, 관계에 있어 이 말처럼 많은 걸 함축하고 있는 문장은 없다고 생각해 


어떤 관계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된다면 일단 나 밖에 모르는 이(利)기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누구나 이기적인 성향을 타고 태어나지만 스스로 그렇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과 아예 모른채 자기중심적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 수록 관계속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어. 전자는 매사 움찔하며 조심하고 스스로의 언행을 되돌려 보려 노력하겠지만 후자는 그럴 필요 자체를 아예 못느낄 테니 조심하고 성찰할 기회조차 드물거야. 


그렇다고 나 자신을 모두 버리라는 말도 아니야. 내가 중심인 건강한 개인주의와도 또 달라. 자 여기 이런 리더가 있어. 팀에 성과가 생겼을때는 뒤로 물러서서 모든 공을 부하직원들에게 돌리지만 반대로 나쁜 결과가 나왔을때는 먼저 앞으로 나서서 책임을 자처하지. 공이든 실이든 모두 리더인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야


때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지 않고 일관되게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이 사람은 조직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까? 성과는 묻히고 책임은 커질테니 최소한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 얕은 생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평판이라는 측면에서 이 사람은 그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신뢰라는 것이 생겨


반대로 공은 자기가 챙기고, 실은 누군가에게 떠넘기기 바쁜 사람은 당장은 눈앞의 이익을 취하고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랜 기간 쌓여 형성되는 평판에서는 형편없는 결과를 받아들게 될테니 결국 지는 게임을 하게 되는 셈이야


동화적 결말인 '권선징악'이 관계에서도 종종 현실화되는 이유야. 긴 호흡으로 인생을 보자고. ~때문에 가 아니라 ~에도 불구하고 라는 마인드로 살아가는 거야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以기주의자가 되는 일 그리 어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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