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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을 품은 별 Oct 08. 2024

단테의 별 - 1권 2부 15화

빛의 출현(出玄)-빛을 품다/존경도 사랑? - (7)

어느덧 전국합창대회가 성큼 다가왔다. 양자경선생이 합창단을 다시 소집하였다.

“전국대회가 얼마 안 남았은께, 열심히 하자잉?”

“예.”

“그라고, 요번에 우리 합창 연습과 대회에서 피아노연주해 줄 사람을 소개하께.”

양자경선생의 소개를 받고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홍지아였다.

문승협은 얼마 전 밤길에서 만났을 때 다음 주에 보자고 했던 홍지아말이 생각났다.

“인혜여중 다니는 홍지아여라, 잘부탁하요잉?”

“뭐 하고 있어, 언능 박수로 맞아야제?”

“우우우, 박수 박수.”

“인혜여고랑 우리 학교가 전국대회에 나가게 됨시로, 아쉽게 인혜여중이 빠진 것은 알제?”

“예, 다 알고 있어라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위해서 특별히 시간 내준 것인께, 다들 감사하게 생각하고잉?”

“아따, 허벌라게 고맙소 제수씨.”

“하하하, 호호호.”

“제수씨이름을 말로만 듣다가 이제사 만나요잉, 여간 반갑그만이라우.”

“작년에 승협이랑 혼약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디, 결혼은 언제 하요?”

“나는 다 준비됐은께, 우리 신랑만 결정하믄 내일이라도 할라요.”

홍지아이름을 듣고 소곤거리던 못난이형제들이 신나서 한 마디씩 던졌다. 작년에 양자경선생에게 들었던 익살스러운 소문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문승협이 못난이형제들 호들갑에 난처해하는 반면, 홍지아는 짓궂은 말에도 웃으며 당당히 맞받았다.

덕일중합창단은 야간자습시간마다 집중적으로 합창연습을 했다. 문승협은 와중에도 합창연습 쉬는 시간이면 꼭 교실에 갔다. 담임 서수연선생에게 눈도장 찍으려는 행동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그런 의식적 행동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어? 승협이 또 왔네?”

“선생님, 섭섭해요. 또 왔네가 뭐예요, 어서 오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호호호, 어서 와라 승협아.”

“피, 엎드려 절 받네요. 저 없는 동안 별일 없었죠?”

“응, 너 그렇게 자주 왔다 갔다 하면, 합창연습에 방해 안되니?”

“합창연습도 중요하지만, 반장으로서 책무도 방치해선 안 되죠.”

“당분간은 괜찮으니까, 합창연습에만 몰두해라.”

“이럴 수가, 담임을 맡고 계신 선생님으로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신단 말입니까?”

“아 아니, 너 합창연습으로 바쁠까 봐 배려한 거야.”

“그런 배려는 사양하겠습니다, 열심히 우리 반을 챙기려는 저를 방해하지나 마세요.”

문승협은 합창단뿐 아니라 반장역할도 소홀할 수 없다는 구실로 계속 교실을 다녀갔다.


홍지아가 피아노연주자로 덕일중합창단에 합류한 지 1주일이 지났음에도,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문승협에게 뾰로통했다. 더욱이 짬날 때마다 교실에 다녀오는 것이 수상하였다. 쉬는 시간에 대화라도 좀 할라치면 교실로 가버렸기에 자신을 피하는 것 같았다.

“어이, 문승협씨. 교실에 뭐 숨겨둔 거 있냐, 쉬는 시간마다 뭐 한디 교실에 가까?”

“아, 할 일이 있어서.”

“다들 야자시간이라 공부할 텐디, 뭔 할 일이 쉬는 시간마다 생긴대?”

“있어 그런 거.”

“대충 넘어갈라고 한 것 본께, 딴 거 있그만.”

“딴 거 뭐?”

“혹시, 느그 담임 때문 아니어? 그거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은디?”

“우리 담임선생님이 왜?”

“니가 잠시라도 담임이 보고 잡은가 보제?”

“…….”

“음마, 진짠갑네.”

“아 아냐, 그런 거.”

“뭣이 아녀, 얼굴에 쓰였그만. 너 느그 담임선상님 짝사랑하냐?”

“아 아니라니까.”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했다잉. 얼굴도 벌게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딱 맞그만.”

문승협은 거듭 부정하면서도 홍지아말을 곱씹어보았다. 이후 교실에 가는 것이 여간 어색했다. 서수연선생을 마주할 때마다 떨리는 자신을 보았다. 그러고부터 자꾸 의식되는 서수연선생 때문에 교실에 가지 못하였다.


서수연선생이 야자 쉬는 시간에 인혜여중고매점에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합창단연습실을 찾았다. 못난이형제들이 문 앞에서 서성이는 서수연선생을 보고 우르르 나가 상자를 받아 들었다. 양자경선생이 기쁘게 맞았다.

문승협은 반가우면서도 서수연선생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고, 왠지 모르게 홍지아의 눈치를 보았다.

“많이 바쁠텐디, 매번 고마워서 으짜까?”  

“에이 별말씀을 다하세요. 합창단 응원도 하고, 우리 반 반장 승협이도 볼 겸 해서 왔어요.”

“승협이를?”

“네, 뭐가 바쁜지, 요즘엔 교실에 잘 안 오더라고요.”

“네? 선생님이 먼저 야자시간에는 별일 없다면서, 합창연습에만 집중하라고 그러셨잖아요?”

“내가? 언제?”

“호호, 홍지아랑 노니라 그런 모양이 그만.”

“홍지아요?”

“제수씨, 언능 이리 와서 승협이 담임선상님한테 인사 드리 쑈.”

“이렇게 뵙네요잉, 지는 홍지아여라.”

“아, 승협이 신부라는 그 아이구나?”

“선생님, 선생님까지 왜 그러세요 진짜.”

“왜? 예쁘게 생겼네. 둘이 잘 어울린다, 호호호.”

“선생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아야 문승협, 면전에서 그렇게 정색하믄, 내가 뭐시 되냐. 적당히 하자잉, 나도 존심 있어야.”

“허허, 제수씨 말이 맞그만. 아무리 부끄러워도 제수씨 체면이 있는디, 그라믄 안 되제.”

“야, 너희들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얘들한테 빵이랑 우유나 돌려.”

문승협이 무안해하며 간식거리를 합창단원들에게 나눠주었다.

못난이형제들은 첫 대면 때부터 홍지아를 제수씨라고 불렀다. 문승협이 그러지 마라고 해도 막무가내였으며, 계속 만류하다 지쳐 자포자기하였다.

“지아야, 우리 승협이 잘 부탁한다.”

“예 선상님. 걱정 마셔요, 내 신랑은 내가 지키께라.”

“호호호, 지아가 용기 있고 당당해서 좋다.”

“저, 선상님, 질문이 하나 있는디요?”

“응, 뭔데?”

“광호랑 정훈이는 잘 안 간디, 승협이는 뭐 한다고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 간다요?”

“전에는 자주 왔지만, 엊그제부터는 잘 안 오는데?”

“긍께요, 엊그제이전에는 뭣 땀시 자주갔을까라우?”

“야 홍지아, 너도 좀 그만해라.”

“글쎄다, 교실 어디에 꿀 발라 놨었나, 나도 궁금한데? 승협아, 그때는 왜 그런 거야?”

“몰라요.”

“혹시, 선상님을 좋아하는 거 아니까라우?”

“뭐야, 신부의 촉이야? 승협아, 진짜 그런 거니? 너 나 좋아해?”

“오메오메 으짜쓰까. 그라믄, 승협이가 바람핀 거여? 우리 제수씨 불쌍해서 으짜까잉.”

“호호호, 하하하.”

모두 문승협 놀리기에 즐거워했고, 문승협만 곤혹스러워하며 좌불안석이었다.

홍지아는 계속 문승협의 시선과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면서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다들 농담이라는 허울 아래 각자 다른 생각을 하였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삼각관계를 만들어내 재미있어했지만, 서수연선생과 홍지아 그리고 문승협은 각자 느끼는 바가 있었다.

서수연선생은 홍지아의 언행으로 보아 문승협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였다.

홍지아는 서수연선생을 좋아하는 문승협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하고 질투를 느꼈다.

문승협은 서수연선생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사제간의 정이라고 단정했다.

다만 문승협과 서수연선생의 머릿속에 ‘선상님을 좋아하는 거 아니까라우?’라는 홍지아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전국합창대회 경연시간이 예선본선 공히 10분 이내로 뒤늦게 공지되었다. 덕일중합창단은 예선곡으로 가곡‘별’과 동요‘오빠 생각’을 선정하고, 가곡‘그리운 금강산’과 번안 곡‘최 진사 댁 셋째 딸’을 본선곡으로 결정하였다. 대회참가곡이 확정되자 열띤 연습으로 대회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드디어 전국합창대회날이 왔다. 덕일중과 인혜여고 합창단은 학교에서 임대한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서울로 출발하였다. 서울지리를 잘 모르는 버스기사 때문에 홍지아어머니가 집기사를 대동하고 앞장섰다. 홍지아는 엄마와 함께 자가용을 타도 되는데 굳이 버스를 선택했다.

해 뜰 무렵 버스가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학교에서 아침대용으로 준비해 준 김밥을 먹었다. 홍지아가 양자경선생옆자리에 앉아 가면서 여러모로 문승협을 살뜰히 챙겼다. 문승협은 주위 시선에 눈치 보느라 마냥 고마워하지 못하였다.

전국합창대회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은 1974년 착공하여 작년 4월 개관했다. 1972년 12월 화재로 소실되었던 서울시민회관을 다목적 홀로 건립하였다.

두학교합창단을 태운 버스가 세종문화회관뒷마당으로 들어갔다. 대회참가 차 전국에서 온 학생들로 인산인해였다. 예선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동안 홍지아어머니가 카스텔라와 우유를 사 와 나눠주었다. 그 덕에 한참 때인 학생들이 출출함을 달랬다.

양자경선생은 피아노연주를 해준 것만으로도 기특한데, 자발적으로 돕는 홍지아를 고맙게 생각하였다. 홍지아어머니가 선뜻 나서 길잡이를 해주고, 시장기를 달랠 간식까지 준비해 주어 너무 감사했다.

홍지아어머니는 딸에게 부탁받기도 하였지만, 나중에 홍지아를 음대에 보낼 생각이어서, 뒷바라지 연습에 견문삼아 흔쾌히 나섰다. 마치 딸의 일처럼 합창단원들을 자식 돌보듯 물심양면 신경 썼다. 못난이형제들의 장모님 호칭에 즐거워하면서도, 딸하나에 사위여럿은 도덕적으로 안될 일이라며 손사래 쳤다. 내 사위 문승협의 형제들이니 사돈어른이라고 부르라는 농담으로 유쾌하게 받아줬다.

전국의 수많은 중고등학교남녀합창단이 참가하는 큰 규모의 대회인 만큼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었다.

오전에 일사천리로 치러진 예선에서 덕일중은 통과했으나, 인혜여고는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오후에 있을 본선까지 시간이 있어 세종문화회관 주변 불고기집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식사 후 돌아온 세종문화회관은 본선참가 학생들과 관계자들로 여전히 붐볐다. 인혜여고합창단은 본선 참관과 덕일중응원을 위해 함께했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많아 여기저기 사투리가 만발하였다.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건너 마을에 최진사댁에 딸이 셋 있는데, 그중에서도 셋째 따님이 제일 예쁘다던데~’

덕일중합창단은 예선에서 가곡‘별’과 동요‘오빠 생각’을 불러 잔잔한 감동을 주고, 본선에서 가곡‘그리운 금강산’을 통해 웅장한 코러스를 선보였으며, 번안 곡‘최 진사댁 셋째 딸’을 율동과 활기찬 화음으로 장내를 들썩이게 하여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었다.

최종 시상식에서 덕일중은 남학생합창단으로 유일한 은상을 받았다. 나머지 상은 모두 서울여학생합창단이 차지했다. 대회역사상 남학생합창단이 수상한 것은 덕일중이 최초였다. 더욱이 서울도 아닌 지방학교 남학생합창단의 전국대회은상수상소식은 큰 뉴스거리였다. 시상식이 끝나자 기자들이 인터뷰하러 몰려들었다.

기자들이 양자경선생에게 덕일중학교는 어디에 있는 어떤 학교인지, 어떤 배경으로 언제 합창단이 창설됐는지 물었다. 양자경선생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서 준비된 자료 없이도 침착하게 응하였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어떤 기자가 배석한 덕일중합창단을 향해 가곡'별’ 합창 때 독창하던 학생을 찾았다. 덕일중합창단원들 시선이 문승협에게 향했다. 문승협이 마지못해 손을 들었다.

“독창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던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문승협은 뜻밖의 질문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순간적으로 집중되는 많은 사람들 시선에 당황했다.

양자경선생이 문승협에게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하였지만, 기자가 다시 물었다.

“눈물로 부른 독창과 합창이 잘 어우러졌고, 그 장면이 애틋해서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감정이었나요?”

“엄마, 엄마가 생각났어요.”

“엄마요? 엄마에게 무슨 일 있나요?”

“아뇨. 어릴 적부터 엄마랑 자주 떨어져 살았는데,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불렀던 노래거든요. 그냥 그때가 생각났어요.”

잠깐 숙연해졌으나, 기자들이 다시 양자경선생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한 후 인터뷰를 마쳤다.

문승협이 합창단원들과 목포로 돌아가려고 서두르는데, 질문하였던 기자가 찾아와 명함을 건넸다.

“눈물을 흘리면 목이 메어 노래하기 어려운데, 음정도 목소리도 흔들리지 않더구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항상 건강해라, 그래야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으니까. 조심히 잘 가라.”

문승협은 기자에게 머쓱해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고, 기자는 문승협의 까까머리를 쓰다듬었다.

덕일중합창단은 세종문화회관을 나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인원파악을 마친 덕일중과 인혜여고 합창단을 태운 버스가 귀향길을 재촉하였다. 1년 전 개통한 남산 3호 터널과 한남대교를 지나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문승협은 호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보았다. ‘동아일보 문화부기자 구자령’

불현듯 사실대로 인터뷰를 했어야 했다는 양심이 고개 들면서 기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가곡‘별’을 부르면 늘 그리운 엄마가 생각난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작 본선 합창 때 눈물이 난 이유는 달랐다. 최선경의 피아노반주에 노래 불렀던 지난 최선경생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문득 인터뷰내용이 신문에 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후회되었다. 혹시 기사를 최선경이 볼 수도 있다는 뒤늦은 안타까움이었다. 최선경과 추억이 떠올라서였다고 진실을 말했어야 했다며 자책하였다.


문승협은 휴일을 보낸 다음날 등교하면서, 시내곳곳에 붙은 덕일중합창단의 전국합창대회 은상수상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소식이 이렇게 빠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인 아침조회시간에 양자경선생과 문승협이 대표로 단상 앞으로 불려 나가 은상 트로피와 상장을 다시 수여받았다. 교장선생축사에 이어 전교생이 박수로 자축했다.

점심시간에는 합창단전원이 학교재단이사장실로 호출되었다. 덕일중합창단이 전국합창대회에서 남학생합창단 최초 수상하여 더욱 뜻깊다며, 학교역사상 처음인 은상수상을 다시 한번 칭찬했다. 지역사회에 자랑이라는 칭송과 금일봉을 하사하였다.

덕일중합창단은 최초수상이라는 수식어로 많은 칭찬과 응원을 받은 만큼, 지역사회요구에 축하공연을 해야 했다. 당장 목포시요청으로 가계각층 저명인사와 시민들을 초청하는 공연이 계획되었다. 인혜여중고합창단과 함께 2회에 걸쳐 공연하기로 하였다.

이날 저녁 공연준비로 한창인 연습실에 교장선생이 격려차 들렀다. 간식을 건네고 들고 온 신문을 펼쳤다. 덕일중학교가 중앙일간지 문화면에 났다면서 학교명예를 드높여 자랑스럽다고 했다.

신문에는 큰 글씨로 ‘남성합창단 최초 전국대회 은상 수상’, 중간 글씨로 ‘지방소재 목포덕일중학교합창단, 창단 1년 만에 쾌거’가 쓰여있었다. 자그만 글씨로 대회개요에 간단한 학교역사와 양자경선생의 인터뷰내용이 실렸다. 마지막 하단 부분에는 큰따옴표에 흘림체글씨로 “덕일중합창단원 문승협 군 가곡‘별’을 독창하다 엄마생각에 눈물, 감동 선사.”라는 기사로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이 머리를 모으고 손바닥만 하게 실린 신문기사를 살펴보았다. 문승협은 아이들 어깨사이로 기사를 훑어보다 맨 밑에 ‘문화부기자 구자령’이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기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최선경얼굴을 떠올리며 아쉬워하였다.


목포시 각계각층 저명인사와 시민들 초청공연은 2회에 걸쳐 성황리에 마쳤다. 학교재단은 이벤트로 처음 시도한 덕일중과 인혜여중의 합동공연을 보고, 선명회합창단 같은 남녀혼성합창단창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제갈민주가 공연을 끝내고 나오는 문승협을 기다리고 있었다. 꽃다발을 건네면서 가곡‘별’이 제일 좋았다고 하였다. 최선경을 염두하고 한 말이었다.

문승협은 최선경의 추억과 애틋함이 가곡‘별’에 더해졌음을 깨달았다. 모처럼 최선경을 보려고 라이카사진관으로 갔다. 그러나 잘 걸려있었던 최선경의 교복모델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황급히 공중전화를 찾았다. 연락이 뜸해 미안했지만 이정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앞뒤 각설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울 아부지 말로는, 그 교복사업하는 선경이 아부지친구가 사진을 내려달라고 했다드라.”

“왜, 이유가 뭔데?”

“정확한 것은 아닌디, 선경이 엄마한텐가 전화 왔었다드라고.”

“전화? 선경이 엄마한테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니?”

“잉, 난 모르제. 다음 달 동창회 때 만나믄 말해줄라고 했는디, 니가 먼저 알아부렀다잉.”

“정주야, 미안한데, 혹시 알게 되면 바로 알려주라.”

“잉 알았어, 그라께.”

“미안하다,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내 말만 했다.”

“아니어, 괜찬해.”

문승협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자 다시 다이얼을 돌렸다. 제갈민주에게도 전화했지만 특별히 아는 사실이 없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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