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Italy
이탈리아의 호수가 품은 고요한 품격.
여행자의 첫 발걸음이 라리오 호반(Passeggiata Lungo Lario) 산책로 위에 닿을 때,
아침 햇살은 호수 위에서 은빛 파편처럼 흩어지고,
젖은 돌담은 이끼와 습기를 머금어 은근한 흙 향을 풀어낸다.
첫 향은 차가운 물결이 전해주는 신선한 짠내와
레몬 껍질을 살짝 비튼 듯한 날카로운 시트러스.
그 속에 담긴 청량함은 이곳만의 고요한 호흡이다.
피아차 카보우르(Piazza Cavour)로 들어서면
호수를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새벽 종소리가 공기 속에 잔향처럼 번진다.
광장 주변 카페에서는 커피 대신 허브차가 부드럽게 우러나며
라벤더와 로즈마리 잎이 은은한 풀내음을 남긴다.
테이블 위에는 막 구운 그리시니와 치즈가 올려져 있어
담백하고 바삭한 향이 바람에 섞인다.
이 향들은 무겁지 않고, 호수의 맑은 바람처럼 가볍게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다.
비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II(Via Vittorio Emanuele II)의 골목길은
낮은 창문마다 제라늄과 로즈메리가 번지며 꽃과 허브 향기를 흘려보낸다.
모퉁이를 돌면 작은 과자 가게에서 나는
폴렌타 케이크의 고소하고 달큰한 냄새,
아몬드 껍질을 갈아 넣은 빵의 은근한 향이 돌담 벽을 따라 흐른다.
그 향은 오래된 시간의 결에 스며들어,
골목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의 기억을 깊게 새긴다.
정오 무렵, 코모 대성당(Duomo di Como) 앞에 서면
햇빛에 빛나는 대리석이 차갑고 묵직한 향기를 풀어낸다.
성당 안에서는 촛불의 따뜻한 왁스 냄새와
천 년의 시간을 머금은 돌의 서늘함이 섞여
마음을 낮추고 고요히 머물게 한다.
오후, 여행자는 푸니콜라레를 타고 브루나테(Brunate) 언덕으로 오른다.
창밖으로 펼쳐진 코모 호수는 푸른빛과 은빛이 겹겹이 번지고,
알프스 자락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소나무와 솔잎의 청량한 향을 싣고 온다.
그 속에는 멀리 산비탈에서 익어가는 포도의 단내가 은은히 배어 있다.
저녁이 다가올수록 라리오 호반에는 또 다른 향이 깃든다.
노천 테라스에 앉아 마시는 한 잔의 프란차코르타는
은은한 거품 향과 과일 껍질의 상큼함을 남기고,
허브 리큐어 아마로는 입술에 쌉싸래한 풀내음을 남긴다.
호수 위를 스치는 바람에는 장작불의 은근한 연기 냄새와
올리브 나무가 뿜어내는 쌉싸름한 향이 스며 있다.
돌아서는 길, 코모는 마지막 선물처럼 속삭인다.
“떠나도 괜찮아. 호수의 숨결은 네 가슴 속 깊이 어딘가에 뭍혀 있을거야.”
그래서 코모는 단순히 사진 속 추억이 아니라,
향기로 남아 영원히 되새김질되는 풍경이 되겠지.
장소정보(구글맵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