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릭스 leex Jul 22. 2024

[신입의 직격] 출근 후 5분, 감정근육 키우기의 쓸모

Ⅰ장. 直격_ 자기인식 3_ 감정관리

현장에서 팀장, 임원급 리더십 강의를 할 때면, 참석자 중 한 명을 지명해서 이런 질문을 곧잘 던져


"누군가 팀장님께 '감정적인 사람이군요' 이렇게 말했다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대부분은 이렇게 말하지


"글쎄요. 맥락을 따져봐야겠지만, 누군가 다짜고짜 그렇게 말한다면 좀 불쾌한데요?"

"이유는요?"

"보통, 우리가 타인에게 감정적이라는 말을 쓸 때는 이성적이지 못하다던지, 감정 관리를 못한다던지 그럴 때 쓰지 않나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드리지요."

"반대로 '팀장님은 이성적인 사람이군요' 이렇게 말했다면 어떠신가요?"

"반대의 이유로 나쁘지 않네요. 스마트하고 냉철한 사람이라는 뜻일 테니까요. 회사는 그런 사람을 유능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른 팀장님들께서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이때 참석자 대다수는 고개를 끄덕여


17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접했던 리더, 경영진들은 대체로 비슷했어. 하나같이 스스로를 대단히 이성적이고 스마트한 사람으로 여기거나 그렇게 되고 싶어 하지만, 정작 모나지 않은 인간성을 자신의 장점으로 앞세우거나 부하직원과의 정서적 교감을 강점으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어


그래서일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며 막말을 일삼으면서도 그것이 감정적 행동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리더들이 수두룩한 이유. 한마디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혼자만 알지 못한 채 착각에 빠져사는 리더들이 대단히 많더라는 말이야


재밌는 사실은 감성 역시 이성과 마찬가지로 지능의 한 종류라는 점이야.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 관리에 능하고 이를 토대로 타인에 감정이입해 관계를 맺는 일에 탁월한 편이야. 인간의 이성과 감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감성이 관여되지 않은 이성적 판단은 있을 수 없다'라고 입을 모아


어떤 상황에서 판단을 해야 할 때, 인간은 과거를 되짚어 비슷한 경험을 기억에서 끌어오고, 당시의 감정상태를 포함한 모든 정황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메커니즘을 감안하면, 감정 없이 이성적 판단을 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이 정말로 있다면 '인간 AI'가 등장한 셈이지. 뉴스에 나올 일이야.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네 리더들은 왜 이성지능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감성지능에 대해서는 이토록 무지한 데다 무감각한 것일까?




심리학에서 인간의 기본 감정은 '기쁨, 놀라움, 슬픔, 두려움, 역겨움, 분노' 이렇게 6가지로 분류돼.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고 인간이 가진 무수한 세부 감정의 모체로 의미가 있지  


감정 연구의 권위자이자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저자 리사 펠드먼 패럿은 감정을 '유쾌'와 '불쾌' '역동'과 '침체'라는 두 축으로 '감정 입자도'를 분류하고 이를 도표로 그려 '무드 미터'라는 도표를 만들어 냈어

이렇게나 많은 감정의 이름이 있다니 '무드 미터'를 처음 알게 됐을 때 내심 놀랐지. 나 역시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내 감정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지도 또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이전을 되돌아보게 됐어


자신을 제대로 안다는 건 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름 붙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즉 감정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야. 예컨대 '짜증 난다'와 같이 뭉뚱그려진 부정 표현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그 안에는 화가 난 건지, 실망한 건지, 두려운 건지 더 세부적인 진짜 감정이 들어있기 때문이야


감성지능은 '자기인식'과 '사회적 관계' 이 두 가지 요소로 구성돼.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타인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잘 지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감정 관리야말로 객관적 '자기인식'과 '사회적 관계'의 시작점일 수밖에 없지. 자기 내면의 실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타인에게는 오죽할까?  


전문가들은 감성지능의 중요성을 진작에 간파하고 있었어. 조심스러운 태도이긴 하지만, 오늘날 맹신에 가까운 이성지능(IQ)중심 사고를 정면으로 경고하고 나섰지


EQ연구의 권위자인 다니엘 골먼은 "감성 없는 이성은 까막눈이나 다름없다...CEO들은 높은 이성지능과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고용되지만, 감성지능 부족으로 해고된다"라고 못 박았어. 다중지능을 연구한 하워드 가드너 역시 "감성지능은 모든 지능의 우두머리" 라고 단언했어


인류의 현자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감정을 조절하려는 이유는 감정을 억압하려는 아니라,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감정은 감추고 억누를 대상이 아니라 표면화하고 객관적으로 인지할 중요한 자산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야




감성과 이성 균형이 중요해

'학벌'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여전히 극단적 이성중심 사회라는 선명한 증거야. 학창 시절 중요과목으로 매달렸던 '국영수탐'은 이성지능을 구성하는 '언어지능' '논리수학' 지능의 또 다른 표현과도 다름없지. '근면성실'한 태도로 이미 주어진 정답을 빠르게 습득하고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아내는 능력, 즉 높은 이성지능은 '입시'라는 첫 관문을 통과한 이들에게 '엘리트'라는 위치를 부여하는데 손색이 없었어


일류대학을 나온 전형적인 엘리트들은 높은 IQ와 특유의 성실성, 집중력, 정답을 빠른 시간에 찾아내는 능력으로 사회 곳곳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지. 특히 근면성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제조업 중심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그 조합은 찰떡궁합에 가까웠어. 그들의 혁혁한 공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문제는 판이 바뀌었다는 거야. AI니 플랫폼 비즈니스니 빅데이터니 이전에는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눈 돌아가는 경험이 날마다 쏟아지다시피 하는 세상이 됐지.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상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질문을 던지고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그러기 위해 나와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그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최소한 살아남는 세상이 됐어. 지적산업사회이자 가치소비의 시대로의 전환, 그 이전 기업세계의 종교와도 같았던 이성지능중심 엘리트 프로파일은 여전히 유효할까?  


우리는 다시 인간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가장 먼저 내면에 생기는 감정에 대해 디테일하게 캐치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해졌어. 회사생활을 하게 되면서 일에 치이고 이런저런 인간관계를 겪다 보면 내 감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들여다볼 물리적, 정서적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되고 감정 입자도는 점차 불투명해져 나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으로 악화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지


어쩌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생기는 각종 문제들, 예컨대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가 받아들여 예기치 못한 오해가 생기는 일들이 어쩌면 나조차도 잘 모르는 내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던 순간이기도 했어. 유일한 해결책은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디테일하게 파악한 후 상대의 기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알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길 뿐이야. 


그렇다고 이성지능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야.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는 현재의 사회적 지형은 변화된 사회에 대응하기에 분명 문제가 있어. 감성지능이야말로 온갖 관계로 얽힌 회사 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임을 잊어선 안돼


감정의 해상도를 높여야 해

"나는 도무지 감성 같은 건 없는 사람인데 어떡합니까?" 

괜찮아. 다행인 건 감정은, 공감능력은 연습하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이야. 대뇌 기능 이상으로 아예 공감능력 자체가 없는 문제적 종족만 아니라면 우리 모두 일정한 정서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유로 그것을 들여다보고 표현할 기회가 없었을 뿐일 수도 있으니까


감성지능 강화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마음관리'야. 눈을 감고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의 효능은 이미 수많은 영역에서 증명된 지 오래지. 명상이라고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별거 없어. 앞서 소개한 '무드 미터'를 활용하면 금상첨화야. 출력해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출근 후 내 감정은 지금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가?를 먼저 확인하고 자리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정도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사람들, 인간의 판단은 반드시 과거 비슷한 경험에서 겪은 감정에 의해 움직이고 결정된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야말로 이성적인 판단만 한다는 대단한 착각 속에 함부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은 부류들이야 


감정에 휘둘리면서도 스스로를 매우 이성적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어떤 힘을 가진 자리에 올랐을 때, 전후좌우 인간관계는 파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져


인간은 어디까지나 감정적 동물이며 감성지능은 기분, 기질, 동기, 욕망 등 자신의 내면을 보다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들여다볼수록 강화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이전 04화 [신입의 직격] 절대 실패없는 5149의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