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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_몽생미셸

Mont Saint-Michel, Normandie, France

by 푼크트

프랑스 노르망디,

세상의 끝과도 같은 그 바다 위에 솟아오른 신화 같은 성채.
밀물과 썰물이 날마다 춤추며 땅을 지우고 다시 그려내는 그곳,
여행자의 발걸음은 몽생미셸 만(Le Mont Saint-Michel Bay)의 끝없는 갯벌을 건너
조심스레 이 작은 섬의 품으로 들어선다.


먼저 맞이하는 향은 바다의 심장소리 같다.
짭조름하고도 날카로운 해풍의 냄새,
그 안에 실려온 조개껍질 가루, 해조류의 습기,
그리고 아침 햇살에 말라가는 진흙의 따뜻한 숨결.
이곳의 첫 향은 생동하는 자연의 냄새이자
문득 ‘살아 있음’이란 감각을 일깨우는 생명의 냄새다.


Le Couesnon 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위 길,
‘La passerelle’라 불리는 보행 전용 다리 위를 걷다 보면
멀리 솟은 수도원 첨탑이 구름과 바다 사이에서 점점 커져온다.
성 미카엘의 날개처럼 뾰족하게 뻗은 그 첨탑은
어릴 적 마음속에 품었던 ‘바다 위 고성’의 이미지를
숨결처럼 부드럽고도 단단하게 현실로 당겨 앉힌다.


성문 앞 Porte du Boulevard를 지나면
작은 성채 마을의 골목길들이 곧바로 여행자를 감싼다.
Grande Rue라 불리는 주요 거리엔
갓 구운 크레페에서 퍼지는 달콤한 바닐라 향,
구운 버터의 고소함, 시원한 사이다의 사과향이
바닷바람 사이로 이곳저곳 어깨를 타고 흐른다.


좁은 돌계단을 따라 걷다 보면
La Mère Poulard의 주방에서 퍼지는 오믈렛 냄새,
그리고 작은 향수 부티크에서 새어 나오는
라벤더 비누와 샌달우드의 은은한 향기가
고풍스러운 거리의 돌담에 천천히 스며든다.
이 작은 섬의 공기에는 과거와 현재,
자연과 손길이 함께 섞여 하나의 향이 된다.


점점 더 고요해지는 숨결을 따라
Abbaye du Mont-Saint-Michel의 계단을 오르면
공기는 점점 차분하고 묵직해진다.
돌벽 틈 사이엔 이끼와 해풍이 스며들고,
손을 대면 바닷물의 흔적이 아직도 서려 있다.
수도원 복도의 아치 사이로 스쳐가는
그윽한 바람 속에는
마치 오래된 성가의 잔향처럼
앰버와 머스크의 음영이 느리게 퍼진다.


성채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향과 빛의 장관이다.
몰려왔다 빠지는 파도의 호흡,
하얀 갈매기 떼의 궤적,
그리고 짙고 투명한 하늘빛이 뒤섞이는 수평선.
그 아래에서 바다의 향기는 더 묵직하고 부드럽게 마음을 감싼다.
그건 단지 냄새가 아니라,
젊은 날 꿈꾸었던 모든 낭만과 그리움이
한순간에 밀려드는 감각이다.


늦은 오후, La Terrasse de l'Ouest에 앉아
따뜻한 바게트와 소금버터,
짙은 핫초콜릿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석양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처럼 느껴진다.
햇살은 사라지고, 불빛 하나 둘 켜지는 저녁이 되면
몽생미셸은 그 자체로 향기로운 등대가 된다.
그 불빛 아래에는
바다 냄새, 돌담의 이끼 향,
갓 구운 빵의 온기, 사람들의 숨결이 층층이 쌓인다.


밤이 깊어지면,
Rue du Nord와 Chemin des Remparts 같은 골목길은
낮보다 더 조용하게 살아난다.
작은 창문 안에서 스며 나오는 촛불 향,
멀리서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
그리고 고요한 마음의 속삭임.

몽생미셸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낮에는 바다와 돌의 신선함,
저녁에는 따뜻한 빵과 초콜릿,
밤에는 향수처럼 가라앉는 바닷물의 속삭임.
모든 순간이 한 방울 한 방울
기억의 유리병에 담기듯 마음속에 저장된다.


돌아서는 길, 나는 속삭인다.
“젊은 날 그리던 몽환적인 풍경들이
이토록 향기로 내게 여운이 남아줄 줄은 몰랐어.”


몽생미셸.
그 이름은 바람과 바다,
빛과 고요, 향기로 짜인 시간의 성채.
그곳은 다녀온 후에도
계속 마음속에서 밀물처럼 밀려온다.


장소정보(구글맵 링크)

https://maps.app.goo.gl/SHjDMscgeQMTx4v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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