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집 구하기-1차 자소서, 2차 면접을 통과하기
독일에 오기 6개월 전부터, 독일의 부동산 사이트를 들어가서 우리가 살게 될 함부르크의 집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우선 아이가 다니게 될 학교 근처 5km 이내로 거리를 설정하고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봤는데 아무리 봐도 감이 안 오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도 집 하나 구하려면 부동산을 몇 군데 돌고, 실제로 몇 군데의 집을 가보고 결정하는데, 지구 반대편에서 인터넷만 보고 집을 구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독일 내에서도 집 구하기 가장 어렵다는 함부르크에서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심지어 독일인도 집 구하기 어렵다는 도시라는데.
입독을 2달 정도 남기고는 집을 못 구하면 계속해서 호텔이나 에어비엔비를 떠돌게 될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사이트의 유로회원까지 가입하고 매일매일 사이트를 둘러봤다.
우선 독일에서 집을 구하려면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한다.
'아니, 무슨 자소서? 취업할 때 쓰던 그 자소서?'
그렇다. 독일은 집을 구할 때 자소서를 써서 집주인한테 보내고, 집주인이 자소서를 읽고 난 후 면접 보고 싶은 사람을 불러서 집을 보여주고 면접을 보고 집을 빌려줄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독일은 법적으로 임대인을 보호하는 법이 잘되어있어, 한번 집을 임대해주면 그 사람을 내보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처음 집을 내어줄 때 자소서와 면접까지 보면서 자기 집에 살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이미 독일에 자리 잡은 많은 한국인들이 만들어둔 집 구하기 독일어 템플릿을 바탕으로 번역기를 돌려가며 남편은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우리는 누구고, 어디서 왔고, 가족은 몇 명이고, 왜 독일에 왔으며, 앞으로 여기에 몇 년 살 예정이고, 왜 여기에 살고 싶은지를 강조해서 자기소개서를 썼다.
거기에 추가로 월급을 얼마 정도 받고, 회사에서 집값이 얼마 정도 지원된다는 재정증명서? 같은걸 받아서 같이 제출했다. 그들에게도 월세를 잘 낼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증명해야 집 구하는 게 좀 더 쉽다고 해서 우리는 이 부분도 추가로 제출했다.
우선 우리가 원하는 조건은,
1. 바닥난방이 되는 집
한국과는 다르게 바닥난방의 집은 정말 찾기가 힘들고, 바닥난방이 되는 집은 신축이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고 그만큼 월세도 비싸다고 한다.
2. 에너지 효율등급이 B 이상인 집
독일은 가스와 전기세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한국처럼 전기와 가스를 썼다가는 연말에 한번 1000만 원 정도의 돈을 지불하게 된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게 에너지 효율이 최소 B 이상인 집을 구하고 싶었다.
3. 학교와의 거리
학교 가까운 게 제일 편하다. 5km 이내에서 찾고 싶다.
우선 한국에서 독일에 살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자소서를 써서 연락을 받아도 면접을 보러 갈 수가 없으니까.
앗, 집 구하는데 도대체 면접이 웬 말인가...
그래서 한국에서 집 구하기는 포기하고, 독일에 오자마자 집 구하기에 돌입했다.
실제로 독일에 와서 보니,
학교 가까운 곳은 신축 집이 거의 없고, 매물도 없어서 우리는 위치를 포기하고, 바닥난방이 되는 신축 집이고 에너지 효율등급이 B 이상인 집을 중심으로 자소서를 보내고 연락을 기다렸다.
운이 좋은 건지, 우리는 입독 일주일 만에 면접을 보고, 우리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집에 한 달 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지은 지 2년 된 신축.
바닥난방이 되고, 에너지 효율 등급이 A인 우리 조건에 부합하는 집. 학교와의 거리가 10km라 매일 편도 20분의 라이딩이 필수지만 다른 조건들은 단점을 상쇄할만한 충분한 조건이었다.
우리 집주인은 축구선수인데, 이번에 독일에서 오스트리아 팀으로 옮기게 되어 집을 렌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빠르게 이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계약서를 쓰고 키를 넘겨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처음 이 집에 와서 1층부터 3층까지 둘러보며 기뻐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작은 정원에, 3층 발코니 로망까지 실현할 수 있는 꿈에 그리던 집에 살게 되었다.
무엇보다 정원이 있다고 신이 난 딸아이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집 구하기 힘들다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너무나도 빨리 집을 구했고, 그것도 우리가 제일 원하는 집에 들어오게 되니 시작이 좋은 느낌이 들어 우리의 독일 생활이 기대감으로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