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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씨 Aug 12. 2022

어떤 순간



심장이 쿵하고 울리는 순간이 있다. 심장박동 소리가 빨라지고 볼이 뜨거워진다. 눈빛이 흔들리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주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공기마저 희미해진  같다.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잠시 나를 쳐다봤을 뿐인데  짧은 틈에 세상은 변했고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의미를 띄기 시작한다. 그다지 아름다운 날이 아니었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비가 쏟아질  같았다. 습한 기운에 끈적한 땀이 흐르고 어느 한구석도 말끔하지 않았다. 나는 지루했고 지겨웠고 그래서 울적했다. 아무것도 변할  같지 않고 모든 것이 지금 이대로 영원할  같아서 그냥 죽고만 싶었다. 그때 네가  앞에 나타났다. 보폭이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보고 웃었다. 어떤 의미도 없었을  행동 때문에  삶에 의미가 생겼다. 단지 앞에  있을 뿐인데  한번 웃었을 뿐인데, 마치 조금 전까지 죽어 있다가 갑자기 되살아나기라도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정말 찰나였다. 너무 짧아서 존재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순간 때문에 나는 조금 전과 다른 내가 되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인 모험가가 되었다.  시선은 당신의 모든 순간을 탐색한다. 당신의 모든 것이 새로워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지겨웠던 시간이 설렘으로 가득한 축제가 되었다. 네가 나를 봐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꽃을 피울  있다.  꽃이 시들기 전에 나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이겠지. 너의 손을 잡고 걸을  있다면 지금 당장 달에 닿을 수도 있을  같아. 조금 전까지 나는 물기 없는  위에 말라비틀어진 지렁이였는데 이제는 당신과 우주를 꿈꾸는 별이 되었다. 그러니 반짝이는 순간에 나를 봐주었으면, 다시 한번 나를 보고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흔들고  마음이 멈출 줄을 몰라서 당신을 향해 뻗은 손이 가까웠다 멀어지길 반복한다. 그러니  밤이 끝나기 전에  손을 잡아 비가 내리기 전에 우리 같이 달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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