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짜인 토스카나의 시 한 편
몬테풀치아노.
토스카나의 숨결이 바람에 실려 다정하게 불어오는 마을.
언덕 위 붉은 기와와 햇살을 품은 석벽들이
천천히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자의 발끝이 흙과 돌 위에 닿는 순간,
이곳은 말이 아니라 향기로 자신을 소개한다.
첫 향은 땅의 깊은 숨.
갓 갈린 흙, 여린 들풀, 밤사이 내린 이슬이 스친 포도잎.
그 따뜻하고 꾸밈없는 향이 가슴속 깊이 밀려온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포도밭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고,
바람은 잘 익은 블랙베리와 무화과의 달큰함을 실어
가만히 귓가를 스친다.
젊은 날, 언젠가 이런 풍경 속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그 소망이 이곳에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현실로 피어난다.
'루가 디 메쪼',
작고 조용한 거리의 이름조차 시 같다.
길가의 상점에선 마른 꽃다발과 라벤더 향이 흘러나오고,
손때 묻은 문고리와 와인 병 너머로
사람들의 미소가 햇살처럼 퍼진다.
그 길을 걷는 동안, 마음은 어느새 말랑해지고
모든 감각이 천천히, 섬세하게 깨어난다.
길은 조금씩 넓어지고,
돌연 펼쳐지는 '피아짜 그란데'.
비어 있는 듯하지만 가득한 광장.
두오모의 그림자 아래 앉아 있으면
와인 잔 안에서 자줏빛 빛깔이 천천히 흔들린다.
오크통의 깊은 숨결과 오래된 시간의 잔향이
한 모금, 입술에서 머리끝까지 퍼진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레드 와인의 노트는
단지 맛이 아니라 기억이 된다.
석계단 위, 따스한 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면
올리브 기름, 파르마산 치즈, 그리고 먼지 낀 가죽 가방의 냄새까지
모든 향이 여름 오후의 햇살처럼 느슨하게 흐른다.
광장은 말을 삼키고, 침묵은 향처럼 피어난다.
조용히 걸음을 옮겨 '비아 디 산 비아조'로 내려서면,
풍경은 한 폭의 시화처럼 고요하다.
성 비아조 성당의 둥근 지붕이 하늘을 닮고,
사이프러스 나무는 바람에 천천히 흔들린다.
돌길을 따라 흐르는 공기엔
따스한 앰버와 가죽의 노트,
햇살에 데워진 기와에서 스며든 고요한 향이 섞여 있다.
그 길 위에서 문득,
“행복이란 건 어쩌면 이런 거야.” 하고 속삭이게 된다.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을 천천히 감각하는 것.
그것이 곧 충만이라는 것을
이 마을은 말없이 가르쳐 준다.
해가 지고, 마을은 금빛에서 주홍빛으로 물든다.
모든 게 조금씩 어두워지지만
향기만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마치 이곳의 하루가
그 여운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돌아서는 길, 바람은 조용히 귓가를 적신다.
“이 땅의 향기는 언젠가 잊히겠지만,
그 기억은 너의 가슴 한쪽에서
언제든 다시 피어날 거야.”
몬테풀치아노.
그 이름은 풍경보다 향기로,
기억보다 감정으로,
내 마음 가장 부드러운 자리에 남는다.
장소정보(구글맵 링크)
https://maps.app.goo.gl/LbsdWNaJ5HH9DW4F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