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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Oct 08. 2024

[신입의 직격] 에어팟을 끼면 정말 업무능률이 오를까?

Ⅲ장. 職격 _ 소프트웨어 4_ 집중력

"업무 중에는 에어팟을 빼요"

"저는 노래를 들으면서 일해야 능률이 더 올라가는 편입니다"


SNL 맑눈광으로 촉발된 '업무 중 에어팟 착용 논란'

현실은 어떨까?


"업무 효율을 높일 수만 있다면 그게 무슨 문제?" vs "그래도 다 같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에어팟은 좀..."


전자는 아무래도 스타트업 중심이야.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흥얼거리며 일하는 직원들. 사무실에서는 업무시간 내내 음악이 흘러나오고 미팅룸에서는 대표, 인턴 구분 없이 왁자하게 웃고 떠드는 편. 각양각색, 자유분방함, 쿨함, 힙함이 생명이지. 그런 환경에서 에어팟쯤이야


후자는 전통적 기업 중심의 반응이야. 정돈된 옷차림(좀 느슨한 편이라면 비즈니스 캐주얼 정도)에 층층시하 위계(매니저로 서로를 부른다 하더라도)가 명확하고 팀장, 임원의 공간이 별도로 존재하는 전형적인 오피스. 발자국 소리, 프린터 출력소리, 키보드 타이핑 소리, 전화벨 소리, 환절기 기침소리, 딱딱하고 기계적인 전화응대소리 만이 이곳이 일하는 공간임을 증명해. 이런 곳에서 에어팟을 끼고 흥얼거리며 일하는 용자가 과연 있을까?


무엇이 옳으냐? 그르냐? 가치판단의 문제는 아니야. 무엇보다 어떤 형태가 좋고 나쁜지는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 문제에 가까워. 혹여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뜻하는 바 있어 합류했다면 어떤 분위기든 참고 적응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사실 에어팟 논란에 숨은 진짜 본질은 

'정말 노래를 들으며 일하면 능률이 올라가나?'라는 몰입과 집중에 대한 문제야


아마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개인의 경험에 따라 효과가 '있다'와 '없다'로 확연히 갈릴 가능성이 높아


먼저 내 경우는 명백한 후자 쪽이야.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 집중이 도통 안되더라고. 퇴사 후 글을 읽고 쓰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지금도 마찬가지야


"무슨 소리? 난 음악 들으면서 해야 집중이 더 잘되던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


여기까지는 인정하자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느낌적인 느낌, 그러니까 그런 같다는 주관적 판단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어? 실제로 몰입 수준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고 증명할 방법이 딱히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슬슬 밑밥을 깔고 있어)


집중력도 하나의 스펙트럼이야.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도 있을 테고, 반대편 극단에는 ADHD 수준의 집중력 결핍을 가진 사람도 존재해. 이들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개인적인 특성과 환경적인 이유로 크고 작은 집중력 결핍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거야


나 역시 몰입을 잘하는 타입은 아니야. 내 분야에 마스터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강한 만큼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높이고 또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 그때 유용한 도구는 바로 헤드폰이야. 2년 전 구매한 젠하이저 모멘텀 4를 쓰는데 완전 밀착형으로 노이즈캔슬링까지 작동시켜 놓으면 주변 환경과 차단되는 효과가 제법 강력해. 아, 오해하진 마. 일을 할 때는 그냥 쓰고만 있을 뿐 절대로 음악을 틀어놓지는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조용한 집안에서도 이런데, 하물며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사무실 환경은 어떨까?


[딥워크]의 저자 칼 뉴포트는 현대인의 주의를 빼앗는 세 가지 트렌드로 개방형 업무환경, 인스턴트 메신저, 개인 SNS를 꼽았어. 업무환경이 이들로 인해 점차 산만해지고 있다는 거야


우리 기업들 역시 한동안 업무환경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개인별 파티션을 없애고 개방형 구조로 만드는데 열을 올렸지. 소통의 원활함, 수평적 조직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건데 정말로 원하는 바 효과가 있었는지는 미지수야. 칼 뉴포트의 지적처럼 오픈형 업무 환경과 상시 연결된 네트워크가 원활한 소통이라는 긍정 요인보다는 조직 전체의 산만함을 악화시키는 부정 요인으로 작동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


마음먹고 업무에 집중하려다가도 메신저 알람이 뜨거나, 문자가 오거나, 이메일 수신 알람이 뜨는 바람에 모처럼의 몰입이 흐트러진 경험은 수도 없어. 사실상 별 의미 없는 피상적인 일들에 주의를 뺏긴 후 다시 본래의 일로 되돌아가려 할 때는 이미 집중력을 상실한 상태지. 또다시 예열을 해야 하고 그 몰입의 수준에 이를 때까지 필요한 시간 그 자체가 바로 주의력 손실을 부르는 결정적 요인이야


요는 몰입과 집중이야. 스타트업의 클리셰와도 같은 사무실 분위기가 사실은 쿨함, 힙함을 가장한 산만함은 아닌지 제대로 살펴야 해. 아이디어의 확산을 위한 개방성, 접촉, 충돌 따위 생동감도 중요하지만 확산된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스케일 업해서 깊이 있는 수준으로 만들려면 반드시 몰입과 집중의 시간 그리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에어팟이나 헤드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일하는 풍경이 어쩌면 사무실 전체를 관통하는 산만함에 저항하고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감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일 가능성도 있어. 차단을 위한 에어팟 사용은 분명 효과가 있지만, 거기에 음악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달라져. 음악을 들으면 업무 능률이 올라간다는 주장만큼은 '몰입'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의 주관적 확신을 떠나 '정말 그럴까?'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커




브로카-베르니케 네트워크는 음성정보를 수신해 대뇌에 전달하는 소통 관련 매커니즘이야. 아래 그림처럼 생겼어



그림에서 보듯 뇌 속의 언어정보처리 체계는 동시에 밀려오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씩 순차적으로 처리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동시에 들어왔지만 우선순위에 밀린 또 다른 정보는 그 사이 아예 사라지거나 현저히 훼손된 상태로 후순위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마치 식도와 기도의 구조처럼 음식이 들어가면 식도가 열리고 공기가 들어가면 기도가 열리는 구조와 비슷하지


이 네트워크의 작동방식이 시사하는 바는 인간의 대뇌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멀티태스킹을 지향하지 않다는 사실이야. 아니, 아예 불가능하다는 말이지. 비단 청각을 통한 음성정보뿐 아니라 시각을 통한 문자, 이미지 정보 역시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는 의미이기도 해


실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고.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 즉 텍스트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면 청각을 통해 들어오는 음성정보, 즉 음악은 차단되게 되어 있어. 책을 읽는데 음악이 들려온다는 말은 완전히 시각정보에 집중하지 못해 주의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뜻이야


한마디로 책에도 집중 못하고 음악에도 집중하지 못한 어정쩡한 몰입상태, 즉 가몰입 상태로 두 과업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돼. 양측의 정보가 모두 온전한 형태로 처리되지 못하고 파편화된 형태로 입력되고 처리된다는 뜻이지


시각에서 청각, 청각에서 시각으로 정보입력이 무수히 교차반복되는 과정에서 주의력이 지속적으로 손실되는 셈이야. 이때 손실되는 주의력은 최소 50% 이상이야. 흔히 멀티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엄연한 착각이란 말이야


연습에 따라 전환의 속도가 빨라질수는 있어도(그래서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 착각하게 되는) 한 번에 하나의 과업에 집중하는 정도의 집중력 발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Pay attention

게다가 주의력은 소모품이야. 하루에 쓸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야. 이 소중한 자산을 가장 중요한 일에만 쏟아도 모자랄 판에 이것저것 피상적인 일까지 함께 하느라 낭비하게 된다면? 그 일이 매일 반복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 자신이 지게 될 거야




몰입과 집중을 위한 단절의 시공간이 필요해

집중력 결핍의 시대야. 그렇다고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 수도 없고, 결국 나 스스로 몰입과 집중을 위한 단절의 시공간을 '전략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어. 그 환경을 회사에서 세심하게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트렌드라는 명목으로 회사 내에 산만함과 피상적인 일들이 줄어들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그렇다고 대단히 어려운 결정을 하거나 거창한 환경을 구축하라는 말도 아니야. 얼마든지 개인의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우선 가장 손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시간을 전략적으로 구분해서 쓰는 일이야


출근 후 1시간 정도는 어제 미처 처리 못한 이메일 업무나 오늘 업무를 위해 알아야 할 사항들을 정리하는 warm-up 시간으로 쓰고, 점심시간 전까지 최우선 업무에 집중 몰입하는 거야. 이때 메신저나, 이메일 수신, 심지어 스마트폰까지 꺼두는 게 좋아. 정말 급한 일이라면 상대편 당사자가 안달 나 먼저 찾게 되어 있어. 의외로 이런 일은 생각만큼 빈번하게 일어나지도 않아. 점심식사 이후에는 약 1시간 ~ 30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오전에 꺼두었던 메신저 업무, 이메일 업무 등 피상적 업무에 할애하는 거지. 그 후 다시 몰입 모드로 들어가 퇴근 전 1시간~2시간 전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원씽 업무에 몰입하는 식이지. 회사의 업무 패턴에 따라 얼마든지 개인화할 수 있어


일을 크게 확산과 수렴이라는 두 덩어리로 구분 지어보라고. 확산의 일에는 산만함도 괜찮아. 상대적으로 주의력도 덜 필요하지. 이른바 피상적인 일 이메일 업무, 메신저 수신, 업무 공유 미팅 따위 등을 포함해. 수렴의 일에는 반드시 고요함이 필요해. 깊은 사색과 몰입으로 일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지. 내 필드의 일, 전략 프로젝트, 팀 전체의 핵심과제 등이 이에 해당돼


이 정도의 자율성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그럼 방법은 하나야. 도망쳐


'질 좋은 휴식' 역시 집중력 유지를 위한 하나의 단절이야. 잘 먹고 잘 쉬라고. 인간의 주의력이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잘 쉬는 일, 충전하는 일 역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깨닫게 돼. 한발 물러섬, 공백,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시간이 그저 무의미한 게으름이 아니라 대산만함의 시대에 스스로를 단절시키는 시공간으로서 그 가치는 매우 커. 그 과정에서 내일을 위한 에너지 re-charging에도 이를 수 있다면 여러모로 남는 일이지. 잘 쉬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야


귀를 틀어막고 개인만의 시공간을 만드는 일 역시 꽤나 효과적이지만, 가사와 리듬이 있는 노래를 듣는순간, 스스로 만든 몰입의 시공간을 역으로 깨부수는 반작용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나는 그래도 노래를 들으며 일해야 능률이 올라간다'라는 주관적 믿음을 버리지 못하겠다면, 뭐 좋아. 그렇게 해. 단, 가사와 멜로디를 무의식적으로 따라 부르게 되는 가요나 팝송 플레이리스트는 되도록 지양하길 바래. 잔잔한 리듬감이 반복되는 정도의 BGM이라면 주의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본래의 일에 집중하는데 큰 방해는 없을 테니. 이왕이면 아무것도 듣지 않는게 좋아


집중해야 할 온리원 찾기

주의력은 하루에 쓸 수 있는 총량이 정해진 소모품이라고 했어. 그것을 나에게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일에 온전히 쓸 수 있느냐? 여부로 '실력'이라는 경쟁력이 결정돼. 두 개 이상을 동시에 손에 쥐려 하지 말란 말이야.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나와 별 연관 없는 피상적 일들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도 아니야. 회사 환경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도 않지. 단 주의력을 집중시킬 단 하나의 업무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내 주의력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몫이야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One thing과 피상적인 일, 그러니까 가짜노동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할 줄 알아야겠지.

흔히 업무의 경중을 파악할 때 쓰는 '중요도/긴급도 매트릭스'를 보자고



이 매트릭스에서 어떤 일을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대다수는 ①사분면을 택할 거야. 중요한데 긴급한 것. 그런데 여기에는 사실 두 가지 함정이 있어. 중요한데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란 대체 어떤 성격의 일일까? 또 중요한 일을 매번 긴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까?


①사분면은 가능한 최소화할 일이야. 몇 번은 운 좋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도 그런 상황이 잦다는 건 애초에 조직의 중장기 전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 설마 사장님이나 높은 분들이 갑자기 시키는 스팟성 업무를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겠지)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일이란 바로 ②사분면의 일이야. 시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내 필드에서 꾸준히 몰입해야 할 일이 다 거기에 있어. ②사분면에 속한 업무를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꾸준히 이행하는 일이야말로 전략적 업무 수행에 가까워. 그 결과 일을 통한 성장이 일어나고 부가적으로 ①사분면의 일 역시 줄어들면서 시간적 여유까지 확보하는 1석 3조의 효과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도 모른 채 주어지는 모든 일들을 똑같은 수고와 주의력을 기울여 쳐내려다 보면 '열심히 한다'라는 평은 들을 수 있어도 '제대로 잘한다'라는 평을 듣기는 힘들어. 금방 지치거나 번아웃에 이르는 건 덤이야


일머리는 바로 일의 경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내 실력과 연계되는 일을 찾아 최고의 주의력을 기울여 몰입하는 게 되는 상태를 뜻해. 실력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차적 성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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