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고생 많았습니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여러분의 피드백을 받고 싶어요. 단, 장점이 아니라 단점, '이점만은 고쳐줬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실명 피드백도 대환영이지만, 혹시 이름이 노출될까 걱정된다면 비서에게 보내도록 하세요. 익명으로 내게 전달되도록 조치할 테니...]
의례적인 연말 인사인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메일을 열어본 사람들은 당황했어. K상무의 진짜 의도를 의심했지. 곧이곧대로 단점위주의 피드백을 보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
이듬해 연말에도 K상무는 또다시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어. 이번엔 기업문화실 구성원을 일일이 찾아가 직접 '단점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 분명 어떤 노림수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를 빌미로 기업문화실내 불만 세력을 찾아내려는 꼼수라고 여기는 사람도 없었어
"그래도 올해는 세 분이 저에 대한 피드백을 보내줬어요."
실전체 송년회에서 K상무는 건배제의를 하며 피드백 내용도 함께 공개했어. 그 수위는 생각보다 셌지
'공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시는 건 알겠는데, 일부 특정인원에 대한 노골적인 편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려 하시는 건 좋은데 가끔 선 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외모지적 같은 거요'
'오너 패밀리의 무리한 오더에 너무 무비판적으로 올인하시는 거 아닙니까? 쳐낼 때는 쳐내셔야지요'
"물론 처음에는 놀랐어요. 내가 그랬나? 싶어서. 곰곰이 내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 비로소 아~ 하게 되는 부분이 보이더군요. 날카롭고 타당한 지적이었어요. 여러분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부분 아닙니까? 아찔했지요."
K상무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듯 보였어. 그리고 지적받은 점들을 실제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어. 사람들은 K상무의 진정성을 조금씩 믿게 됐고 이후 K상무가 퇴직할 때까지 '단점 피드백'은 매년 계속됐어
직장인시절 나는 대표 포함, 임원들에게도 할 말을 다하는 편이었어. 조직문화 책임자로서 회사와 현장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상한' 사명감에 사로잡혀 담당임원과 날세운 언쟁도 불사했지. 매주 미팅 자리에서 팀원들이 불편해할 만큼 감정까지 섞인 내 주장을 말하고 굽히지 않았어. 알아 미친 짓이었고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거. 그저 이 일이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만 믿었고 누군가에 잘 보여 평가도 잘 받고 승진해야겠다는 욕심 자체가 없기도 했어. 총 여섯 분의 상무를 모셨는데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이가 좋지 못했지. 그 단 한 사람이 바로 K상무였어
K상무는 경력직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른 나름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어. 원래는 재무통이었는데 부서를 가리지 않고 사내에 따르는 사람도 많고 일머리와 사내정치에 관한 한 탁월했지. 처세에 대한 결은 나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지만, 단점을 말해달라던 그 시점부터 인간적으로도 호감을 가졌던 것 같아
어느 정도 높은 지위에 도달한 사람치고 자신에 대한 쓴소리를 일부러 듣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변에 온통 '내 귀에 캔디' yes맨들의 달콤한 이야기에 빠진 나머지 '나 정도면 완벽한 리더'라는 착각에 빠진 임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부정적 피드백이 어느 순간 전혀 들려오지 않을 때 '이거 위험한 시그널이다!' 라며 오히려 경계할 줄 아는 임원은 정말이지 드물어. K상무는 부하직원 챙길 줄도 알고 깊이 있는 사고로 보편타당한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부단히 노력할 줄 아는, 숨은 성공방정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어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K상무는 퇴직 후에도 곧바로 다른 회사로 이직했고 지금은 모호텔의 대표이사로 여전히 왕성한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 K대표가 뭇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고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단점 피드백'으로 상징되는 자기 객관화의 노력이 가장 컸다고 생각해
메타인지는 1970년대에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이 창안한 용어로, 남의 지시 이전에 스스로 자기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말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지식에 대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게 맞는지 아닌지 스스로 검증을 거치는 능력, 즉 자기 성찰이라고도 하지(니무위키 참조)
학습법 전문가들도 이 메타인지에 주목해. 학생들의 향후 학습 발전가능성을 예측하려면 메타인지를 점검해 보라는 거야. 가령 A학생은 시험을 치고 70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고 정확히 70점을 받았어. 반면 B학생은 80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90점을 받았어. 이때 객관적인 점수는 B가 더 높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메타인지 역량이 뛰어난 A학생이 B학생보다 더 높다는 거야.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아는 역량이야말로 변화와 성장에 있어 기본 중 기본, 필요조건이라는 거야. 전적으로 공감해
그저 잘 찍어서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받아 든 B가 시험이라는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노력은 좀 덜해도 운이 따르면 기대이상의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요행심리'에 더 기댈 수도 있어. 반면 A는 스스로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명확히 알고 있을 확률이 높고 의지만 갖춘다면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해 발전할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직장인이라고 다를까? 직장에서 메타인지를 통해 성장에 이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툴은 아마도 피드백 제도일 거야. 회사마다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토대로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보여주는 객관적 툴을 구축하려 애쓰고 있지. 우리 기업들은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또 피드백해 왔을까?
테일러리즘은 경영학자인 테일러가 창시한 과학적 관리 기법이야. 노동자의 움직임, 동선, 작업 범위 등 노동 표준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체계를 말해(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테일러리즘은 그동안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뤄온 산업현장에서 경영 헤게모니를 장악했어. 현대 경영인들은 테일러리즘과 숫자, 데이터에 의한 이성 중심 경영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회사 운영방식이라고 믿게 됐지
MBO(Manangent By Obejct)는 그런 시류에 발맞춰 등장한 과업, 성과 관리의 방법론이야. 사기업뿐 아니라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표준이 된 지 오래지. KPI(Key Peformance Indicator)는 MBO의 맥락 안에서 개별 Task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일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핵심지표를 말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바로 key야. 내가 해석하는 KPI는 그 일이 성사됐다고 보는 단 하나의 지표야. 그 지표는 아무리 많아도 2개를 넘으면 안 된다고 믿고 있어
그런데 우리가 작성한 KPI를 보면 어때? 아무리 적어도 3개, 많으면 10개 이상이 되기도 해.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별 중요하지도 않은 보통 지표, 그러니까 단순 PI를 나열해 놓고 그 전부를 KPI라며 관리를 하더라고. PI는 KPI가 최상단에서 달성될 수 있도록 보조역할을 하는 하위 지표 혹은 사이드 지표일 뿐이야
많은 회사와 직장인들은 KPI의 기본적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이전 것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 보여. KPI는 보통 연말에 금년 성과를 토대로 회사, 사업부, 팀, 개인의 위계로 align 되어 작성되는데 PI들은 큰 변동 없이 전년의 성과에서 +3~5%식으로 어림짐작해 대충 채워 넣는 식이야. 1년짜리 계획이 다 그렇지. 일이 추진되는 과정에 디테일이 변동되는 경우도 많고 중간에 KPI수정도 가능하니 첫 작성 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단 빈칸 채우기식이 되기 쉬워. 자연히 진지하고 본격적인 성과지표 수립절차 라기보다는 빨리 쳐내기 바쁜 요식행위로 치부되기 일쑤야. 물론 회사 전체의 KPI는 꽤나 정성을 들여 작성되지만 개인까지 내려오는 과정에서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아
최근 KPI를 대체한다며 등장한 OKR(Objecttives, Key Results)은 개인적으로 KPI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아류정도로 보고 있어
이런 운용상의 문제뿐 아니라 KPI를 포함한 MBO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적어도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유연하고도 효과적인 방법론이 아니란 것만은 확실해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지. 경영학 구루 피터 드러커의 명언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현대경영의 진리처럼 되어 버렸어. 그런데 말이야. 그거 알아? 피터 드러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 말은 경영 컨설턴트 에드워드 데밍이 언급한 말이야. 더 놀라운 사실은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될 수 없다"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 말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기 위해 사용했을 뿐이라는 거야. 실제 에드워드 데밍은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도 했어. 지나치게 단순화된 접근이라고 보았고, 조직 내에서 중요한 많은 것들이 수치화되거나 측정될 수 없지만, 이 역시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주장했어
데밍은 품질과 성과를 측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정했지만, 모든 중요한 요소가 측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 예를 들어, 사람들의 창의성, 팀워크, 혁신, 사기와 같은 요소들은 매우 중요하지만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고 그래서 과도하게 측정에 의존하는 경영 관행은 위험하다고 경고했어
이런 식이라면 KPI로는 성과는 물론 역량 자체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어. 역량 역시 J.D(Job Description)형태로 일반적 수준에서 정의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개인화는커녕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업데이트조차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야
평가는 역량+성과(KPI)로 이루어지는데 툴 자체가 엉터리인 데다 평가자의 주관이 반영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피드백 역시 일종의 요식행위처럼 변한 지 오래야. 피드백을 제대로 수행하는 리더들은 드물고 자연히 다수의 직장인들은 내 역량 수준과 성과,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들어진 지 오래야
아인슈타인의 말마따나 어제와 같은 행동을 유지하면서 오늘과 내일이 다르길 기대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더 늦기 전에 극단적 이성주의(숫자, 데이터를 맹신하는)에서 벗어나 역량 그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개인화해 측정하고 구체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새로운 툴을 찾을 필요가 있어
여기, T.A.S.K를 주목해
이 일이 어떤 사람에게 잘 맞는지 아닌지, 그 일을 맡기면 잘할지 못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역량 competency은 능력ability과는 조직 내에서 쓰임새가 약간 달라. 역량은 능력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지만 특정분야의 '일에 필요한'이라는 조건이 붙어 조금 더 집요하고 세부적이야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 기업현장에서 개인의 역량을 평가할 때 쓰는 절대기준은 '학벌'이야. 신입전형 과정에서 전공, 학점, 인턴경험 따위를 보기도 하지만, 사실 학벌 하나면 합격의 9부 능선을 넘는다는 사실을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문제는 실무현장에서 학벌은 뛰어나지만 '일머리'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잦다는 점이야. '학벌'은 기껏해야 이성지능(IQ)과 성실성을 검증할 뿐이기 때문이야
물론 직장생활에서 뛰어난 이성지능과 성실성은 대단히 유리한 '능력'이고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한 충분조건이자 세부 '역량'은 될 수 없어. 역량은 이성지능(IQ)이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구성되지 않고 감성지능(EQ)을 포함한 여러 요인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형성되는 종합결과물이기 때문이야. 일반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야. 전체적이지 않고 개인적이야. 역량은 바로 T.A.S.K야
T는 Talent 재능이야. 그 일에 적합한 성향과 적성을 갖고 있는지 살피는 일이야. 자기인식 능력 즉, 감성지능의 영역이야. 스스로 자신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분류할 수 있는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기본 중 기본이야. 역량 개발은 반드시 이 T로부터 시작해야 해. 재능,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억지로 꾸역꾸역 쳐내기에 급급하다 번아웃에 빠지거나 끝내 도망치고 말 거야
A는 Attitude 태도야. 선명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는 측면에서 이 역시 감성지능(EQ)의 영역에 속해. 수많은 현장의 리더들이 태도를 오해하고 있어. 인간성, 예의범절, 리더인 자신에 충성 정도로 말이야. 그러나 역량에서 말하는 태도는 관계, 친분에 국한되지 않아. 무엇보다 '일' 과의 관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하는가?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가?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하는가? 등 그 일을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개인적 관점, 자세, 기질을 말해
S는 Skill 일의 숙련도야. 일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 방법론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 의 문제지. 스킬 향상은 비교적 간단해. 실제로 많이 해보면 돼. on the job training, 즉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숙련에 이르는 되는 거지. 팀에 도제식 훈련이 가능한 멘토, 코치 역할의 선배가 있다면 금상첨화야
K는 Knowledge 지식이야. 일과 관련된 이론, 이슈, 트렌드 등 모든 종류의 정보를 망라해. 지식 역시 스킬과 마찬가지로 역량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야. 인풋이 부족하면 양질의 아웃풋이 나올 수 없듯 스킬과 지식이 부족하면 일을 잘할 수 없지만, 스킬과 지식이 뛰어나다고 자동으로 일을 잘하게 되는 건 아니란 말이야. 지식습득 역시 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이 일을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지식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트렌드를 좇을 수 있어야 하지
결국 '일을 잘한다'는 의미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일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가지고 관련 스킬과 지식을 꾸준히 갖춰나가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 정도로 정리할 수 있어. 이런 TASK의 원칙을 모른 채 일반적인 이성지능 중심 능력, 그럴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만으로 나 자신을 포함한 또 다른 누군가의 역량을 판단한다는 건 대단히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일이야
약점 말고 강점!
A.I라는 혁신 방법론이 있어. 인공지능 아니고 Appreciative Iquiry, 감사의 마음으로 긍정영역을 탐구한다는 개념이야. 기존의 혁신방법론이 단점이나 문제점에 집중해 그 원인을 찾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문제해결식이었다면 'Task'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정반대 긍정의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셈이지
이 방법론의 기본가정은 단점이나 약점은 아무리 노력해 봐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전제야. 문제점, 단점에만 집중하다 보면 스스로를 문제시하고, 상대를 디스 하고, 무엇보다 재미도 없어서 지치기 쉽고 결국 진정한 변화에는 이르지 못하게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대신 원래부터 잘하던 것, 편한 것, 잠재력 있는 것을 찾아 거기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단점, 약점 또한 자연히 개선된다는 논리지
실제 현장에서 AI 방법론을 적용해 보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 A.I는 4D Discovery ⇒ Dream ⇒ Design ⇒ Destiny라는 프로세스로 진행되는데 다소 은유적인 데다 직관적이지 않은 터라 이성적 사고, 문제해결 접근방식에 익숙한 직장인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도전일 수밖에 없어
물론 희망은 봤지. 첫 번째 세션인 Discovery는 우리의 강점, 나의 장점을 찾는 과정으로 나름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어. 조별로 팀원들이 자신의 장점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옆에 앉은 사람이 대신 그 장점을 말해주는 세션이야.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했어. 이유를 물었더니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의 장점, 그러니까 자기 자랑을 많은 사람 앞에서 해본 적이 없다더군. 그런데 사실 진짜 문제는 자신의 장점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어
일단 물꼬가 트이니 세션 전체는 금세 활기를 띄었어. 1시간이 10분처럼 훅 지나가고도 열기가 식지 않아 쉬는 시간까지 5분을 땡겨써야 했을 정도니까. 장점과 잘하는 것을 찾아 집중할 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절반의 성공이었어. 그 이후의 과정은 사실 수월하지는 않았지. 뭘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대략적인 방향, 즉 꿈을 꾸고 그것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고 현실화를 위한 실행 방안을 디자인하는 과제는 쉽지 않았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숫자, 데이터로는 표현해 봤어도 손에 잡히는 이미지로 그리고 구체적 언어와 문장으로 표현하는 연습은 거의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럼에도 8시간짜리 전체 과정 종료 후, 참석자 대부분은 새롭고 참신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어
문제는 긍정혁신 방법론에 대한 최고 경영진의 인식이었어. 한가하게 자기 자랑이나 하며 잡담할 시간이 없다는 거야. 철저히 숫자와 데이터에 입각해 이성적인 전략을 세우고 빠르게 이행하는 것만이 정답임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 중장기적 관점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장점과 강점을 찾고 개발하는 일에는 별 관심 없고 오로지 눈앞의 성과만을 추종하는 분위기 속에 AI 혁신 실험은 단 1회로 종료되고 말았지
조직과 개인 공히 강점은커녕 약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대부분의 업무를 관습적이고 수동적으로 꾸역꾸역 쳐내기 바쁘다면, 우리가 그 일의 과정과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대체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면 뭘 할 때 즐거운지,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배우고 있고 또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 그 여정의 끝, career의 최종목적지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도달해 있을지 그리는 연습도 꾸준히 해봐. 내 장점, 강점이 무엇이지 지금의 내 일과 연계해 단 한 개라도 조직전체에 선명히 각인시킬 수만 있다면 그 과정자체가 강력한 피드백이 되어 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서 우뚝 설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