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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Aug 16. 2024

[신입의 직격] 이걸요? 제가요? 왜요? 3요의 쓸모

Ⅰ장. 直격_ 자기관리 4_ 능동성

내 두 번째 책 제목은 'MZ세대...'로 시작해. 누가 보면 MZ전문가인줄 알겠지만, 사실 '이런 제목이어야 잘 팔린다'는 출판사의 전략적? 선택이었을 뿐 내 의지는 아니었어. 조직의 네 가지 펀더멘탈인 '밑MEET'을 콘셉트로 인간은 언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라는 주제를 다뤘던 만큼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지만 솔직히 MZ 제목에 내세울 정도는 아니었지(제목에 낚여 책을 구매한 분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말씀을...)


이유야 어쨌든 내 이름으로 쓰인 책 제목에 'MZ'라는 키워드가 턱 하고 박힌 이상 이들을 알아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더라고. 한동안 책, 연구논문, 기사 따위 각종 세대 관련 콘텐츠들을 샅샅이 훑으며 내린 결론은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가?' 였어


'밀레니엄'이니 'Z'니, '알파'니 태어난 시기로 분류해서 마치 그 연령대의 모두가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일반화'하려는 시도 역시 거부감이 들더라고. 한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들조차 서로 다른데 하물며


17년 이라는 Career 대부분을 범 HR(HRM, HRD, 조직문화 업무)에만 몸담은 이유로 매해 새로 입사하는 신입들을 직접 교육하거나 그 과정을 지켜보는 위치에 있었어.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가 세대 논란이 이슈가 된 최근 그동안 접해온 신입들의 특성을 곰곰이 되짚어 보니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은 깨닫게 됐지 


그렇다고 그 패턴이 특정세대만의 독특한 무엇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야. 단지 '신입'이라는 세대를 초월한 집단 특성이 있을 뿐이라고 결론 내렸어. 입사 초기 몇달 간은 마치 한 사람 같은 집단적 행태를 보이다가도 각 부서에 배치되어 어느정도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그때부터 조금씩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식이야


'요즘 애들은 이렇구나!' 라며 일반화 하기에는 '그냥 얘는 이렇구나' 라는 개인적 관점의 특질이 더 눈에 띄더란 말이야. 유사이래 가장 개성이 강한 세대라고 해놓고 이들은 이렇다 일반화하는 일은 그 자체로 모순 아닌가 싶어


누가봐도 활발하고 능동적인 사람, 지극히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 적당히 낄끼빠빠 할 줄 아는 사람 등등 개인의 특성은 놀랍도록 저마다 달랐어.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그 개성이라는 것도 조직 전체를 지배하는 특정한 분위기를 절대로 넘어서지는 못한다는 점이었어


스타트업의 신입들은 이걸요? 제가요? 왜요? 3요를 달고 사는지 몰라도 전통적인 레거시 기업들의 신입이라면 그저 누군가 시키는대로 회사의 메뉴얼에 따라 한 몸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훨씬 높더라는 말이야. 


MZ를 배운다는 발상 역시 우습더라고. '이전 것들' 역시 그냥 자신의 '요즘 것들' 시절을 돌이켜 보면 금세 이해가 될텐데 말이야.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딱 떠오르더라고





자 여기 특정 세대와 관련한 기사 모음이 있어

요즘 젊은이 자기 권리만 주장
일에 대해 무책임…21세기 불안
‘나’만 있고 ‘우리’는 없다
자기와 관계없는 일 단호하게 NO
업무 그르칠 경우 책임 전가 급급


누구의 이야기일까? Z? 밀레니얼? 알파?



뭔가 낯선 단어가 보이네. X? M도 아니고.. X라니. 기사에 찍힌 년도는 1994년, 무려 30여 년 전 X세대에 대한 르포기사를 그대로 가져온 건데, '요즘 것들...' 운운하며 혀를 끌끌 차고 있을 고인물 트리오 김 부장, 박팀장, 고상무 아니, 76년생인 바로 내 이야기였다는 반전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Ctrl C, Ctrl V 수준에 불과한 황색언론들의 일관성을 보면서 정작 혀를 끌끌 찰 사람들은 괜한 시선을 받고 있을 '요즘 것들'이 아닐까?


수천 년 전 고대 수메르 점토판에 '요즘 젊은이들... ' 로 시작해서 '버릇없음'과 '작문능력 저하'를 지적질하는 기록이 있고, 기원전 425~399년 시대를 살았던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 역시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도 대들고...스승에게도 대든다" 라며 한탄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별도의 DNA를 가진 특별한 세대가 '돌출' 하는 게 아니라, 20대 언저리 젊음이 가진 특징에 더 가깝다는 게 증명된 셈이야


굳이 차이가 있다면 자신을 표현할 'Deivce'의 형태, 전방위로 연결된 '소셜채널'의 있고 없음이 시대에 따라 달랐을 뿐. Z세대는 이렇고 알파는 이렇다 특별한 세대만의 특징이 있다로 성급한 일반화를 할 게 아니라,  '인간은 연령대에 따라 사고와 행동양식이 단계적으로 진화하고 당시의 시대상황에 따라 표현 양식이 달라진다'라는 결론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어떤 세대든 딱 이시기에 가졌을 다양한 개성, 그리고 능동성을 개인은 물론 회사조직 차원에서 어떻게 끌어낼 수 있는가? 의 생산적 문제만 남겨 고민할 필요가 있어




"이걸요? 제가요? 왜요?"

직장 상사가 뭔가 일을 시키면 이렇게 되묻는다는 이른바 '3요' 현상


언론기사로도 각종 커뮤니티의 우스개로도 자주 눈에 띄는데, 이 또한 정말 그럴까? 의심스럽긴 해. 정말로 요즘 신입들은 뭘 시키면 하나같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지, 아니면 '그럴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일부의 사례를 침소봉대해 일반화하려는 수작인지는 알 수 없어


분명한 건 시대가 바뀌었다는 거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일방적 업무 지시가 디폴트값이었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이야. 3년여에 걸친 코로나를 거치며 완전 재택근무 경험이 일반화되고 AI, 로봇 등 기술 혁신이 폭발하면서


'어? 이렇게도 일이 되네?'

'아 이런 인간들이 없으니까 오히려 일이 잘되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 정답이라고 믿었던 이전의 고정관념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 나는 누구인가? 왜 일하는가? 뭘 할 때 즐거운가? 따위 본질적 질문을 하게 됐고 진지한 답을 찾기 시작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가치소비' '가치노동' 등 인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뉴노멀의 시대가 눈앞에 펼쳐졌어


'근면성실'을 기치로 사람을 부품으로 여기고 최대한 쥐어짜 성과를 달성하는데 익숙했던 구태 기업들, 주어진 정보를 빠른 시간내에 익히고 답하는 능력 하나로 승승장구하던 구시대 엘리트들은 이제 설자리를 잃게 됐어. 각종 갑질과 불법, 탈법을 자행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그게 사회' '그게 회사' 라며 뻔뻔했던 그들이 이제는 '나쁜 회사' '갑질러'로 찍혀 시장과 고객, 그리고 구성원들에 의해 도태되는 시대로 변하고 있어. 질문과 되물음이 필요없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는 의미야


이런 와중에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일에 과감히 'No'라고 말할 줄 아는 세대가 제자리 잡은 거라면? '요즘 것들' 이라며 혀를 끌끌차고, 공동체 의식이니 버르장머리니 운운하며 벽을 칠게 아니라 오히려 박수 칠 일 아니겠어?


문제는 시대는 변했지만 이런 저런 자리를 꿰차고 앉은 구세대가 가진 힘이 여전하다는 거야.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변화의 원심력이 거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에 머무르려는 구심력, 그러니까 관성의 힘 역시 여전해. 이들은 양손에 돈과 힘이라는 권력을 그러쥐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 자신들이 이룩한 기존 질서가 부정당한다는 위기감, 불쾌감과 함께 한편으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다간 도태되고 발 것이라는 불안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듯 보여


"이걸요? 제가요? 왜요?"

'요즘 것들의 3요'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왠지 모를 불편한 뉘앙스가 담기게 된 이유야. 자신들은 이런 질문을 들은 적도 없고 답해본 적도 없거든. 좋게 말하면 사회화가 되는 것, 나쁘게는 자신의 능동성, 주체성, 야생성을 잃은 것. 한마디로 '좋은 의도의 나쁜 표현'으로 3요를 읽고 있는 셈이야. 이거 위험해


'나 때는 말이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잔말 않고 열과 성을 다해 일했는데, 뭔 불만이 저리 많아?'

'조직은 말이지 개인의 자아실현하는 데가 아니라고, 그럴 거면 왜 조직에 들어왔어? 혼자 일하지'

따위 속마음이 목젖 근처까지 올라왔다 쏙 들어가는지도 몰라


'명맥본'을 생각해

제대로 된 회사라면 신입에게 당장 뛰어난 성과를 내길 바라진 않을 거야.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하더라도 조직 적응과 최적화를 위한 최소한의 트레이닝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그래도 당장 그들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기존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관점을 더해 긴장감과 호기심의 총량을 높이는 정도일 거야. 그러려면 신입들은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자신의 호기심, 부당함, 잘하고 싶음 따위에서 오는 능동적 질문을 멈추지 않아야 해


물론 열쇠는 회사가 쥐고 있지. MZ세대 운운하며 우리와 다른 종족이라 선 긋는 분위기라면 '요즘 것들의 3요'는 억눌리고 능동적 호기심은 조직화라는 이름으로 거세될지 몰라. 이런 회사에 입사했다면 안됐지만 아무리 대담한 마인드를 가진 개인이라도 섣불리 자신만의 개성과 능동성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거야  


그래도 방법은 있어. '요즘 것들'에 대한 여전한 반감과 숨은 호기심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품고 있을 '이전 것들'을 괜히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바를 지혜롭게 돌려 말하는 센스를 갖추는 일이야. 바로 3요를 '명분' '맥락' '본질', 즉 명맥본으로 치환해 질문해 보는 거야 


이걸요? -->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정확히 알려주세요(명분)

제가요? --> 이 시점에서, 왜 제가 맡아야 하는지 납득시켜 주세요(맥락)

왜요? --> 이걸 하면 뭐가 좋아지는지 끝그림을 보여주세요(본질)


뉘앙스만 살짝 바꿨을 뿐인데 되바라지고 예의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요즘 것들' 의 근본없는 말대꾸에서 일의 의미와 본질을 찾는, 보다 능동적인 신입의 질문처럼 보여. 진지하고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정중하게 이런 질문을 던져대는 신입에게 "모르면 찾아봐!" "나 때는 내가 알아서 다 했어!" 라고 면박 주는 선배는 얼마나 될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충고할 게. 얼른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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