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전부터 괴롭히던 것들에 대해 알아가기 (7)
1년 전 새롭게 바뀐 임원 덕분에 요 근래 새로운 경험을 겪었다.
처음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때를 기다리며 6개월 간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와 증오, 악에 받친 마음을 참으면서 버티는게
내게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6개월만에 과감히 이를 내려놓고, 내가 왜 그를 미워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 그 사람을 해체 분석했다.
분석하는 과정에서 심리상담사 및 믿을만한 어른들의 도움도 받았다.
여러 정보를 종합한 결과 그는 '나르시시스트'라는 유형임을 알게 되었다.
'나르시시스트'는 옆에 친위대 역할 및 책임 회피용으로 써먹기 좋은 '플라잉 멍키(무지성 예스맨)'와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전가하기 쉬운 '스케이프 고트(희생양)'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가 아랫 사람을 대하는 것을 보니, 그에게 단호한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약하면서도
잘보이고 싶어하지만 자기 라인이 아닌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위의 예시에 딱 맞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매체에서 나르시시스트 들을 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어떤 사람들은 가계 부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는 선택지가 없다.
이직을 시도해보았지만 이직이라는 것은 운도 같이 따라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지금 당장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살아남으려고 각고의 노력을 해봤다.
결과적으로 해체 분석 후 노력한 6개월 간의 경험은 도움이 크게 됐고,
이제는 그다지 스트레스 없이 탈압박하면서 원하는대로 업무 수행하고 있다.
일시적인 해답을 얻은 시점에서 되돌아보니, 나르시시스트들은 그냥 정신이 어린아이에 불과한 것이었다.
나보다 상사이고 나이가 많고 이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본인이 인정받고 싶고 버려지기 싫고 한번이라도 패배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망상에 갇혀있는
불쌍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내가 어른의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잘난 점을 인정해주고
그러면서도 굴종하는 것은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무례하지 않게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어떤 업무에 대한 제안을 했으나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는 점을 메일로 남겼다.
그는 결국 주도권을 가지고 싶겠지만, 주도권을 가지지는 못하고 나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본인 딴에는 체면이라는 것이 있어서 나와 개싸움을 하는 것은 피하니 내게 국면 자체가 유리해졌다.
그렇게 되고 보니 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가 불리하게 되어서 어쩔수 없이 재기를 노려야하는 상태가 되거나,
자기가 얻어낼 것이 있는 상대에게는 생각보다 비굴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지금 조금 편해진 상태가 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조심해야한다. 주도권을 가지면 또 자기애적인 발로에서 나온 본성을 드러낼 것이니까
그들의 실무적 능력에 대해서는 존중하되, 인성적인 면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능하다면 임원이 교체되는 것이 나와 회사에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분명 지금 현재 회사가 다른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의 특정한 능력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이런 상태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어떤 나르시시스트들과 대면해서 업무하게 되더라도
나는 흔들리지 않고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 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