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e Saint-Nicolas, colmar, france
콜마르, 프랑스의 동화가 숨 쉬는 마을.
알자스 지방의 따스한 햇살 아래,
운하를 따라 고개를 기댄 목조 건물들이 마치 오래된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다정하게 서 있다.
여행자의 발끝이 자갈 깔린 돌길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순간,
콜마르는 말이 아닌 향기로 인사를 건넨다.
첫 향은 이른 아침 꽃시장 골목에서 퍼져 나오는 생기 어린 숨결.
갓 피어난 장미의 부드러운 잔향과,
막 수확된 사과 껍질을 벗길 때 퍼지는 싱그럽고 달콤한 향이 공기 속에 흐른다.
아침의 콜마르는 마치 꽃잎 사이로 손을 넣어 시간을 만지는 듯,
젊은 날 꿈꾸던 유럽의 봄이, 이곳에서 조용히 현실이 된다.
쿠베르시장(Marché Couvert)으로 향하면
작은 천막들 사이에서 빛나는 채소와 과일, 그리고 사람들의 환한 얼굴이
마을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딸기 한 알을 입에 넣기 전, 먼저 향기로 다가오는 달콤함.
허브 다발에서 퍼지는 타임과 바질의 신선한 풀 향,
그리고 작은 치즈 가판대에서 코끝을 간질이는 브리치즈의 짭조름한 노트까지.
시장의 향기는 활기와 일상의 온기를 품은
콜마르만의 따뜻한 심장 소리 같다.
다시 골목으로 들어서면,
메종 프스테르(Maison Pfister)의 목재 발코니와 섬세한 프레스코 벽화가
햇살에 부드럽게 물든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향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 안에서 잊혀졌던 유럽의 낭만이 살포시 깨어난다.
나무에서 배어나오는 묵직한 우디 향,
창가마다 놓인 제라늄 화분에서 피어나는 초록빛 플로럴 노트.
예술과 시간이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듯, 고요한 감정이 밀려온다.
작은 골목길 셍니꼴라 가(Rue Saint-Nicolas)를 걷다 보면
정적 속에 숨은 따뜻함이 천천히 베어든다.
동네 제빵소 문틈 사이로 번지는 버터 크루아상의 고소함,
크렘브륄레 위 설탕이 바삭하게 녹아나는 순간의 바닐라 향,
그 향기들 사이로 어린 시절 들었던 엄마의 낮은 콧노래 같은 그리움이 흐른다.
길모퉁이 작은 서점 앞을 지날 때는
종이 냄새와 묵직한 잉크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 순간, 나는 멈춰 서서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붙잡는다.
운하 옆 벤치에 앉아 눈을 감으면
부드러운 머스크가 마음에 살며시 내려앉고,
샌달우드의 따뜻한 숨결이 가슴 깊숙한 곳을 조용히 감싼다.
물결이 조용히 흐르고, 사람들의 말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바람처럼 흐느적댄다.
이 도시의 향은 과하지 않다.
조용하지만 깊고, 섬세하지만 오래 남는다.
콜마르는 화려함보다 온기와 감촉으로 기억된다.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
운하에 비친 햇살의 반짝임,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장면을 연결해주는 향기.
그리움의 노트는 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다.
천천히 걷다 보면 그 향들이 마음 안에 포개지고,
어느덧 하나의 풍경이 되어 오래도록 남는다.
콜마르는 조용히 속삭인다.
“이 순간은 곧 지나가지만,
너의 기억 속 그 꿈은
언젠가 이곳에 누군가와 손잡고 다시 피어날 거야.”
장소정보(구글맵 링크)
https://maps.app.goo.gl/oqThncEneLjBa4mM6