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양을 품은 별 Oct 08. 2024

단테의 별 - 1권 2부 16화

빛의 출현(出玄)-빛을 품다/존경도 사랑? - (8)

‘영국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여,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보수당총재 마거릿대처가 첫 여성총리로~’

문승협이 TV뉴스를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머리가 쭈뼛 솟았다. 마치 기다렸던 전화처럼 뭔가에 홀린 듯 수화기를 들었다. 침착한 낯익은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승협이네 집이죠?”

“네 접니다, 저 승협이에요.”

“오랜만이구나, 잘 있었니? 나 선경이 엄마야.”

“네, 안녕하셨어요?”

“이번 토요일에 우리 집에 좀 와주겠니? 자초지종은 만나서 이야기하자꾸나.”

“네, 그럴게요.”

문승협은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멍하면서도 차분한 자신이 오히려 이상하였다. 며칠째 계속된 불길한 느낌이 틀리길 바랐다. 토요일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최선경집으로 가보았다. 여전히 불 꺼진 빈집이었다.


토요일 종례가 끝나고, 서수연선생이 못난이5형제를 집합시켰다. 자기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 먹으면서 만화도 빌려보며 놀자고 제안했다. 문승협이 선약이 있다며 단칼에 거절하였다.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왔다. 서수연선생과 못난이형제들은 낯선 문승협태도에 의아했다.

문승협이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최선경집으로 갔다. 어제만도 비어있었는데 2층 최선경방 창문이 반쯤 열려 커튼이 바람에 펄럭였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초인종을 눌렀다.

최선경엄마가 엷은 미소로 반겼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문승협손을 잡더니 와락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다. 영문을 모르는 문승협도 왈칵 눈물이 났다. 최선경엄마가 말없이 울다 곧 마음을 추슬렀다.

“내가 주책이구나.”

“아닙니다.”

“들어가자.”

문승협이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나타날 최선경을 생각하며 흔적을 찾았으나, 집안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였다. 몇몇 가구가 하얀 천으로 덮여있었다.

최선경엄마가 소파 위에 걷어둔 흰 천을 부엌으로 가져가며 앉으라고 했다.

“아직 정리가 안돼 어수선하다. 미국에서 귀국한날 네게 전화했고, 오늘 아침에 내려왔어.”

“많이 피곤하시겠어요.”

2층에서 인기척이 났다. 문승협이 최선경으로 생각하고 벌떡 일어나 미소 지었다. 최선경엄마가 문승협을 보더니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곧이어 생각지도 못한 최선경의 할아버지가 2층에서 내려왔다. 문승협은 실망한 표정을 최대한 숨기며 인사하였다. 최선경의 할아버지가 들고 내려온 물건을 내려놓았다.

“승협아, 지금 우리가 안부물을 정황은 아니구나.”

“네?”

“선경이 병을 고쳐주지 못해 미안하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님.”

“그래, 이제는 말해야 되지 않겠니?”

“…….”

“승협아, 놀라지 말고 잘 들어라.”

“…….”

“서 선경이가 하늘나라로 갔단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선경이가 왜요? 아픈 걸 고치려고 미국에 갔잖아요, 근데 왜요?”

최선경엄마가 풀썩 주저 않아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최선경의 할아버지도 눈시울을 붉혔다. 문승협은 큰 충격을 받아서 오히려 무덤덤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선경엄마가 주섬주섬 일어나 문승협을 2층으로 데려갔다. 최선경의 할아버지도 뒤따라 올라갔다.

최선경엄마는 침대 위에 놓인 상자를 문승협 앞에 내려놓았다. 문승협이 상자 앞에 다가가 앉았지만 뚜껑을 열지 못하였다. 상자 위에 손을 올려둔 채 주저했다. 최선경의 할아버지가 말문을 열었다.

“선경이가 작년 여름 수술일정이 잡혀 미국에 갔는데, 힘든 수술이라 한 달여 몸을 추슬러 수술을 받았단다. 수술 뒤 경과가 좋아서 다들 회복되는 줄로 알았지. 그런데, 갑자기 다시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문승협은 지난해 미국으로 대학 가려고 이민 간다는 최선경과 마지막통화를 생각하였다. 최선경을 만나려고 서울 큰고모집에 갔었을 때 만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선경이가 한 달가량 사경을 헤매면서도 꿋꿋하게 잘 버텨냈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자기 생일날이 되자 스스로 생을 내려놨어.”

문승협은 순간 지난 최선경생일전날 꿈에 나타났던 일이 떠올랐다. ‘운명을 바꿀 순 없지만, 기다리느냐 맞서느냐는 선택할 수 있다’고 꿈속에서 했던 최선경말이 기억났다. 최선경생일날 집 앞에 갔을 때 ‘승협아, 웃어봐, 웃으면 두려움도 사라져. 넌 있는 그대로 훌륭한 아이야, 잊지 마’라는 환청처럼 들렸던 말도 생각났다. 그날 최선경이 마지막으로 왔었다는 느낌이 문승협의 뇌리에 스쳤다.

“선경이가 다시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지기 전날, 혹시 잘못되면 이 상자를 꼭 불태워달라 더구나.”

“선경이 마지막 모습은 어땠어요?”

“선경이 마지막 모습은 평온했단다,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에게 잘 갔어.”

문승협은 최선경엄마말을 듣고서야 최선경죽음이 현실로 다가왔다.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내가 엄마로서 가장 후회스러운 건, 내 욕심 때문에 너와 선경이 만남을 차단한 거란다. 미안해, 선경이에게도 너에게도.”

“흑흑흑.”

문승협눈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최선경엄마와 할아버지 때문에 소리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 썼지만, 목에 힘이 풀려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우린 내려가 있을 테니, 선경이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려무나.”

문승협은 최선경의 엄마와 할아버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박스를 끌어안고 흐느껴 울었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최선경을 불러보았으나 최선경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박스를 여니 맨 위에 항공우편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 편지를 꺼냈다.

‘널 너무 괴롭히지 마, 너의 미소 뒤에 숨어있는 슬픔이 날 슬프게 해. 너 안에 내가 있다 생각하고 자신을 사랑해 줘, 자신을 믿어.’

최선경이 예전에 문승협에게 했던 말이었다. 한 장 짜리 짧은 당부 편지였지만, 자기 자신보다도 끝까지 문승협을 걱정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항공우편 바로 밑에 최선경이 못 보게 감췄던 앨범이 보였다. 문승협사진만 꽂혀있고, 사진 아래에 12색 펜으로 사진 찍은 날짜와 장소가 쓰여있었다.

5학년 때 소풍에서 노래하는 사진, 태권도 시범 사진, 유달산에서 사진, 생일 때 사진, 동산에서 사진, 고하도 염전에서 하얀 소금더미와 무자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문승협과 둘만 찍은 졸업사진과 문승협의 기억에도 없는 순간순간을 찍은 스냅사진들이었다. 사진을 보면서 문승협 눈가에 맺힌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문승협은 5, 6학년 최선경생일날에 선물로 주었던 일기장과 12색 펜을 꺼내어 가슴에 품었다. 혹시라도 최선경숨결이 느껴질까 싶어서였다. 환하게 미소 짓는 최선경을 생각하며 일기장을 펼쳤다.

5학년 문승협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였다. 앞부분은 생일선물로 일기장을 받기 전에 썼던 일기를 옮겨 쓴 듯하였고, 전부 문승협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혀 만나지 못했던 문승협의 중학생활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까까머리에 교복 입은 문승협모습을 묘사하였으며, 보이스카우트단복을 입고 교통봉사한 내용도 있었다. 마치 문승협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듯했다. 제갈민주를 통해 들은 이야기에 상상을 더해 썼고, 합창단합동평가 때 화장실에서 홍지아가 제갈민주에게 했던 이야기까지 있었다. 최선경집 앞에서 우는 문승협을 여러 번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 아파 죽겠다는 내용이 마지막이었다.

문승협은 이때가 혼수상태 바로 직전 최선경이었다고 추측되자, 일기장을 가슴에 품고 소리 죽여 오열하였다.

자신은 최선경을 잊고 살았으나, 최선경은 한시도 문승협을 놓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안함을 넘어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다시 펴본 일기장 마지막에 ‘보고 싶다’고 쓰인 글자를 어루만지며 또 울었다.

5년짜리 일기장에 남은 일 년여 빈 페이지를 넘기면서 후회했다. 만약 10년짜리 일기장을 선물하였더라면 최선경이 더 오래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미련이었다. 혼잣말로 최선경에게 ‘내가 텔레파시 보내면 바로 응답해, 알았지’라고 말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문승협이 일기장을 내려놓고 상자를 안을 살폈다. 조금 진정되었던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상자에 흰색블라우스, 멜빵청치마, 빨간색카디건, 흰색양말, 빨간색구두, 빨간색머리띠, 도안광산수건이 있었다. 문승협과 유달산에 놀러 가면서 입었던 옷이었고, 문승협이 예쁘다고 하여 고하도에 갔을 때도 입었던 최선경의 옷차림이었다. 당시에 넘어지면서 밴 풀 물과 뻘로 진 얼룩도 그대로 있었다.

최선경의 엄마와 할아버지가 뒤늦게 온 제갈민주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왔다. 눈물로 슬퍼하는 제갈민주와 함께 모두 또 울었다. 제갈민주가 어느 정도 진정하자, 최선경엄마가 말문을 열었다.

“승협이 너에게 마음의 짐을 줄 수도 있어서, 이 상자를 보여줄지 말지 많이 고민했어. 하지만 선경이 마음이 담겨있고, 안 보여주면 후회될까 봐 보여주기로 했단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어머니, 이 상자는 제가 보관하면 안 될까요?”

“승협아, 네 마음은 이해한다만, 이 상자를 갖고 있으면 네 마음에 진짜 짐이 될 거야. 그건 선경이도 원치 않아, 그래서 선경이가 불태워달라고 했을 거야.”

문승협은 최선경의 유품을 갖길 원하였지만, 강경하게 안 된다는 최선경엄마를 설득할 수 없었다.

모두 최선경의 할아버지를 따라 정원 뜰로 나갔다. 이미 파놓은 작은 웅덩이에 둘러섰다. 최선경의 할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유품에 불을 지폈다.

문승협이 타 들어가는 최선경의 유품을 보며 무릎 끓고 눈물을 흘렸다. 최선경엄마와 제갈민주도 서로 부축하고 의지한 채 울었다.

“승협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단다. 이렇게 해야, 선경이가 하늘나라에서 펼쳐보며 추억하지 않겠니?”

“네.”

문승협은 타 들어가는 유품처럼 마음도 타 들어갔다. 재가 되어가는 유품처럼 정신도 재가 되어갔다. 유품은 문승협에게 미련을 주지 않으려는 듯 순식간에 타버렸다.

유골을 유달산에 뿌려달라는 최선경유언에 따라 다음날 아침 9시에 만나기로 했다.

문승협은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집에 왔다. 충격과 슬픔에 잠을 못 이루었다.


뜬눈으로 밤새우고 약속시간 전에 도착했다. 최선경의 유골함을 받아 들고 울컥하였으나, 더 슬퍼할 최선경엄마를 생각해서라도 감정을 억제해야 했다. 모두 아무 말 없이 유달산을 올랐다. 눈물로 최선경유골을 흩뿌렸고, 한마음한뜻으로 하늘나라에서 아빠와 행복하길 빌었다.

“승협아, 너의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선경이 가는 길에 큰 위로가 될 거야.”

“죄송합니다, 저보다도 더 마음이 아프실 텐데, 제감정만 돌보느라 두 분 생각을 미처 못했어요.”

“아니야, 함께해 줘서 정말 고맙다,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보자.”

“네.”

문승협은 연속된 불행으로 남편과 딸이면서 아들과 손녀를 잃은 두 사람과 작별인사를 하였다. 최선경엄마는 세상을 잃은 눈빛이었고, 힘없이 축 처진 어깨를 제갈민주에게 의지하며 유달산을 내려갔다.

문승협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세 사람을 지켜보았다. 혼자 남게 되자 최선경과 갔었던 동굴을 찾아갔다. 준비해 온 오란씨를 허공에 뿌리며 좋아하는 최선경모습을 생각했다.  

최선경아버지 유골을 흩뿌린 날, 건강해서 다시 오겠다는 최선경말이 떠올랐다. 그때 이미 건강악화를 예견하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비록 최선경이 건강한 모습으로 오지 못했지만, 부디 하늘나라에서 아빠와 행복하길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기도하였다.

워크맨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최선경에게 선물 받았던 카세트테이프를 틀었다.

‘You are the answer to my lonely prayer, you are an angel from above, I was so lonely till you came to me, with the wonder of your love~’

‘Oh Carol, I am but a fool, Darling I love you, Though you treat me cruel, You hurt me, And you make me cry, But if you leave me~’

‘I'm so young and you'e so old, This my darling I've been told, I don't care just what they say, 'Cause forever I will pray, You and I will be as free, As the birds up in the trees, Oh please stay by me Diana~’

문승협은 그렇게 추억 가득한 음악에 빠져 한참을 최선경과 함께했다. 전에 같이 내려갔던 길에도 최선경이 동행해 줬다. 평지에 도착하는 마지막관문인 바위사잇길에 도착하자, 당시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문승협이 깍지 끼운 손을 가슴높이께 들고 눈을 감았다. 최선경이 다리사이에 치마를 끼우고 엉거주춤 앉아서 한 손으로 문승협어깨를 잡았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문승협손에 천천히 발을 내려놓았다. 문승협이 손으로 버텨내며 배꼽높이까지 받아 내렸다. 최선경이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했다. 문승협어깨에 양손을 집고 천천히 앉더니 목에 팔을 감고 안겼다. 문승협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손에 묻은 흙을 최선경에게 묻지 않도록 안아서 평평한 자리에 내려놓았다. 빨갛게 변한 최선경얼굴을 힐끔 보았다.」

최선경이 평지에 다 내려와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찢고 청치마엉덩이와 카디건팔꿈치에 풀물이 들어 지워지지 않은 일도, 마치 현실처럼 문승협 눈앞에 상상되었다.

산을 다 내려올 때까지 최선경이 연주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와 피아노연주곡이 문승협 귓가에 울렸다. 사랑스럽게 미소 짓는 최선경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향했다.

문승협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관 중이던 최선경손수건을 챙겨 뒤뜰로 갔다. 이별을 상징하는 손수건을 돌려주지 못해 영영 이별을 하게 되었다고 자책하였다. 성냥을 그어 손수건에 불을 붙였다. 이별하지 않기 위해 돌려줘야 했던 손수건이니, 지금이라도 불태워서 돌려주는 의식으로 최선경과 이별을 부인하려 하였다. 적어도 기억 속에서만큼은 이별을 피하려고 했다. 불타는 손수건을 바라보던 문승협은 나지막이 노래 부르며 다시 최선경을 추모하였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 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도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문승협이 정신적 충격과 피로감으로 다음날 학교에 지각했다. 서수연선생은 지각보다도 무표정하고 우울한 모습의 문승협이 염려되었다.

야자시간에 문승협을 불러 교정으로 나갔다. 둘은 운동장이 내려다 보이는 가로등아래 벤치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

“그래,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문승협은 순간 울음을 터트렸다. 서수연선생이 당황함을 숨기며 가만히 문승협 등을 토닥여주었다. 무슨 일이길래 이러는지 근심스러웠지만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려줄 요량이었다.

문승협은 한바탕 울고 나니 조금 편안해졌다. 잠시 뜸 들이다 최선경의 죽음을 간략히 이야기하였다. 어제 마지막시간을 보냈다며 다시 울먹였다.

“혹시, 1학년 때 매점에서 봤던 그 아이니?”

“네.”

“우리 승협이 많이 힘들겠구나.”

“흑흑.”

“그 아이가 보고 싶니?”

“네.”

“그래, 그게 당연한 거야. 그냥 이별도 슬픈데, 죽음이 갈라놓은 강제 이별은 더 슬프고, 더 아픈 거야.”

“…….”

“선생님은 네 감정에 충실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

“생각나면 생각하고, 눈물이 나면 울고, 그리우면 그리워해 버려. 그러면, 어느 순간에 그 아이가 네게 말해줄 거야. 승협아 이제 그만해, 라고 말이야.”

“그 그래도 될까요?”

“그럼, 당연하지, 그래도 돼.”

서수연선생이 우는 문승협을 안아줬다. 점차 안정을 찾자 어깨를 두드려주며 교실로 들어가자고 했다.

“선생님, 비밀로 해주실 거죠?”

“비밀?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어, 너는 이제 나한테 약점 잡혔다.”

“네? 무슨 선생님이 그래요?”

“왜? 선생님도 인간이야, 호호호.”

“치, 완전 속았네요. 위로해 준 척하면서 제자 비밀이나 캐내시다니, 너무해요.”

“호호, 비밀이 두려우면, 앞으로 선생님한테 잘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잘해요?”

“그럼, 지금까지 한만큼, 앞으로도 쭉 변치 말든가.”

“네.”

“삐졌니? 승협아, 힘들면 오늘은 일찍 가도 좋아.”

문승협은 농담인 줄 알면서도 서수연선생에게 투정 부리고 싶었다. 잘 받아준 서수연선생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서수연선생은 사춘기 어린 나이에 친구죽음으로 충격받은 문승협이 걱정되었다. 잘 극복해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길 빌었다. (계속)


이전 15화 단테의 별 - 1권 2부 15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