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설 모임과 자기 점검

일상 점검 프로젝트 (4)

by 노랑오리 Feb 03. 2025

나이가 조금 씩 들면서 각자 제 몫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서 일하고 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내 오랜 지인과 친구들도 한국 여러 지방이나 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설 처럼 고향에 돌아오는 시기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이번에 운이 좋아서 설날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임을 하나 씩 잡을 수 있었다.

중학교 모임은 별 문제 없이 지나갔지만, 고등학교 모임에서 조금 불쾌한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모임에 있는 친구들 중에 내가 유난히 좋게 생각하지 않는 두 사람이 있었다.

친구 A는 사회성은 뛰어나지만, 뻔뻔하고 본인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점이 싫었다.

친구 B는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내려칠려고 하는 모습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모임을 빠지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처음엔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특정한 주제가 나왔다.

친구 A가 주장하기로는 '남자들 보다 여자들이 정신연령이 높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나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이야기 했는데, 친구 B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

''니가 정신 연령이 어려서 그래''


나는 조금 발끈했다.

''네가 나에 대해 무엇을 정확히 알길래 그렇게 이야기 하는거냐?''


친구 A가 말했다.

''다른 모임에서 네 아내랑 대화해본걸로 평가해보면 너가 정신연령이 어린거 맞다''

친구 B도 거들었다.

''네가 발끈했으니 어린게 맞다''


정말 어이가 없었고 화가 많이 났지만, 갑론을박 하는게 의미 없으므로 입을 다물었다.

그 때 이후로 조금 생각하느라 입을 다물었고, 집에 와서도 때때로 계속 생각이 났다.

'내가 발끈했다는 건 정말 저 말이 일부 맞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 여러가지 작은 실패들이 겹쳐있었고,

그들은 객관적으로 좋은 회사에서 자리를 잘 잡아서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현재 가지고 있던 열등감이나 패배감과 같은 것이 같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억울했다.


내가 그들보다 부족한게 뭐가 있다고 이런 일을 겪어야 되나?

내가 조금 더 뛰어난 조건에 있었을 때는 아무말도 안하던 녀석들이 이제는 이렇게 하네?

마음이 참으로 심란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조금 흔들리는 마음을 가지고 다음 일정인 대학교 모임에 나갔다.

밥을 먹으면서 위의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는 것이다.

"형, 그 사람들 친구 맞긴 맞아? 좀 이상한데"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아니니 거리를 두는게 맞을것 같아"


그래 사실 그들이 한 말은 이상한 말이 맞다.

그리고 그들은 나랑 오래봐왔을 지언정 날 잘 모른다.

그러니 잘 모르는 사람이 한 이상한 말은 의미 없는 말이 맞다.

그런데 나는 사실 별 의미도 없는 말에
내 현재의 심정과 그들의 상태와 나의 상태를 엮은 다음에

일종의 과대해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했다.

본질적으로 억울함이 해소가 덜 되었던 것이다.


모든 모임이 끝나고 이런 이야기를 아내와 같이 진행했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 비롯된 열등감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가장 닿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이야기 1]

"내 친구나 친척 중에 대기업 간 사람들은 다 그런건 아닌데

자기가 잘나서 거기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없더라구.

그들도 계속 시도하다가 운과 시기가 맞아서 들어간거지.

그러니까 잘나고 못나고가 중요한게 아니고

계속 시도하고 노력해서 상황을 바꾸는 수 밖에 없어.

그것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이야기 2]

"또 하나 더, 나를 엄청 괴롭히고 능력도 없던 C 기억하지?

걔가 S 사 갔을 때 내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도 알지?

내가 다 가르쳐주고 내가 다 해놓은걸 뒤에서 가로채고

다른 사람 이간질하고 우리 속을 뒤집어놓고 팀도 망가뜨렸는데

걔가 거기 가니까 정말 속이 뒤집어지고 힘들었어.

걔도 가는데 내가 왜 못가냐는 생각이 컸지.

그런데 그게 처음엔 억울한 것이었지만 나중에 보니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했는데

결국 내 자신을 가꾸고 노력하는 일 밖에 없더라고
억울하고 미워해봤자 시간이 아깝더라"


그래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현재가 마음에 안들면

그냥 노력하고 시도하는 수 밖에 다른 길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원망을 돌리는 시간도 아까운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듣던지 내 자신에게 집중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설 연휴라 조금 쉬면서 발전을 놓고 있을 때,

하필이면 저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내 자신에게 부끄러운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과대 해석하고 발끈하는 반응을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했고, 오늘이 되어서는 산뜻하게 글을 쓰게 되었다.


다시금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해준 아내와 친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나는 사람 복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주말 부부의 매듭 풀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