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statt, Austria
호수와 산, 그리고 고요가 빚어낸 향의 마을
할슈타트, 오스트리아 알프스 품 안의 수정 같은 호수 마을.
새벽이면 할슈타트 호수(Hallstätter See) 위로 옅은 안개가 차오르고,
여행자의 첫 발걸음이 제슈트라쎄플라츠(Seestraße Platz) 돌길 위에 닿는 순간,
차갑고 투명한 공기는 그 자체로 향기가 된다.
첫 향은 물비린내가 아닌, 맑은 물안개와 산속에서 내려온 소나무 향.
바람이 실어 나른 알프스 허브의 은근한 풀내음이 겹쳐진다.
호수를 끼고 이어진 목조건물들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히 서 있고,
이끼 낀 지붕에서는 비에 젖은 나무의 냄새가 은근히 배어나온다.
가까운 빵집에서는 자두 케이크(Zwetschkenkuchen)가 막 구워져
달콤하면서도 살짝 신맛이 도는 향을 흘려보낸다.
그 순간, 젊은 날 동화책 속에만 존재하던 마을이
향기로 현실이 되어 눈앞에 피어난다.
선착장(Anlegestelle Hallstatt)에서는 작은 배들이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떠나간다.
차가운 호수 물결이 일으키는 미네랄 향은
피부에 닿는 공기마저 투명하게 만든다.
좁은 골목길에는 라벤더 대신
작은 발코니에 심어진 타임, 세이지가 햇살을 머금고,
그 허브 향은 산뜻하면서도 씁쓸하게 퍼져나간다.
정오가 가까워지면 마르크트플라츠(Marktplatz)의 작은 레스토랑 굴뚝에서
훈제 송어(Saibling)와 알프스 버섯을 볶는 향이 고소하게 퍼진다.
화이트 와인 대신, 이곳에서는 시원한 라거 맥주의 곡물 향이
바람에 섞여 다가온다.
사람들이 나누는 웃음소리와 함께,
할슈타트의 한낮은 풍경이 아니라 향으로 기억된다.
오후의 마을은 고요하다.
묘지정원(Friedhof Hallstatt)에 앉아 있으면
작은 묘비마다 장식된 마른 꽃다발과 향초의 은은한 냄새가
오히려 평온을 선물한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풀내음과 흙냄새를 가득 담아내고,
그 고요함 속에서 여행자의 복잡한 마음마저 잔잔히 풀어진다.
해질녘, 루터 교회(Evang. Pfarrkirche) 종탑이 노을빛에 물들 때,
머스크와 앰버 대신 은근한 장작 연기와 꿀 같은 향이 퍼진다.
호수 위로 내려앉는 황혼은 차분하고 깊으며,
마치 하나의 오래된 향수가 익어가는 듯하다.
돌담 사이로는 포도 리큐어의 달콤함과
밤을 준비하는 집집마다 피워낸 장작불 향이 스며든다.
할슈타트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향은 은근하고도 깊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짙지도 않지만 오래도록 남아
여행자의 젊은 날 꿈과 발걸음을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돌아서는 길, 바람은 소근거린다.
“호수의 고요와 산의 숨결이 너 안에 머물거야.”
그래서 할슈타트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마치 은은한 허브차의 향처럼 기억 속에 조용히 머문다.
장소정보(구글맵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