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의 말로도 유명하지. 삼성그룹을 우리나라 1등이자 세계적 대그룹으로 키운 장본인의 말이니만큼 그 무게는 가볍지 않아
그런데 말이야
'정말 그럴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그리고는
'천재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스티브 잡스야. 요즘은 일론 머스크 정도 될까? 알다시피 이들은 아이폰, 아이튠즈, 전기차 대중화 등 혁신적 결과물로 인류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주역들이야. <애플>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 1,2위를 다투고 <테슬라>는 전기차를 넘어 우주 탐사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지. 이전에 없던 생태계를 창조해 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혁신적인 생활방식을 제시한 이들을 '천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있을까?
이들이 '천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IQ가 뛰어나서? 공부를 잘해서? 학벌이 대단해서? 좋은 집안 출신이라? 글쎄, 스티브 잡스라면 하나같이 이 조건에서 예외야. 생물학적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양부모 밑에서 자란 데다 유명 대학 출신도 아니고 그나마 중퇴를 한 루저에 가까워
남아공 출신의 일론 머스크 역시 미국 출신의 여타 빅테크 창업자들의 전형적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있어.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다 IVY리그 중 하나인 U-penn에 편입해 졸업 후 스탠퍼드 박사 과정에 합격했지만 등록을 하지 않아 제적당한 전적을 감안하면 지독한 공부벌레는 아니었던 모양이야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지독한 신념과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정도랄까?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하버드 수학 중퇴), 아마존 제프 베조스(프린스턴 컴퓨터), 메타 마크 주커버그(하버드 심리학 중퇴) 등 여타 빅테크 창업자들의 학벌과 스펙은 하나같이 대단하지만, '고스펙=천재' 일반화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어 보여
자 다시, 우리 현실로 돌아오면 그 이야기는 조금 더 명확해져
이건희 회장이 말한 천재는 역시나 '학벌 좋고 스펙 좋은' 엘리트에 가까워 보여. 급격한 양적 성장의 시대에 이미 도출된 정답을 빨리, 많이 외워서 적시에 찾아내는 데 특화된 '한국식 천재'는 분명 필요했고 나름의 역할을 해왔어.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지. 생성형 A.I가 등장하고 일하는 방식의 표준이 완전히 뒤바뀐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할까? 하는 본질적 의문은 커졌어. 개인적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리 기업들이 대단한 성장을 했지만, 세계시장에서는 기껏해야 카피캣에 머무는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해
그다음은
정말 한 사람의 역할이 그렇게 절대적일까? 하는 문제야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이견의 여지가 없는 천재들은 1만 명이 아니라 수십, 수백만을 고용해 직접 먹여 살리는 데다 자신들의 상품, 서비스로 전 세계 수십억 명에 영향을 주고 있어
그런 관점에서라면 이건희 회장의 '천재론'은 어딘가 모호하고 부족해. 현대 기업 규모나 소통, 의사결정 구조 상 역량과 관계없이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쯤은 여기저기 꽤나 많아 보이거든. 이들이 인류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삶의 형태를 완전히 뒤바꿔 버리는 '게임체인저'급 천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재밌는 건 스티브 잡스 조차 자신의 업적이 혼자만의 성과라고 여기진 않았다는 거야
잡스는 생전 CBS '60분 쇼'에 출연해
“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비틀스다. 네 명의 멤버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최고의 하모니를 보여주었다. 멤버 개인보다 팀 전체가 더 뛰어났다. 탁월한 비즈니스 성과 또한 한 사람이 아니라 팀이어야 이를 수 있다”
라고 말했는데, 단순히 겸손을 가장한 립서비스로 보이진 않았어.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 인수 과정에서 애드 캣멀과 존 라세터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힘을 실어주었던 면면을 보면 그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지
[팀이 천재를 이긴다] 저자 리치 칼가아드는
"전 세계 기업인들이 공통적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기업인 리더, 트렌드 세터 한 사람의 영향력에 너무 크게 의존한다. 경영진과 투자가들은 천재적 인재를 과대평가하고 천재적 팀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라고 말했고
동기 부여 전문가로 유명한 대니얼 코일 역시 [최고의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높은 성과와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뛰어난 지능이나 폭넓은 경험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음. 오히려 책상의 위치와 거리가 긴밀한 관계가 더 유효하다"
라고 주장했어
이외에도 꽤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개인보다 팀이 이긴다'라고 입을 모으는 걸 보면,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라고 할 수밖에
'아폴로 신드롬'이란 말이 있어
영국 헨리 경영대학의 매러디스 밸빈과 연구팀은 '최고의 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주제로 수십 년간 실험과 연구를 거듭해 온 팀십 성애자들이야. 그들의 초기 가설은 명확했지.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알아서 성과가 날 것'
벨빈과 연구팀은 사전 진단을 통해 가장 뛰어난 지능을 지닌 사람들을 모아 '아폴로 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경영게임을 통해 평범한 팀과 그 성과를 비교 분석했어. 그 결과는 놀라웠어. 초기 가설과는 달리 '아폴로팀'은 일관되게 중하위권의 결과를 낸다는 의외의 사실을 포착하고 이를 '아폴로 신드롬'이라 이름 붙였지
이른바 에이스 팀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것인데 '아폴로'라는 명칭은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서 따왔어. NASA는 뛰어난 지능의 집합체답게 우주 과학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1986년 챌린저호 폭발사고, 2003년 콜롬비아호 폭발사고를 연달아 겪으며 조직 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지
밸빈과 연구팀은 NASA의 요청으로 내부에 들어가 조직을 관찰한 후 왜 그런 문제를 겪고 있는지 원인을 발견했어. 각자가 서로 너무 잘난 나머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지도 않을뿐더러 사사건건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를 굽히지 않는 독불장군형 구성원들이 난립하고 있었어. 그로 인한 팀십 부재, 할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침묵의 문화가 대형 참사를 이끌었다고 결론 내렸지. 1+1=3 이 아니라 1+1=-1의 결과가 되고 만 거야
밸빈과 연구팀은 약 30여 년에 걸친 연구와 실험, 데이터의 축적으로 팀 성과를 일관되게 예상해 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어. 이들이 발견한 최후의 통찰은 '한 사람의 압도적 천재보다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진 구성원들이 각자의 장점을 기반으로 균형 있게 구성된 조직력이야말로 뛰어난 성과를 낸다'라는 점이었어
신입의 직격, 그 두 번째는 바로 짤직(織)에 대한 이야기야
튼튼하고 질 좋은 씨실과 날실이 교차되어 촘촘히 엮일 때 최상품의 직물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혼자서는 결코 일정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진리를 확인했어. 이 명백한 Fact앞에우리는 조금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
나 자신에 대한 확신, 자신감, 자존감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과는 별개로 언제든 내가 가진 지식, 관점, 믿음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일, 타인의 관점을 편견 없이 듣고 보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야말로 신입의 핵심 자질이라고 생각해
조직의 질서, 표준, 기준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혼자만의 방식으로 튀어봤자 조직 전체의 조직력을 해치는 불량품으로 인식될 여지가 커. 특히 그 튀는 존재가 신입이라면 말이야
아무리 스펙 좋고, 똑똑하고, 대단한 능력자라는 스스로의 확신이 있더라도 스티브 잡스만큼, 일론 머스크만큼의 영향력을 당장 끼칠 수 없다면, 일단은 지켜보고 스며들고 동화되는 노력이 먼저라고 봐
그 과정에서 내가 미처 가지지 못한 것을 보완해 줄 타인에 대한 안목과 존중심을 갖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강점을 강화하며 시너지를 낸다면, 팀과 개인은 함께 성장하며 성과도 내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